‘아마존 활명수’ 류승룡 “공감·위로에 더 관심 가, 교두보 역할하고 싶어요” [인터뷰]
입력 2024. 11.02. 09:00:00

'아마존 활명수' 류승룡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배세영 작가와 다시 한 번 만났다. 영화 ‘극한직업’으로 천만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졌던 배세영 작가와 배우 류승룡이 이번에는 코믹에 휴먼 드라마를 더한 영화 ‘아마존 활명수’(감독 김창주)로 뭉친 것.

‘아마존 활명수’는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구조조정 대상인 전 양궁 국가대표 진봉(류승룡)이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진선규)과 함께 신이 내린 활 솜씨의 아마존 전사 3인방을 만나 제대로 한 방 쏘는 코믹 활극이다.

“배세영 작가답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적 발상, 재미를 느꼈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아마존과 양궁을 잘 배합한 우당탕탕 이야기였어요. 제 마음을 움직인 건 뒤에 두 줄이었어요. ‘너희를 가르치려 왔지만 너희에게 배운 게 많아, 저들을 위해 기도해주자’ 그 부분이 가장 제 마음을 움직였죠. 이런 이야기라면 잘 달려보자, 결국에는 제가 받은 메시지를 즐거운 과정 안에서 고스란히 전해졌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류승룡은 최근 양궁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기 시작할 쯤 ‘아마존 활명수’ 대본을 받았다. 그래서 이 작품이 ‘운명’으로 느껴졌다고.

“사실 양궁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선수가 되기 위한 스포츠지 생활 체육이거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과는 거리가 있잖아요. 그런데 양궁인들은 생활 체육 저변 확대에 대해 갈망하고 있어요. 실제로 양궁인들이 생활 체육관을 차리셨는데 저희 집과 멀지 않아 자연스럽게 저희 아들과 가서 배우게 됐어요.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다양하게 있더라고요. 그런 와중에 이 작품이 쓰여졌고, 이건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재와 스타일의 코미디를 살리기 위해 한국 영화로써는 드문 브라질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은 우리나라와 반대편에 있는 곳. 지구 반대편이라는 거리만큼 ‘아마존’이라는 낯선 공간을 담기 위해 배우들은 물론, 제작진은 각고의 노력을 더했다.

“거기를 갈 것인가, 말 것인가 프로덕션 단계에서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소스만 찍고,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분들을 섭외하거나, 외국에서 모시고 오거나 정도 생각했죠. 아마존을 가선 배를 타는 장면과 수목들을 담자고 했는데 어마어마한 가뭄이 있었어요. 130년 만에 가뭄이더라고요. 그렇다고 더 체류할 수 없었어요. 파란 하늘을 2주 동안 한 번도 못 봤죠. 지구 반대편이라 듣기만 했지 실질적으로 개발과 벌목 때문에 뿌옇더라고요. 이 영화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컸어요. 틀린 이야기가 아니구나 싶었죠. 또 하나는 사로 계시는 분들의 얼굴이 잠깐 스치는 모습이지만 아이들의 모습과 그들이 살아온 인생들은 섭외한 배우들을 데리고 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정말 오길 잘 했구나 싶었어요.”

2019년 개봉된 ‘극한직업’은 최종 관객 수 1626명을 기록하며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바. ‘아마존 활명수’는 ‘극한직업’의 배세영 작가와 ‘코미디 연기의 대가’ 류승룡의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그렇기에 ‘극한직업’을 잇는 코믹 영화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어요. 그런데 개봉할 때쯤 되니까 거꾸로 그런 기대를 알게 됐죠. 그땐 전혀 의식하지 않았어요. 코미디도 다르고, 스포츠와 어드벤처가 들어가 있기에 다른 작품, 분위기라 생각했죠. 영화는 관객을 만났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거잖아요. 저는 한 번도 예상해서 맞은 적이 없었어요.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최선을 다하되, 홍보까지 열심히 하되, 다음부터는 겸허하게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는 게 맞죠.”



류승룡은 여러 작품을 통해 대한민국 코미디 흥해 역사를 책임져온 배우다. 연기에는 답이 없지만, 코믹 연기는 다수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연기로 손꼽힌다. 그래서 많은 배우들이 코믹 연기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코미디 연기 대가’로 불리는 류승룡에게 그만의 연기 철학은 무엇일까.

“웃음의 종류는 너무 많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향하고 가고 싶은, 개척하고 싶은 지점은 아무것도 안하는 슬픈 상황인데 관객은 웃는 상태죠. 그런대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태어날 때부터 웃으면서 태어나면 무섭잖아요. 행복했던 때보다 힘들었던 때가 더 많고. 그래서 웃음의 밀도, 비중이 적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웃음을 찾아가고 싶어요. 건강한 웃음, 과장된 웃음, 미소도 있잖아요. 코믹은 기분 좋음, 유쾌함이라 표현하고 싶어요.”

류승룡은 자신의 장점으로 ‘친근함’을 꼽았다. 그러면서 공감과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바랐다.

“저의 장점은 친근함인 것 같아요. 옆집아저씨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죠. 그런 역할도 많이 했지만요. 한 번도 숫자, 타이틀에 대해 생각한 적은 없어요. 오히려 하고 싶은 이야기,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죠. 공감과 위로에 대한 것에 초점을 둬요. 스타일리시하고, 감각적이고, 말초를 자극하는 콘텐츠가 많이 나오잖아요. 그러나 저는 이쪽에 더 관심이 가요. 결국에 고민하다 선택하는 작품들도 이런 것 같고요.”



2004년 영화 ‘아는 여자’로 데뷔한 류승룡은 어느덧 20년차가 넘은 배우가 됐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기’라는 한 길을 뚝심 있게 걸어온 류승룡. 지키고자 하는 것들도 많아졌을 터.

“‘극한직업’ 이후 그런 생각이 든 것 같아요. 나를 지키면서 행복하게 찍자고. 그건 꼭 지켜야하는 거죠. 계속 배우들과 좋은 시간을 가지고요. 어쩔 때는 제가 현장에서 제일 나이가 많고, 선배일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어떤 상태를 유지해야하는가 싶어요.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는 뜻의 줄임말)’라고 하죠. 입은 다물고, 주머니는 열고. 그러면서도 주연배우니까 민첩하게 ‘이건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적절하게 이야기해야 하고요.”

그러면서 계속 새로움을 찾아나가고 싶다고 바랐다.

“계속 찾아가는 과정에 가까웠으면 좋겠어요. 성장보다 성숙해서 세상도 그려내고, 세월도 담아내고, 사회, 마음도 읽어내고 싶죠. 늘 설레고, 기대가 되는 일을 가진 건 너무 감사해요. 사랑도 많이 받았고, 그것들에 대한 보답인 것 같아요. 배우가 소년처럼 철도 없어야 하는 모습도 있어야 하지만 아들을 둔 아빠로서 점점 어른이 되어가잖아요.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고민이 있고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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