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 홍경, 20대 초상을 꽃 피운다는 것 [인터뷰]
입력 2024. 11.02. 10:00:00

'청설' 홍경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말간 눈빛에 해사한 미소, 그리고 풋풋한 설렘까지. 배우 홍경이 전에 보지 못한 얼굴을 장착했다. 영화 ‘청설’(감독 조선호)은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용준과 진심을 알아가는 여름, 두 사람을 응원하는 동생 가을의 청량한 진심을 담은 이야기다. 동명의 대만 영화가 원작이며 티엔커 역은 홍경이 맡았다. 홍경이 맡은 용준은 사랑 앞에서는 직진뿐인 인물. 현실 남자친구와 같은 매력을 발산한다.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원작이 있는 작품을 리메이크한다고 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만들어졌던 이야기를 다시 한 다는 건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호기심이 들지 않더라고요. 그럼에도 택한 이유는 캐릭터가 아닌, 순수함이었어요. 이 시기에만 존재할 수 있는 게 있잖아요. 캐릭터적인 것들은 유념하지 않았어요. 원작은 원작 배우의 색깔이 있는 것이고, 두려움이나 영향을 받은 건 단 한 가지도 없었죠. 요즘 세상이 빨라지고, 모든 게 다 휘발되는 시기잔하요.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것, 누군가의 마음에 가는 것, 이해하려는 것, 마음을 전하는 것들이 아무리 시대가 빨라져도 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 그게 감독님이 써준 책에도 보였죠. 이 얘기가 좋은 건 단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삶이 은영 중에 묻어있다고 생각했어요. 용준이는 삶에 대한 고민들이 있었고, 서로에게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는 게 리메이크임에도 불구하고 선택했죠.”



용준은 대학을 갓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도무지 자신의 꿈을 찾기 힘든 26살의 청년이다. 엄마의 도시락 가게 일을 도와주던 중 첫 배달을 가게 된 수영장에서 우연히 여름과 마주치고 첫눈에 반한다. 그리고 용준은 여름에게 적극적으로 직진한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마음속에 뭔가는 있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다고 생각해요. 용준이는 그런 시기를 지나면서 답답함이 있었을 것 같아요. 우리 세대가 느끼는 일말의 어떤 것일 수도 있고요. 저는 용준이가 마냥 탱자탱자 노는 인물로 보이지 않았어요. 이 친구가 처음 사랑에 빠지고, 모르는 세계로 빨려 들어가잖아요. 어떻게 상대가 부담스럽지 않게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런 이야기일수록 세심하게 잡아갔고요.”

대학생 시절 우연한 계기로 수어를 익힌 용준은 여름에게 다가가기 위해 수어로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하고, 여름은 용준의 순수한 직진 모드에 마음을 열게 된다. ‘청설’은 언어적 소통은 발화뿐만 아니라 눈빛, 수어, 함께하는 경험으로도 가능함을 보여준다.

“이해하면서 부끄러운 순간, 배웠던 순간이 있어요. 용준이는 용감하게 마주하잖아요. 한 마디로 정의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에 대해 솔직하게 마주하고, 상대에게 온전히 고백하고, 다가가려고 해요. 저라는 사람은 그러지 못한 순간이 많았어요. 제 마음이 커서 한 발자국 다가갔는데 상대가 물러서면 작아지고, 움츠러들었죠. 그런 형태를 배웠어요. 온전히 내 마음을 다하는 것, 솔직하게 마주하는 게 사랑 아닐까 싶어요. 저는 부끄럽게도 그러지 못했기에 영향을 받았어요.”



용준이가 솔직하고, 순수하게 직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홍경은 용준이에 대해 분명함이 있는 인물이라 분석했다.

“용준이는 하고 싶은 걸 못 찾은 것뿐이지 자기 주관, 마음에 솔직한 친구라고 느꼈어요. 용준이의 인물적인 게 조명되는 영화는 아니라, 은연 중에 만들어갔죠. 철학과를 나와 자기 세계가 분명한 친구일 것 같다고 얘기했어요. 거기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자기 주관, 삶에 대한 것들이 엄마아빠 아래에서 자라오며 영향 받은 것도 있을 거고요.”

넷플릭스 시리즈 ‘D.P.’, 웨이브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1’, 영화 ‘결백’ ‘정말 먼 곳’ ‘댓글부대’ 등 작품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겨온 홍경. 그가 이번 작품에서는 깨끗하고, 순수한, 그 전에 보여줬던 얼굴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

“빈틈없이 빽빽하고 잘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빈틈이 많았으면 좋겠고, 수수했으면 했죠. 세팅하지 않아 바람이 불면 머리도 날리고, 화장기도 없었으면 했어요. 그런 외적인 것들을 헤어 메이크업 팀과 이야기했죠. 감독님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본연의 모습이면 좋겠다고 하셨죠. 빽빽하게 머리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게 아닌, 자연스러움 속에서 피는 것들이 있었으면 싶었어요.”



용준을 통해 느낀 감정도 그전의 연기들과 달랐다. 홍경은 “솔직함을 마주하는 것, 그게 제일 컸던 것 같다”라고 말문을 이어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게 이런 것일 수 있겠구나를 배웠어요. 그거로 작아지는 순간,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많아 많이 배웠죠. 이성을 사랑할 때뿐만 아니라, 솔직하게 마주하는 것. 용준은 솔직하게 마주하는 것 같아요.”

‘청설’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라이즈 중인 3인방이 모였다. 홍경, 노윤서, 김민주는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로 청량하면서 풋풋한 설렘을 전한다.

“윤서 배우는 아시다시피 슈퍼 커리어를 쌓고 있잖아요. 작품들을 다 봤어요. 첫 촬영에서 느낀 건 굉장히 총명하고, 영민하고, 똑똑함이었어요. 본인이 신에서 해야 하는 것들을 명확히 알더라고요. 연기 외에는 리더십도 좋았어요. 현장에서 같이 만들어주시는 분들과 호흡, 동력을 배우입장에서 불어넣어야하는 순간이 있는데 잘 챙겨주시더라고요. 자극받고, 배웠죠. 민주 배우는 진짜 깊어요. 우리 영화의 굴곡은 민주 배우가 만든다고 생각해요. 내 몸 어딘가를 긁으면서 만드는 게 진정한 불편함이라 생각하는데 언니-동생 입장을 너무 잘 표현하더라고요. 우리 영화에서는 그 갈등이 분명해요 둘이 만드는 갈등이 너무나 마음 저리고, 아프고, 후벼 파는 것들이었어요. 연기적 깊이나 이런 것들을 보면서 놀랐고, 하면서는 굉장히 유연했어요. 던지고, 어떤 것은 받고. 민주 배우 장면 중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레인에 멈춰서 모자를 던지며 답답해하는 장면이었어요. 저에겐 굉장히 시네마틱했죠. 한 몽타주 장면에서도 레이어를 보여주는 구나 감탄했어요. 많이 배웠고요.”



‘청설’은 도파민에 중독된 세상에서 주인공들의 순수한 마음은 성별과 연령을 막론하고 보는 이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매력이 있다. 특히 세 사람의 진심과 그들의 친구, 가족들이 보여주는 가족애까지 ‘청설’은 단순 로맨스 영화를 넘어 ‘웰메이드 힐링 영화’로 완성됐다.

“‘청설’은 저에게 각별해요. 윗세대 선배님들을 보면서, 영향 아래에서 자랐잖아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달라져 20대들의 초상이 그려지는 방식이 극장보다는 다른 창구로 생겨났어요. 마냥 판타지적이고, 장르적인 게 많아지는 시기인데 우리 삶이 녹아져있는 작품을 내보일 수 있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아요. 관객들이 봤으면 보다, 이 영화가 꽃피워줘야 기회가 생길 것이고, 20대들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내보일 수 있으니 그걸 걸 보여주고 싶어요. 이 시기가 지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저희의 퍼포먼스로 드러났으면 하죠. 투자해주신 무비락에게도 감사해요. 얼마나 어려운 선택이었겠어요. 그걸 잘 알기에 각별하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매니지먼트mm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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