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매강' 박지환, 천상 배우의 마음가짐 [인터뷰]
입력 2024. 11.06. 08:00:00

박지환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천상 배우'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명연기의 비법을 물어도 "그 인물에 맞는 짐을 가볍게 꾸리고 상대방에게 온전히 집중을 한다"고 말하고, 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를 물어도 "다음 작품이 매력적이면 해보는 것"이라며 담백한 답변을 내놓는다.

'범죄도시' 장이수를 시작으로 '믿고 보는 배우'가 된 박지환이 본격적인 코미디에 도전했다. '국가대표 복서 출신', '옴므파탈'이라는 신선한 키워드의 형사지만, 박지환은 코미디 장르에 걸맞게 '클리셰'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강매강'은 '강력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강력반'의 줄임말로, 전국 꼴찌의 강력반과 최고의 엘리트 강력반장이 만나 최강의 원 팀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지환은 "초고가 나왔을 때 이런 작품이 있다면서 보여줬다. 그때 읽어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어떤 역할인지는 모른 상태로 '한다면 무중력을 하지 않을까?' 이야기만 나눴었다"며 "그러다가 몇 개월 뒤에 진짜로 작품에 들어가게 된 거였다. 그때 덩치가 조금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벌크업을 하려 했는데, 너무 먹어서 8~9kg 정도 사이즈업이 됐었던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영화 '범죄도시', '핸섬가이즈' 등 앞서 다른 코미디 장르에서도 박지환은 큰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코미디 장르에 대한 익숙함 때문 '강매강'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매 작품은 해도 해도 낯설고, 영원히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제가 대본에 맞는 코미디를 보는 눈은 열심히 훈련하지 않았나. 그것에 맞춰서 더 재미있게 상대방과 이렇게 저렇게 해보는 것 같다. 아무래도 박지환이라는 사람이 있기에 비슷한 결은 피할 수 없겠지만, 그것 마저 뭐라고 하면 죄송하다고 말하면 그만이다. 그 모든 걸 제가 잘하고 못하고는 동료들이 만들어주는 거다. 그래서 '강매강'이 정말 좋았다. 남들이 보면 무리하는 게 아닌가 싶은 장면도 정말 촬영했다."



박지환은 국가대표 복서 출신인 불도저 형사 무중력을 연기했다. 코믹 장르 특성상 '강매강' 속 강력반은 모두 전형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무중력은 블랙 비니와 가죽 점퍼를 입고, 운동선수 출신으로서 가장 강력반 이미지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저는 진심으로 클리셰(예측 가능한 표현, 설정)스럽게 하려고 노력했고, 그것을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정말 뻔한 인물이니 다르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치열하거나 은밀하게 표현하지 않으려고 순간순간 포인트마다 노력을 했다. 특히 무중력은 그 안에서 가장 전형적인 캐릭터였다. 그걸 거부하거나 저 혼자만 마음에 드는 인물로 고칠 수도 없었다. 클리셰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진부함을 느끼지 않게 에너지를 전달하면 사랑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어 박지환은 무중력이 돋보이는 데에 동료 배우들의 몫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늘 상대방에게 집중을 한다. 상대방이 저를 어떻게 봐주느냐에 따라 제가 달리 보인다"며 "제가 혼자서 '멋지다'라고 하면 그냥 자아도취다. 그런데 주변에서 '오늘은 좀 신선하다'하면 밖에서 저를 그렇게 봐주는 거다. 상대방에 온전히 집중하다 보면 저의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특히 '강매강'에서는 박지환의 마성의 옴므파탈 연기가 화제가 됐다. 모든 이성을 꾀어내는 치명적인 카사노바 연기를 펼쳐 큰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연기하기 부끄러운 장면들도 있지만, 결국엔 해보면 안다. 생각보다 과한 게 아니었다는 것도 알고, 이 정도 유머를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생각에 너무 강렬해서 못하겠다 싶으면 결국 못하는 거다. 그러니 가봐야 하는 거다. 가보면 작품을 한층 더 이해할 수 있다. 또 작가님의 힘을 믿어본다. 작가님들 모두 코미디 역사에 한 페이지를 쓰셨던 분들이니 그걸 믿고 기대어 보는 거다. 물론 찍으면서도 모두가 그렇게 웃겼다고 하더라. 옆에 할머니들까지 쓰러지는 장면들을 보면 '이 정도가 맞나' 싶겠지만, 이 드라마는 그 정도까지 가야 미덕이라는 분위기였다."



김동욱, 서현우, 박세완 등 '강매강' 출연 배우들은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입을 모아 팀워크를 자랑했다. 특히 세 배우는 모두 강력반에서 최연장자였던 박지환에게 많이 도움 받고 의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건 그 친구들의 생각인 것 같다.(웃음) 오히려 제가 더 아이디어를 얻고, 제가 고민하는 지점에 대해서 도움도 많이 받고 자신감을 얻었다. 저는 그냥 우당탕탕 넘어가지 않게끔 하자는 말만 한다. 신을 확 넘긴다고 잘 나온 것은 아니니 차근차근 해야한다고 말했었다. 코미디일 수록 자기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자기만 웃기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래서 그런 걸 경계하는 경우는 있었다."

그러면서 박지환도 함께 호흡을 맞췄던 강력반 멤버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박)세완이는 원래 코미디적인 것을 느낌있게 잘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강매강'에 와줘서 좋았다. (이)승우는 맑고 순수한 에너지가 있다. 때묻지 않은 느낌이 있어서 좋고 사랑스러웠다"며 강력반의 막내들을 언급했다.

이어 "(김)동욱이는 경험이 많아서 정말 현장도 잘 이끌어줬다. (서)현우는 모든 게 흔들리지 않게 온갖 곳을 청소하는 느낌"이었다며 "서로가 편해지면서 온전히 신뢰가 쌓이니까 그때는 정말 완벽한 상태가 됐다. 그래서 초반부도 열심히 했지만, 드라마가 후반부로 갈수록 짜임새가 있다. 처음에는 본인 하나 간사하기 바빴다면, 나중에는 그걸 이겨내고 모두 함께하는 느낌이 보일 거다. 저는 그걸 현장에서도 느꼈고, 정말 다 훌륭했다. 물심양면 옆에서 한 신을 위해서 서로 도와주고, 그런 합이 정말 좋았다"고 되돌아봤다.



박지환 하면 '범죄도시'를 절대 빼놓을 수 없다. '범죄도시'의 장이수로 얼굴을 알린 뒤, 박지환은 특히 다수의 코미디 장르 작품에서 활약했다. 이에 이미지 변신에 대한 고민이 없는지 묻자 "이미지에 대한 욕심은 특별히 없다"며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물론 저도, 그리고 어떤 배우들도 항상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본인이 하고 싶은 역할을 하는 배우는 몇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생에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몇 있겠나. 선택되고 뭐라도 할 수 있으면 하는 거다. 저도 역할에 선택되는 경우가 더 많지, 선택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없다. 제가 선택한다고 한들 '내가 하고 싶은 게 맞나', '내가 하고 싶다고 한들 관객들이 원하는 이미지가 맞을까'와 같은 내용을 모두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은 기본적으로 감안하고 선택한 직업이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 평생 한 역할만 한다고 해도, 나중에는 그 역할의 대가가 되어 있지 않겠나. 저런 내용을 고민할 시간에 그 역할을 더 연구하고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시간에 대본을 한번 더 보고 어떻게 퀄리티를 높일지 고민하는 시간이 결국 다 결과로 가게 되더라. 그래서 제 삶을 바꿔준 역할이기도 한 장이수도 정말 좋다. 어떻게 보면 장이수라는 역할은 이제 세상에 저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친근하다. 하지만 이후에 다른 역할을 했을 때 사람들이 장이수와 비슷한 결이라고 말해서 제가 작업을 안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 안에서 변화의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계속 해나가는 것 같다."

이어 박지환은 여러 작품에 계속해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도 감사함과 무서움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뿐만 아니라 항상 모든 사람이 감사할 일이 많아지면 그때부터 스스로 두려워지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봤을 때 완벽하고 잘해 보일 뿐, 본인의 한계와 실력을 스스로는 안다. 그걸 모르면 정말 오만한 거다. 저도 칭찬받는 걸 너무 좋아하고 감사하지만 그럴수록 작업을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스스로도 많이 경계한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뷰 초반 다양한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박지환은 "'저 배우 열심히 한다더라', '최선을 다 한다더라'와 같은 소문을 듣고 선택해 주시지 않았을까"라며 겸손한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인터뷰가 마무리될 때쯤 그 이유는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지금의 연기에 안주하지 않는 것, 상대 배우에 집중해 함께 작품을 만드는 것. 어쩌면 당연하고 쉬워 보이는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을 그는 늘 되새기며 성실하게 달리고 있었다.

"며칠 전에 추창민 감독님, 전배수 형, 이렇게 셋이서 밥 먹다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감독님이 '지환 씨는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신을 흔들고 주고 받는 것을 다 하냐'고 묻더라. 그때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이 너무 소중해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과연 역할이 조금 줄어들고 관심도가 떨어졌을 때도 훌륭하게 잘 버텨낼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봤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는 사실 안 좋은 시절이 훨씬 더 많았고, 배수 형이 그때 제가 잘 버텼다고 얘기해 주시더라. 그러면서 마지막에 성실함을 못 이긴다고 말해줬다.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흔들림도 잠깐일 뿐, 또 어딘가에서 뭔가를 또 하고 있을 거라고 말했다. 저는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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