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영의 새로운 출발선 '지옥에서 온 판사' [인터뷰]
- 입력 2024. 11.07. 15:15:48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모델에서 배우로 전향한 지 어느덧 11년 차. 드디어 김재영 노력의 결과가 빛을 발했다. '지옥에서 온 판사'를 통해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거머쥐며 자신의 진가를 입증해 낸 배우 김재영이다.
김재영
지난 2일 종영한 '지옥에서 온 판사'(극본 조이수/연출 박진표 조은지)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 강빛나(박신혜)가 지옥같은 현실에서 인간적인 열혈형사 한다온(김재영)을 만나 죄인을 처단하며 진정한 판사로 거듭나는 선악공존 사이다액션 판타지다.
"현실과 다른 사이다 복수, 그런 판결 부분이 시청자들이 재밌게 봤던 포인트인 것 같다. 빠른 전개, 드라마 안에 희로애락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보니까 공감대 형성이 많이 된 게 아닐까. 러브라인은 다른 드라마에 비해서 적은 편이었던 것 같다. 범죄를 다루는 게 많고 판타지 소재가 있다 보니까 러브라인을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더라. 저는 한다온이라는 역할을 연기하니까 러브라인이 빠지면 안 됐다"
극 중 김재영은 악마의 마음마저 따뜻하게 물들이는 인간적인 형사 한다온 역을 맡았다.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역동적으로 한다온 캐릭터의 여심 저격 매력을 완성했다.
"드라마가 전개가 빠르고 재밌더라. 이게 영상화되면 너무 재밌겠다는 생각이 첫 번째였다. 한다온이라는 캐릭터를 보고 나서는 그동안 내가 해왔던 캐릭터와 다르다는 느낌이 있더라. 감정들도 많고 다른 드라마에선 여자 캐릭터로 나올법한 인물인데 이런 도전도 재밌겠다는 생각에 (출연이) 간절했던 것 같다"
또한 과거 연쇄살인마에 의해 가족이 모두 살해당한 상처를 가지고 있는 한다온이라는 인물의 아픔을 묵직하게 표현하며 무게감 있게 극을 이끌었다. 회차마다 등장하는 법정신은 겹쳐 보이지 않도록 표정 연기 하나까지도 신경 썼다고.
"한다온이 피해자들에게 감정 이입을 많이 한다. 보는 사람입장으로 표현을 해줘야 한다. 법정신을 보면 대사가 거의 없다. 슬퍼하고 분노하는 게 회차마다 겹친다. 그 차이를 주기 위해서 감독님이랑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시청자 입장에선 답답해 보일 수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다 감정이 터지는 신들이 있는데 그 부분도 조절해야했다. 이런 부분을 감독님이 많이 잡아주셨다. 현장에서 정말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연기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의상도 신경 써주시더라"
다만 한다온이 악마 강빛나를 너무 쉽게 믿고 사랑에 빠지는 부분에 대해 일각에서는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악마와 대립하는 관계였는데 어떻게 친해지고 공조를 할 수 있지?하는 반응이 있었다. 아무래도 한다온이 어릴 때 아픔이 있고 경찰로서 신념이 강한 인물이다 보니까 악마를 인정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표현이 될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로맨스 소재 드라마가 아니다 보니 그런 반응들이 있었던 것 같다. 3, 4화에서 한다온이 악마를 인정하는 신이 나오는데 코믹으로 가려고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전작들과 180도 다른 캐릭터로의 변신을 꾀한 김재영. 판타지 장르 도전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도 많았지만, 캐릭터를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그려내는데 성공,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자아내며 인생 캐릭터를 완성해 호평받았다.
"지옥이라는 부분이 나올 때 용어 같은 것들이 좀 어려웠다. 읽는 사람들은 다시 읽으면 되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한 번에 지나가지 않나. 지옥을 표현할 때도 지옥 소재 드라마가 많아서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 그 부분이 길지 않고 사건 위주로 전개가 된다. 나중엔 시청자분들도 악마가 등장하는 걸 좋아해 주시더라. 그만큼 표현이 잘 됐다고 생각했다. 바엘을 연기하신 신성록 선배님을 보고 멋있다는 반응도 많더라. 악마들이 멋있게 나올 때 부러웠다. 한다온도 멋있긴 한데 기억이 잘 안 나서 아쉬웠다"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는 상대 배우인 박신혜의 도움이 컸다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로코를 해본 적이 없다 보니까 박신혜가 조언을 많이 해줬다. 정말 베테랑이다. 눈빛이랑 표정을 잘 쓴다. 사랑하는 표정, 냉랭한 표정, 아쉬운 표정을 잘 써서 같이 연기하면서 좋은 영향을 받으면서 했다. 키스신 때도 편하게 해줘서 많이 의지했다. 박신혜는 강빛나라는 캐릭터가 멋도 부려야 하고 전작보다 세고 액션도 많아서 힘들었을 거다. 이것저것 신경 쓰면서 연기했어야 했는데 중심을 잘 잡는 사람이었다. 현장에서 밝은 에너지를 보고 많이 배웠다"
모델로 데뷔한 김재영은 2013년 영화 '노브레싱'으로 처음 연기를 도전해 '은주의 방',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너를 닮은 사람' 등 꾸준한 연기 활동을 펼쳤다. 다만 대부분의 작품이 다소 저조한 성적을 거둬 아쉬움을 남겼던바. 힘든 시기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팬들의 응원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힘들 때마다 팬카페 글이나 팬들에게 예전에 받았던 편지를 읽어본다. 너무 힘든 시기에 제 드라마 연기를 보고 극복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울컥한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내 일을 했을 뿐인데 이런 반응을 보니까 너무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실 다른 일에 대한 겁도 많이 났다. 30대가 되다 보니까 다른 일을 할 수 있을까 1년 정도 쉬면서 고민한 적도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흥행 갈증 해소와 동시에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김재영. 그가 앞으로 펼쳐낼 행보에 기대감이 모인다.
"같은 모델 출신 배우들이 너무 잘돼서 기쁘지만, 예전엔 조바심이 있었다. 후배인데도 먼저 올라가는 걸 보면 한편으로 나도 잘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이제 조바심을 조금씩 줄여가는 것 같다. 제가 못했던 것들은 과감히 끊어내려 한다. 아직 나아갈 길이 많으니 그런 것들에 대한 조바심은 있지만 지나간 것에 대한 아쉬움은 떨쳐내려고 노력 중이다. 이번 작품이 잘 돼서 굉장히 기쁘고 사람들에게 김재영이라는 배우가 조금 더 각인된 것 같다. 예전엔 캐스팅 기사가 나면 안 좋은 반응도 많았는데 이제는 확실히 힘이 좀 생긴 것 같다. '지옥에서 온 판사'가 등에 업혀져 있는 느낌이다(웃음)"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매니지먼트 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