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판사' 감독 "박신혜=잔다르크,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됐기를"[인터뷰]
입력 2024. 11.09. 08:00:00

지판사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지옥에서 온 판사’가 'SBS 금토극 사이다 유니버스' 계보를 이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끝까지 짜릿하고 통쾌한 엔딩이었다.

지난 2일 막을 내린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극본 조이수, 연출 박진표, 이하 '지판사')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 ‘강빛나’(박신혜)가 지옥같은 현실에서 인간적인 열혈형사 ‘한다온’(김재영)을 만나 죄인을 처단하며 진정한 판사로 거듭나는 선악공존 사이다액션 판타지다.

‘지판사’ 최종회는 전국 11.9%, 수도권 11.3%, 순간 최고 시청률 14.7%를 기록하며 동 시간대 전 채널 1위, 토요 미니시리즈 1위, 주간 미니시리즈 1위를 차지했다. 광고주들의 주요 지표로 활용되는 2049 시청률 역시 4.3%로 토요일 방송된 전 채널 모든 프로그램 중 1위에 올랐다.

‘지판사’ 연출을 맡은 박진표 감독은 최근 셀럽미디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지판사'에 보내주신 시청자들의 많은 응원과 깊은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막바지 후반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방송을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정말 큰 힘이 됐다. 많이 든든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실 일부로라도 흥행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판사’의 주요 배경과 설정인 지옥과 악마의 죄인 처단이라는 세계관, 판타지가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약간은 생경하실 수 있고 한편으론 약간의 항마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판사’에 보내주신 시청자들의 열혈 응원과 사랑에 전 스태프와 배우들은 마지막까지 힘을 내서 무사히 종영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감사하다."



‘지판사’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간 죄인들을 처단, 지옥으로 보내는 스토리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이 과정에서 다뤄진 교제폭력, 보험살인, 아동학대 등은 실제 현실에 있을 법한 사건들이기에 더욱 시청자를 분노하게 했고 죄인들이 처단됐을 때 느끼는 '사이다'도 강력하게 만들었다.

박 감독은 연출에 있어 주안점을 둔 부분에 대해 "제가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아무래도 '작가님의 훌륭한 기획의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였다. 사실 제가 ‘지판사’의 연출을 맡게 된 결정적 계기가 기획의도의 몇 줄이었었다. ‘인간이길 포기한 자들에게 교화될 기회를 주기 전에 자신에게 남아있었던 삶의 기회를 빼앗긴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위로가 먼저이길 바란다’ 그리고 또 한 줄 ‘당신이 불편하길 바란다’ 였다. 이 기획의도를 끝까지 잊지 않고 지켜내야 ‘지판사’가 완성될 수 있다 믿었다. 모든 답은 대본 안에 있으니 대본을 보고 또 보면서 기본에 충실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드라마 내적으로는 뉴스에 등장했거나 등장할 법한 사건들. 살인을 저지른 자와 목숨을 빼앗긴 피해자, 처절하게 살아남은 유족들의 아픔, 그리고 재판이 끝나고 시작되는 또 다른 재판과 강력한 처단, 그리고 지옥의 세계관. 인간의 몸에 들어간 악마. 사건을 뒤쫓는 형사. 그들의 금지된 사랑. 점점 인간화되는 악마와 흑화되어 가는 형사. 그들의 관계성과 여러 가지 상황에서 나오는 인물들의 코미디. 거기에 악마와 악마의 대결까지. ‘지판사’에는 이렇게 여러 가지 많은 장르가 혼합되어 있다. 이 각각 장르의 특성을 살리면서 그들의 톤을 마치 백화점의 멋지게 포장된 종합 선물세트처럼 어느 하나 튀지 않고 물 흐르듯 한 톤으로 만들어 내보자 라는 게 처음 기획단계부터 마지막 방송이 나갈 때까지 제 숙제였고 고민이었다. (숙제와 고민을 풀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적으로는 고정 주요 등장인물들, 에피소드 인물(특별출연) 포함 40여 명이 넘는 배우들과의 소통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발전시켜 나가는 작업이 가장 중요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지옥의 비주얼과 지옥세계관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vfx와 특수분장, 미술, 소품, 의상, 분장에 공을 많이 들였다. 지옥의 비주얼은 이미 기존의 작품들에서 소비된 느낌은 답습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박 감독이 생각하는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그는 "훌륭한 의도를 가진 좋은 대본, 최고의 제작사와 스태프들, 박신혜, 모든 배우들의 열연, 음악"이라고 5가지를 꼽았다.

특히 박 감독은 '박신혜의 열연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중 배우 박신혜는 앞서 말씀드린 모든 것을 어깨에 지고 돌격한 뒤 맨 앞에서 시청자들과 만나는 우리의 히어로였다. 맑고 투명한 큰 눈에서 안광이 발하는 중력 같은 배우다. 시청자들을 포함해 우리 모두가 그녀에게 빨려 들어가서 그녀의 세계에서 아주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나의 세계로 온 걸 환영해”(이 외에도 많지만, 박신혜 배우가 손수 만든 대사다. 포스터에도 메인 카피로 쓰였다). 다들 이번에 경험하셨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연출인 저 조차도 최후방 모니터에서 디렉팅을 잊은 채 그녀의 연기를 종종 구경하게 되더라.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그녀는 강빛나였고 유스티티아였지만 제게는 잔 다르크였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판사'의 또 다른 주인공 김재영에 대해서도 "다온역을 맡을 배우를 찾는 과정 중 만난 배우다. 감독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머리 위로 아우라가 느껴졌다. 당시 저의 눈을 똑바로 보지 않고 약간은 수줍어하는 표정이었는데 '어?, 귀엽네? '라고 느끼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그때 외로운 늑대같이 굉장한 남자다움이 느껴졌다. 아시다시피 다온이라는 캐릭터는 어릴 때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경찰이 되었는데 악마인 빛나를 의심하고 사랑해야 하는 역할이지 않나. 나중엔 흑화도 되고. 얼핏 입체적인 캐릭터로 보이지만 그 누가 했어도 정말 어려운 역할이다. 김재영 특유의 긍정과 발랄함을 잃지 않고 묵묵히 현장을 지켰줬다. 아주 성실하게. 역할 소화도 멋지게 해냈다. 이제 저도 그의 열혈 팬이 되어 그가 높이 날아오르길 응원한다"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외에 '지판사'를 함께한 모든 배우들에게 "단 한 분이라도 빠졌으면 삐걱거렸을 거라는 확신이 들 만큼 다들 온몸으로 온 맘으로 열연해 주셨다. 시청자들에 앞서 최전선 가까이서 그들의 연기를 본다는 것 자체가 제겐 특권이자 선물이었고 행운이었다"라고 만족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지판사'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13부 빛나의 재판, 정태규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기 전 '결국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억울하게 생명을 잃은 피해자에 대한 애도와 죽음 같은 삶을 살아온 피해유가족에 대한 위로일 것이다. 피해자와 피해유가족이 용서하지 않은 죄는, 법 또한 용서하지 않는다.' 빛나와 제작진, 작가, 연출인 저는 결국 이 대사를 하려고 험난한 길을 걸어왔고 이 대사와 함께 14부에서 정태규를 처단한 뒤 고인들을 한 분 한 분 모신 장면에서 ’지판사‘를 만든 사람들의 마음을 시청자들께 전하고 싶었다. 시청자들과 제작진, 빛나, 우리 모두가 같은 마음이길 바란거다. 그리고 2년 후 우리는 빛나와 함께 그동안의 피해자와 유족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그들은 아주 조금씩 한 발자국 내딛으려 힘을 내고 있어요. ’지옥에서 온 판사‘는 그런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빛나가 장난스럽게 아이들에게 말하던 말 '착한 사람은 행복하게 살고 나쁜 사람은 벌 받는 거, 그게 정의야'이 단순하고 정직한 한마디가 우리 마음속 희망이나 이상, 판타지가 아니고 아주 당연한 현실이 되는 날이 오길 지판사를 만든 제작진은 바란다"라고 희망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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