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이즈의 끝없는 고민 [인터뷰]
- 입력 2024. 11.12. 08:00:0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믿고 듣는 싱어송라이터'로 자리잡았음에도 불구하고, 헤이즈의 고민은 계속됐다. 이번 앨범을 내기까지 그는 고민을 거듭했고, 그 끝에 겨우 새로운 앨범을 들고 올 수 있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리움'으로 정의한 앨범, 그 안에는 헤이즈가 전해주고 싶은 위로들로 가득차 있다.
헤이즈
헤이즈는 "항상 노래 나오기 전에는 정말 떨린다.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 아무래도 항상 작업실 안에서만 듣던 노래들이 세상 밖에 공개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며 "작업실 안에서 이런저런 고민도 많았고 나름의 풍파도 있었는데, 그게 다 잘 지나가고 결국 공개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도 크다. 또 좋아하는 계절인 가을에 인사드릴 수 있게 돼서 기쁘다"라고 컴백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발매한 'Last Winter(라스트 윈터)' 이후 헤이즈는 약 1년 만에 신보를 공개했다. 이번 컴백까지 긴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그는 "시간 지날수록 앨범을 만들면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텀이 조금 길어진 것 같다"며 "'이 곡이 괜찮을까', '이 단어가 괜찮을까', '이 정도면 될까' 하는 고민들이 앨범을 내면 낼수록 점점 쌓여간다. 완성도를 높여가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시간이 좀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그리움'이라는 주제로 모인 일곱 개의 트랙이 유기적으로 전개된다. 이에 전체적으로 발라드 장르의 곡이 주를 이뤄 가을에 어울리는 곡들이 다수 수록됐다.
헤이즈는 "'그리움'이라는 주제가 정해진건 타이틀곡이 정해지면서부터다. 제가 썼던 곡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지난 이야기에 대해 쓰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기반이 돼서 나오는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이 주제로 엮게 됐고, '그리움'이라는 주제에 어울릴만한 곡으로 모았다. 장르도 계절에 어울릴 수 있는 곡들로 모으다 보니 발라드가 많아졌다. 가을에 어울리는 곡을 모으려고 많이 노력해서 빠지게 된 곡들도 몇 있는데, 아마 다른 계절에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타이틀 'FALLIN''은 사라져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풋풋하고 미숙했던 사랑에 빗대어 풀어낸 곡이다. 헤이즈는 "앨범 작업 중 겪은 풍파 중 하나는 타이틀 결정도 있었다"면서 "타이틀을 정하기까지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FALLIN''이라는 곡의 데모가 예전부터 회사에 있었고, 그때 들었을 때도 좋다고 생각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곡을 잊고 있다가 대표님이 타이틀을 정하는 게 어려우면 이걸 해보는 게 어떠냐며 제안하시더라. 다시 듣게 됐을 때 모두가 만장일치로 의견이 모아졌고, 저도 이 곡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결정됐다. 이 곡이면 내가 써놨던 곡들을 '그리움'이라는 주제로 모아서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새로운 감성이기도 했고, 잔잔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단어와 멜로디로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어른이 되어가는, 그리고 사랑의 무게와 헤어짐의 무게를 알게 되면서 적당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가사들이 와닿았다. 들으시는 분들도 이걸 느꼈으면 하는 기대로 타이틀을 선정하게 됐다."
헤이즈는 긴 고민 끝에 발매한 앨범의 만족도에 대해 "90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확한 메시지가 있고, 저를 담아낸 곡들이다. 항상 아쉬운 것도 있지만 어느 정도 만족했으니 앨범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이어 "항상 '더 수정할 건 없었을까', '더 좋은 표현은 없었을까'라는 고민을 공개 직전까지 하는 것 같다. 이런 아쉬움은 항상 있고, 결국 100% 만족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앨범을 못 내니까, 그렇게 아쉬움은 남겨두고 발매해 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음원 차트에서 항상 상위권을 휩쓸었던 바, 헤이즈에게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묻자 "저는 생각보다 정말 연연하지 않는 마음가짐으로 여태 앨범을 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잘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쓴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시기, 온도, 저라는 사람, 들으시는 분들이 어떻게 맞아떨어지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또 여러 사람들이 만들어준 곡이니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은 있다. 많은 사람이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리고 들어주시는 분들께 진심과 메시지가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크다. 그렇지만 예전에 1위를 할 때도, 잘 됐을 때도 그런 생각은 안 했다. 성적에 연연하기 시작하면 앨범을 못 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들려드릴 수 있는걸 들려드려야 한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와 같은 생각을 주로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헤이즈가 이번 앨범에 대해 기대하는 반응은 "가을이라는 계절에 떠올릴 수 있는 앨범"이었다. 그는 "그리운 순간들이 떠올랐을 때 위로받을 수 있는 곡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각자의 상황에 맞는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올해로 벌써 헤이즈는 데뷔 10주년을 맞게 됐다. 그는 "10년 동안 이렇게 앨범을 내고 가수로 활동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르겠다. 앨범들을 10년 동안 내면서 흔들리는 여러 순간도, 감정도 있었을 건데 결국 다 잘 지나갔다는 게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 어쨌든 이 직업 자체가 들어주시는 분들이 없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그분들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 혼자서는 할 수 없던 과정들이니 도와주신 분들께도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10년 간 활동했던 시간들 중 그리운 순간을 묻자 그는 "6개월에 한 번씩 앨범이 나오던 2016년부터 2018년 사이의 시기"를 언급했다.
헤이즈는 "지금은 복잡한 생각도 많아지고, 컴백 텀도 길어지지 않았나. 물론 그때와 지금의 장점이 따로 있겠지만, 항상 서슴없이 뭔가를 해냈던 그때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운 것 같다"며 "지금은 그때로 돌아간다면 감사한 마음도 더 많이 표현하고, '내가 이 성적을 냈다'는 것을 한번 더 생각해 볼 것 같다. 그때는 그게 운이 잘 따라주는 거라고 생각해서 거기에 만족하거나 취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게 지속될 수 없다는 걸 아니까 일부러 작업실 안에 들어가 있었고, 축하받는 자리가 부담스러워서 사람들도 잘 만나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가둬둘 필요가 있었나 싶어서 돌아가면 만끽해 볼 것 같다"고 고백했다.
헤이즈는 목소리로 기억되는 가수를 꿈꾼다. 지난 10년 사이 '돌아오지마', '비도 오고 그래서', '널 너무 모르고', 'And July' 등의 곡으로 큰 사랑을 받았듯, 헤이즈는 장르에 연연해 하지 않고, 리스너들에게 위로를 전달하며 계속 곡을 써내려 갈 예정이다.
"저는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 해보고 싶다. 이번에는 발라드곡을 주로 풀어냈지만, 써둔 곡들 중에서는 앞서 보여드렸던 느낌의 알앤비도 많다. 이렇게 여러 정의가 모두 다 되는 가수라고 생각한다. 또 저는 목소리로 기억되는 가수가 되고 싶다. 무엇보다 위로 받고 싶을 때 찾을 수 있는 가수로 남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제가 해야 하는 본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잊지 않고 계속 곡을 써내려 가고 들려드릴 것 같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피네이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