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윤수, 꾸밈없이 반짝이는 배우[인터뷰]
- 입력 2024. 11.12. 09:00:00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첫 미팅을 가서 제 단점을 얘기하는데 눈물이 났어요.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단점이 될 수 있지만 나는 솔직하게 말하는 걸 좋아하고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라고 울면서 말하고 나왔어요."
남윤수
단순하고 솔직한 모습이 고영을 쏙 닮았다. 감독도 상대 배우도 바뀌는 혼란한 대도시의 문법을 답습한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남윤수는 기둥이자 연결점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며 배우로서 가능성을 증명했다.
드라마는 공개 직후 '티빙 TOP 20 프로그램' 5위에 랭크되며 높은 인기를 증명했으며, 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에서 평점 9.6점, 방영 첫 주 미주와 유럽, 오세아니아에서 톱5에 진입하는 등 글로벌 인기를 끌고 있다.
주인공 고영 역을 맡아 극을 이끈 남윤수는 "쉽게 접해볼 수 없는 캐릭터고 이야기다. 한 인물의 10년을 보여주는 게 흥미롭고 재밌을 것 같았고, 감독님 네 분과 작업 하는 게 너무 재밌을 것 같았다"라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퀴어물이라) 용기 이런 것 필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소설을 읽었을 때 감정선이라든지 그런 게 와닿았어요. 남남(男男) 이런 것을 떠나서 슬프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단순히 이 감정들이 느껴지니까 '재밌겠다'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죠. (퀴어물이라 부담이나 거부감) 그런 생각 하나도 없었고요. (제가) 단순해서 좋은 점이 있는 것 같아요. 남남 그런 것 빼고는 똑같았고요. (상대 배우한테도) '남자랑 여자랑 다 똑같다고 편하게 마음 가져라' 말했어요. 제가 먼저 하겠다고 리드하기도 했죠."
남윤수는 고영의 20대부터 30대까지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한 인물의 10년을 그리는 작업은 남윤수에게 큰 도전이었다. 외적으로는 "20대 초반에는 앞머리 일자로 내리고 사회생활 하거나 놀러 가면 꾸몄다. 초반에는 뷰러도 했다. 이후에는 단정한 회사원 나이대를 보여줬다. 상황에 따라서도 친구들하고 편하게 말하고 일할 때는 끼 부리면서 말하지 않는다"라는 차이를 뒀다고 전했다.
"고영이 20대에서 30대면, 제가 10대 중반에서 20대였을 시기를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재밌게 살아보자'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나이가 있고 연기를 하니까 복잡하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앞으로 뭐하지, 작품 언제 뭐하지, 하는 불안함이 생기는 것처럼요. 고영이 작가 생활하면서 한 고민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홍진호, 손태겸, 홍지영, 김세인 네 명의 감독과 모두 맞춰야 하는 부분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도시의 사랑법'이라는 한 작품으로 나와야 하기 때문에 연출 스타일이 변하는 가운데에서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감독님 연출에) 완전히 따라간다는 생각을 했어요. 따라가면서도 중심을 지켜야 했죠. 고영은 내용상으로 쭉 나와서 흐름에 맞게 연기를 해야 하니까요. 장점이 있는 것 같긴 해요. 깊은 감정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해야 할 게 많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디테일이 생기는 것 같았어요. 1, 2 화 때는 편하게 했고 뒤에는 복잡해지는 감정에 '이 연기가 맞나' 싶어서 복잡했어요."
작업 특성상 짧게 촬영하고 빠지는 배우들도 많았다. 남윤수는 이러한 과정에서 촬영이 부드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자신의 역할이었다고 얘기했다.
"파트너 배우가 불편해할 수 있는 생각을 했어요. 짧게 나오는 배우분들도 많이 있는데, 그분들이랑은 만나자마자 인사도 없이 키스하고 그런 부분이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겠다, 싶었죠. '제가 먼저 나서면 이 사람은 더 편하겠지?'라는 생각에 물어보고 그랬어요. 그런 환경을 불편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게 제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어려웠던 만큼 '대도시의 사랑법'은 남윤수를 성장시켰다. 연기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데, 그는 "작품을 하면서 캐릭터와 공감하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라고 했다.
"이전에는 저는 사실 캐릭터 서사에 공감을 잘 못했어요. '이때는 이렇게 찍으면 되겠구나' 생각했다면 '대도시의 사랑법'은 이 서사를 제가 보여줘야 하니까 그런 능력이 생긴 것 같아요. 그전에는 보여주는 척만 하면 됐지만 이건 그게 안 됐거든요."
연기에 대한 자세만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팬들의 사랑에 대한 마음가짐도 달라졌다고 전했다. 남윤수는 '대도시의 사랑법' 공개 이후 '이런 작품 해줘서 고맙다' '이미지 타격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대단하고 고맙다'라는 DM을 많이 받았다고. 그는 "연기하면서 이렇게 많은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신기했다"라며 웃었다.
"연기자분들이 왜 팬분들께 감사하다고 하는지 이제야 깨달았어요. 장문의 메시지, 고맙다는 말을 보면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건 받아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한편, 남윤수는 지난달 18일 크랭크인한 영화 '킬링타임' 촬영에 한창이다. 그는 "액션도 있어서 리허설을 해야 한다"라고 바쁜 근황을 전했다. 많은 사랑을 받은 '대도시의 사랑법' 이후 선보이는 작품에 대한 부담감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매 작품이 부담스럽다. 현장에서 내가 못 하면 내가 못 하면 다른 사람이 못하니까요. 같이 못 해 보일까 봐 걱정된다"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남윤수는 '뭐든지 할 수 있는 배우' 이미지를 가지고 싶다고 밝히면서 바른길로 안에서 많은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연기를 하면서 배우들이 엔도르핀이 팍 도는 순간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자극적인 거 찾게 되고 안 좋은 쪽으로 빠지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요즘에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쾌감을 막 느끼다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게 아닐까. 올바른 길을 걸으면서 재밌다고 느끼는 걸 쭉 하고 싶어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메리크리스마스, ㈜빅스톤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