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흘’, 오컬트에 휴먼 드라마 한 스푼…‘파묘’ 열풍 이을까 [종합]
- 입력 2024. 11.12. 17:17:08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2024년 마지막 오컬트 호러가 극장가에 출격한다. 이번엔 한국의 3일장 문화와 카톨릭 오컬트를 엮어 완성된 한국형 오컬트, ‘사흘’(감독 현문섭)이다.
'사흘'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사흘’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는 현문섭 감독, 배우 박신양, 이민기, 이레 등이 참석했다.
박신양은 “기획 시나리오를 봤을 때 두 가지 이야기가 한 영화에 들어있었다. 대본 안에 아빠와 딸의 애틋한 감정을 다룬 휴먼 드라마와 오컬트 장르가 같이 들어있었다. 한쪽 이야기를 다루기에도 영화 시간과 분량이 많다고 볼 수 없지 않나. 두 장르, 이야기가 묘하게 공존하는 게 흥미로웠다”면서 “오컬트 장르가 휴먼 드라마를 다루기엔 적합하지 않지 않나. 새롭고, 흥미롭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실제로 만들어내는 과정에 있어선 어디에 참고할만한 게 없었다. 각 장르별로는 있었지만 이런 이야기가 어우러진 건 본 적 없다. 실체화 시키면서 모험적이고, 흥미로웠고, 재밌었다”라고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된 박신양은 “어쩌다 보니 영화를 오랜만에 출연하게 됐다. 그전엔 드라마를 했고, 그림도 그리면서 전시도 했다. 그림, 드라마가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거라 어쩌다 영화를 오랜만에 하게 됐다. 영화는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감정의 강도를 끌어내야 하기에 다른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흥미롭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신양은 극중 죽은 딸을 살리려는 아빠 승도 역을 맡았다. 흉부외과 의사 승도는 심장 이식 수술 후 죽게 된 딸 소미의 장례식장에서 딸의 목소리를 듣게 되며 기이한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 인물이다.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한 박신양은 “저는 오컬트 장르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런 영화를 일부러 찾아본다거나, 제가 좋아하는 소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번에 하면서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 집중적으로 찾아보며 흥미롭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감정이라고 이야기하기엔 강력한 어떤 느낌인데 지금까지 했던 감정들과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감정이라고 하기엔 두려움이 극대화 됐다. 보통 영화에서는 상대방이나 보이지 않는 존재가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오컬트 미스터리는 보이지 않는 게 극대화될 때 효과가 잘 나타나는 것 같다. 같이 만들어가는 사람끼리 어떻게 하면 보이지 않는 그것의 존재를 크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할 얘기가 많았다”면서 “안 어울릴 것 같은 장르가 같이 있는 것도 그렇고, 안 보이는 존재를 어떻게 크게 만들어 갈 것인가 회의를 많이 했다. 10시간짜리 회의를 100회 정도 한 것 같다”라고 중점을 둔 부분을 짚었다.
‘사흘’을 통해 오컬트 장르에 흥미가 생기기도 했다고. 박신양은 “감정적으로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무서움과 공포는 감정적으로 강력한 것 같아 재밌었다. 계산만 가지고 되지 않는 것 같다. 그걸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어디에 최선을 다해야 하나, 다른 종류의 감정을 만들기 위한 숙제로 가득했다. 굉장히 재미있었고, 오컬트 장르가 상당히 흥미롭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새로운 경험”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민기는 구마사제 해신 역으로 분한다. 해신은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구마를 할 때마다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는 설정과 소미를 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트라우마와도 마주해야 하는 복합적인 내면을 가진 인물이다.
이민기는 “처음 하는 장르라 더 끌렸다. 오컬트 장르에 대해 호기심도 많았다. 대본을 받고 새로운 장르, 역할에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선택하게 됐다”면서 “과거에 구마를 당했고, 현재 구마사제가 되는 건 매력적인 지점이었다. 냉정할 수 있고, 간절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된 게 매력적이었다. 이 장르와 역할에 빠져들기 위해서는 구마라는 것에 조금 더 젖어들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부분에 있어선 감독님이 이 장르에 많이 빠져든 분이시다. 여러 영화, 책들을 추천받아 봤다. 그 역할에 빠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다”라고 했다.
대사 중 라틴어도 소화해야 했던 이민기는 “개인적으로 연기하는 것에 있어 대사 외우는 건 곧 잘하는 편이라 다행이었다. 그러나 라틴어는 중구난방으로 있는 숫자를 외우는 느낌이었다. 중간에 한 번 라틴어 자문 선생님이 중간에 한 번 바뀌어서 대사가 길어져 고생한 기억이 있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레는 미스터리한 존재에 잠식된 승도의 딸 소미를 연기한다. 소미는 사랑스러운 딸이었지만 심장 이식 수술 후 180도 변해버린 인물로 반전 모습을 예고,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이레는 “저는 오컬트 장르를 좋아해서 찾아보곤 한다.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깃들어있는 역할을 맡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항상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해 질문하게 되는데 재밌었고, 흥미로웠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소미 역을 위해 그는 “캐릭터를 구축할 때부터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우리 아빠였어도 극중 승도처럼 나를 구해주기 위해 모든 걸 다 했을 것 같더라.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소미보다 저로부터 찾게 됐다. 감정적인 신에서 딱히 연기라고 할 것 없이 저의 친아빠와 대화할 때 톤은 어떤지 모습들을 가지고 왔다. 하지만 소미가 다른 모습을 보였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걸 소미를 통해 확연히 보여져야한다는 게 있어 차이점을 확실히 두려고 노력했다”라고 언급했다.
이레는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 ‘파묘’의 김고은을 잇는 연기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이레는 “제가 오컬트 장르를 좋아해 ‘검은 사제들’을 많이 봤다.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역할 자체가 다른 설정, 인물이라 참고하거나 차별점을 둬야겠다는 생각은 안 가지고 갔다”라고 답했다.
‘사흘’은 현문섭 감독의 장편영화 입봉작이다. 현문섭 감독은 “‘파묘’로 인해 한국에 오컬트붐이 일어난 것 같다. 차별점은 한국의 정서와 서양의 오컬트가 존재하고, 그 안에 가족이 있는 다른 영화다. 영화에선 아빠가 딸을 잃은 상처로 시작하지 않나. 그런 감정으로 공포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 기획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공포영화를 좋아한다. 소재를 구성하다 보니 미스터리한 존재가 나오고, 공포영화 분위기를 띄는 게 오컬트가 잘 어울릴 것 같아 오컬트 장르로 데뷔하게 됐다. 제가 좋아하는 장르로 데뷔하게 되어 좋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초 극장가에는 ‘파묘’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오컬트붐’을 일으켰다. ‘사흘’은 ‘검은 사제들’의 김시용 미술감독, ‘잠’ ‘마녀2’의 장혁진 음악감독이 참여하면서 오컬트 열풍을 이어갈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
현문섭 감독은 “김시용 미술감독님은 ‘검은 사제들’을 하셔서 제가 먼저 컨택을 하고 싶었다. 굉장한 노하우가 있으셨다. 세트장을 만드는데 있어 장례식장은 답답하게 만들고 싶었다.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로 만들고 싶었다”면서 “장혁진 음악감독님은 공포영화를 좋아하셔서 저와 소통하며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흘’은 장례를 치르는 3일, 죽은 딸의 심장에서 깨어나는 그것을 막기 위한 구마의식이 벌어지며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오컬트 호러다. 오는 14일 극장 개봉.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