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곡들 쌓이면 떳떳하게"…이문세, 정규 17집에 대한 기나긴 고민 [종합]
- 입력 2024. 11.13. 15:25:44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가수 이문세가 정규 17집 발매에 앞서 두 수록곡을 먼저 공개한다. '현재진행형 레전드'로 불리는 그의 선공개곡에는 어떤 고민들이 담겨있을까.
이문세
이문세는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 볼룸홀에서 정규 17집 수록곡 선공개를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정규 17집 발매일과 관련해 이문세는 "오늘 공개되는 곡까지 포함한 세 곡도 사실 창작의 고통이라는게 이런 거구나 싶다. 예전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음악을 만들면서 씩씩하게 해왔지만 이제는 조금 더 면밀하고 세심하게 분석하고 곡의 완성도, 시기 등의 생각이 꽉 차있으니 오히려 예전에 비해서 새 음악을 만들기가 녹록지 않다"며 "그래서 더뎌지고 늦춰지는 것 같다. 빨라야 꼭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번 앨범에는 17집이라는 타이틀이 걸려있다. 지금까지 16장의 앨범을 냈고, 이번에 17번째를 준비하는 것"이라며 "까마득한 예전이지만 1집을 냈을 땐 앨범 17장, 20장을 내는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주어진 시기에, 주어진 환경에 좋은 음악을 만들어간 게 겹겹이 쌓여서 16집까지 냈던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번 앨범을 완성시키기 위한 곡들이 계속 쌓여나가 완성돼야 떳떳하게 앨범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별에도 사랑이'는 연인과의 이별을 넘어서,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들과의 다양한 이별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다. 이문세는 "예전에 나온 앨범들을 쭉 돌이켜보면 '옛사랑'이 수록된 7집에도 타이틀은 다른 곡이었다. 사실 '옛사랑'은 혼자 듣고 싶은 음악 정도였고,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아서 그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번 노래도 '옛사랑'과 다른 결이긴 하지만 그런 맥락을 보면 혼자 조용히 사랑이 도대체 무엇이었을지, 그 사랑들을 돌려보냈을 때 어떤 감정이었을지 되새겨볼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끝 마무리에는 이별이 고마웠다는 표현을 한다. 보통은 이별한 뒤에 후회를 하고, 남을 탓하고, 슬프고 외롭겠지만 '이별에도 사랑이'는 다시 한번 사랑과 이별에 대해서 짚어볼 수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별에도 사랑이'는 이문세가 싱어송라이터 HEN(헨)과 지난 선공개곡 'Warm is better than hot'에 이어 두 번째로 함께 작업한 곡이다. 템포 루바토(rubato)를 극대화하여 섬세하고 강렬한 이별의 감정을 표현한 발라드 곡으로 작·편곡가이자 영화 음악감독 박인영이 스트링 편곡에 참여했다. 이문세는 "헨은 제가 최근에 만난 뮤지션 가운데 가장 천재성이 곁들여진 음악인이라고 생각한다. 트렌디하면서도 고전적인 것을 놓지 않는다. 현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멜로디 진행과 가사로 저의 마음을 움직였기에 선택한 것 같다"며 "이번에 제가 받은 곡들도 누가 만들어준지 모르고 선택한 거 였는데, 알고 보니 헨의 작업물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별에도 사랑이' 뮤직비디오는 배우 윤계상의 출연 소식이 알려지며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윤계상은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텅 빈 공연장에서 자신의 이야기와 닮은 공연을 보며,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되는 남자주인공 역을 맡았다. 이문세는 뮤직비디오 감상 후에 "몇 년만 젊었어도 윤계상 배우의 연기를 제가 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 다른 선공개곡인 '마이 블루스'는 이문세가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곡이다. 가수로 긴 시간을 살아오며 느낀 감정과 상황들을 솔직하게 담아낸 이 곡은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목가적인 일상과 무대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이문세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문세는 "제가 늘 사석에서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잘 놀다 잘 가자'인데, 정말 많은 의미가 함축된 말이라고 생각한다. 잘 살기가 참 쉽지 않은 세상이다. 정말 후회 없이 잘 살았다는 말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할 수 있겠나. 그리고 잘 가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시간도 아껴 써야 하고,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한 시간이다. 젊은이에게 충고와 용기, 위안을 주고 싶었던 곡이다. 선배는 이렇게 살고 흘러가고 있으니 그걸 대비하면서 잘 살라는 격려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문세는 자신의 가수 생활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가끔 관객분들이 앞으로 10년, 20년은 계속 무대를 해달라는 찬사를 보내주시곤 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음악생활을 오래 해왔다는 것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선배님들이 은퇴한다고 하면 저도 그 수순을 밟아야 할 것 같아서 제가 가슴이 아프다"라며 "은퇴라는 것 자체는 쓸쓸하게 퇴장한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를 추억으로 생각하고 퇴장하겠다는 건데, 아티스트에게는 퇴장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트는 박수를 쳐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어도 마이크를 잡아야 하는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배님들이 모두 은퇴 공연을 하지 않았으면 싶은 거고, 저도 안 하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이 있다"고 밝혔다.
'별이 빛나는 밤에(1985~1996)', '두시의 데이트(1997~2000)', '오늘아침(2004~2011)'을 이끌며 '대한민국의 대표 DJ'로 자리 잡았던 이문세는 지난 6월부터 다시 라디오 DJ로 복귀했다. MBC 라디오 '안녕하세요 이문세입니다'로 매일 오전 11시에 청취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문세는 "라디오와 이문세는 떼놓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저는 라디오를 통해 성장했고 꽃을 피웠다. 수많은 청취자들과의 교감을 통해 지금도 박수를 받고 있다"며 "라디오를 공연, 앨범 작업 등 때문에 관두고서 14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라디오 복귀에 관련된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저는 항상 '언젠가는 돌아간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기 때문에 그들을 다시 만나려면 라디오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약 6개월 정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느낀 소회에 대해 "매일매일이 행복하면서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한 시간 정도 밖에 안되는데, 그 한 시간을 위해서 스태프들이 2시간 이상씩 회의를 한다. 예전에는 그 정도로 라디오에 집착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복귀하면서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욕심도 더 나서 투자를 더 많이 하게 되더라. 예전에 있었던 이문세의 영광을 되찾는다는 욕심을 부리고 싶지는 않지만, 라디오의 정서는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랑을 받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또한 이문세는 최근 팬들의 추가 공연 요청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시즌제 콘서트 '씨어터 이문 시즌4' 투어를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문세는 시즌1부터 시즌4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많은 스태프들의 도움에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구성과 기획력, 마케팅이 정말 절대적이고 압도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시즌4까지 하면서 한 번도 겹치는 구성이 없었다. 무대도, 연출도 모든 것들을 백지를 시작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갔다. 저는 주어진 환경에서 노래를 최선을 다해 불렀을 뿐이고, 그 외에 힘써주는 스태프분들이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해주신 덕분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태프들이 붙들고 만들어줘서 잘 안 될 수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한편 이문세 정규 17집 수록곡 '이별에도 사랑이', '마이 블루스'는 이날 오후 6시에 발매된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