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한 세일즈' 김성령의 발칙한 반란 [인터뷰]
입력 2024. 11.18. 09:00:00

김성령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배우 김성령에게 '정숙한 세일즈'는 단순한 연기 변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적극적이고 당당한 신여성으로 살아보겠다는 금희에 대한 공감으로부터 시작됐다. 여자들의 따뜻한 우정과 성인용품에 대한 선입견을 무너뜨리고 싶었다는 김성령. 배우로서 그의 사명감은 진정성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지난 17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연출 조웅, 극본 최보림)는 '성(性)'이 금기시되던 그때 그 시절인 1992년 한 시골마을,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뛰어든 '방판 시스터즈' 4인방의 자립, 성장, 우정에 관한 드라마다.

그간 드라마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성인용품이라는 소재와 여자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정숙한 세일즈'는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며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선사했다.

"시청률은 수치에 불과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주변에서 체감하는 것은 확실히 반응이 좋은 것 같다. 넷플릭스에서는 여전히 상위권을 하고 있고 주위에서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지인이 최근 사우나에 갔는데 다 '정숙한 세일즈'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 성인용품 구경하러 가자는 이야기를 실제로 들었다고 하더라"


극 중 김성령은 그‹š 그 시절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이대 영문과까지 나온 엘리트 오금희 역으로 분했다. 대본을 읽으며 김성령의 가슴에 와닿은 포인트는 남은 인생, 새롭고 즐겁게 살아보려는 금희의 의지였다고 한다.

"성인용품을 다루는 드라마라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대부분 폭력적이거나 미스터리 장르지 않나. '정숙한 세일즈'를 보면서 재밌고 따뜻한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다뤄보지 않았던 소재이기 때문에 과연 이게 방송이 잘 될까? 시청자들이 좋아할 거 같긴 한데 수위에 맞춰 잘 나갈 수 있을까 등 고민이 있었다. 여성 캐릭터를 주축으로 한 드라마라 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년이'도 같은 날 시작해서 신경은 쓰였지만, 이런 부류의 드라마가 다 같이 잘 돼서 좋았다"

오금희는 맞선으로 만난 남편을 따라 낯선 곳으로 내려와 담장 안에 갇혀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중, 우연히 성인용품 방문판매에 참여하게 된다. '방판 시스터즈'를 만난 오금희는 뜻밖의 자아 성찰을 하게 되고 이전과 다른 일상을 보내게 된다.

"오금희 대사 중 '내가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은 아니야. 그렇다고 내가 그 정도로 열린 사람까진 아니야'라는 게 있다. 금희의 상황을 잘 드러내는 대사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밖으로 나와서 소통하고 재미를 얻었다. 나는 다 겪어본 시대, 상황 아닌가. 정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들을 내가 전달하면 진정성이 느껴지겠다고 생각하고 신나서 했다"

다만 중반부까지도 오금희의 정확한 서사가 드러나지 않아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바. 후반부에서 오금희가 김도현(연우진)의 친모라는 사실과 김도현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밝혀졌다.

"금희가 부잣집 딸로 살다가 부모님 때문에 원치 않는 사람을 만나 애를 갖게 됐다. 혼자서라도 키우겠다고 집을 나갔다. 그러다 어느 날 불이 났고 아이가 화상을 입게 됐다. 부모님에게 아이를 데려가서 도움을 요청했는데 부모님이 아이를 포기하면 살려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도현이를 떠나보냈고 이후 만나는 남자들에게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했었다. 그러면 모두 떠났었는데 유일하게 안 떠난 게 최원봉(김원해)이었던 거다. 원봉은 도현이의 존재를 알고도 모든 걸 품어준다"


감동적인 모자 상봉과 동시에 방판시스터즈의 진정한 우정도 빛났다. 실제 촬영장에서도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연기하는 걸 잊어버릴 정도였다고.

"촬영하다가 한 명이라도 없으면 계속 찾게 되더라. 넷이 있어야 완성되는 기분이었다. 넷이 함께하는 신들이 많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들이 나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분위기였다. 작품 인기 요인 중 하나도 우리의 케미가 아니었을까. 남편들의 케미도 너무 좋았다. 모든 게 잘 맞아떨어져 이번 작품처럼 뭐 하나 아쉬운 거 없이 촬영 내내 편안하고 즐거웠던 적이 없다. 선물 같은 작품이다. 수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작품이다"

"성인용품에 대한 선입견도 무너뜨리고 싶다"던 김성령의 바람도 실제로 통했다. 드라마 방영 이후 성인용품 판매율이 올랐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다. "정말 바랐던 바다. 우리나라도 예전보단 나아졌지만, 여전히 선입견이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쉽다"

배우 김성령도 20대보다 더욱 다이내믹한 50대를 보내는 오금희 같은 삶을 살고 있을까. 어느덧 37년 차에 접어둔 김성령은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단다.

"미스코리아로 시작해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지 어느새 37년 정도 됐다. 이 일만 꾸준히 하다 보니까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아직도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집에서 늘 이런저런 일 해보는 걸 상상해 본다. 연기도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고 목마르다.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지 고민한다. 그걸 연극에서 찾으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운동을 시작한 이유도 발성이 좋아질까여서였다. 뒤늦게 연극영화과를 가서 연기 공부를 했다. 타고난 스타일은 아니지만 정말 노력형이다. 다만 요즘 욕심과 열정의 경계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고민이다. '정숙한 세일즈' 처럼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오듯 물 흐르듯이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 중이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FN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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