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판사' 최동구 "열심히 해야할 때, 묵묵히 걸어갈 것"[인터뷰]
- 입력 2024. 11.19. 08: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악역 이미지요? 아직 굳어질까 봐 걱정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역할이든 너무 감사하죠. 혹여 악역 이미지로 굳혀진다 하더라도, 또 다른 연기로 스펙트럼이 넓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앞으로 제가 해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그저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최동구
지난 2일 종영한 '지옥에서 온 판사'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 ‘강빛나’(박신혜)가 지옥 같은 현실에서 인간적인 열혈형사 ‘한다온’(김재영)을 만나 죄인을 처단하며 진정한 판사로 거듭나는 선악공존 사이다액션 판타지다.
‘지판사’ 최종회는 전국 11.9%, 수도권 11.3%, 순간 최고 시청률 14.7%를 기록하며 동 시간대 전 채널 1위, 토요 미니시리즈 1위, 주간 미니시리즈 1위를 차지했다. 광고주들의 주요 지표로 활용되는 2049 시청률 역시 4.3%로 토요일 방송된 전 채널 모든 프로그램 중 1위에 올랐다.
최동구는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 5선 국회의원 정재걸(김홍파)의 둘째 아들 정선호 역을 맡아 ‘인간 강빛나’ 살인부터 ‘악마 강빛나’ 피습까지 질긴 악연을 이어 나가며, 극 후반부 ‘연쇄살인마 J’를 잡을 수 있는 핵심 키로 맹활약했다.
최동구는 '지옥에서 온 판사'를 떠나보내며 "조금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진짜 감사하다는 말 밖에 없다. 너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사랑해 주셨다. 시청자 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정말 궁금했었는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좋아해 주셔서 진짜 감사한 마음뿐이다. 사건 사고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대본을 봤을 때부터 흥행을 예상했냐는 물음에 그는 "처음 봤을 때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잔혹 동화 같은 느낌이었다. 엄청 신선하다고 느꼈다. 요즘 사회 문제들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나. 사이다 같은 SBS 금토극과 잘 어울리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정말 통쾌했다. 너무 재밌게 읽었다"라고 답했다.
박진표 감독과의 인연으로 이번 작품에 합류하게 됐다는 최동구는 "운이 좋았다. 박진표 감독님과 인연이 있었다. 3년 전에 영화 '용감한 시민'을 함께했었는데, 저는 그때 단역으로 잠깐 출연을 했었다. 당시 박진표 감독님이 '동구에게 너의 얼굴로 서사가 있는 역할을 주고 싶다'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래서 '다음에 좋은 기회가 생기면 준비해서 찾아뵙겠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시간이 흐르고 이번 작품에 저를 불러주신 거다. 미팅이나 오디션 없이 바로 합류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현장에서 저를 정말 많이 믿어주셨고, 저의 믿음을 감독님이 지켜주셨다. 너무 감동이었다. 박진표 감독님께 너무 감사한 것 같다. 믿어주신 만큼 책임을 지려고 많이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박진표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듯 최동구는 그간 보여준 적 없는 얼굴을 꺼내보였다. 단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이자 또 피해자의 유족이기도 한 정선호의 복잡한 감정을 탁월한 완급조절로 완성해 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마약 중독자라는 설정이 있긴 했는데, 그것보다는 이번에는 정선호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서사에 집중했다. 어떤 인물을 만들어갈 때 동물을 떠올리곤 하는데, 이번에는 충성심 강한 '개'로 정해졌다. 정선호라는 인물을 처음 봤을 때 거칠고 강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연약하고 여린 친구더라. 그런 면에서 개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외형적으로도 정선호의 특징을 잘 드러나기를 바랐다고. 최동구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데 갈수록 살이 엄청 빠졌다. 후반부에 치닫을수록 피폐해지고 극한에 치닫는다. 5kg 정도 빠졌던 것 같다. 외적으로 폐쇄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런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라고 설명했다.
극 후반 정선호는 ‘연쇄살인마 J’로 밝혀진 정태규(이규한)의 악행을 낱낱이 증언한 뒤 스스로 죗값을 치르는 ‘죽음 엔딩’으로 최후를 맞았다.
최동구는 정선호의 엔딩에 대해 "동전의 양면 같다고 느꼈다. 첫 번째로는 나쁜 짓에 가담하고, 공범이기도 하지만 순수하고 여린 면도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자신의 죄를 이렇게라도 죄책감을 갖고 뉘우치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반면 또 '이 친구는 끝까지 쫄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죗값을 다 받지 않고 도망간 거 아니냐.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정선호에게 푹 빠져있었던 만큼, 유독 이번 캐릭터에서는 빠져나오기가 힘들었었다고도 털어놨다.
"작품이 끝나면 원래 비교적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는 편이었다. 평상시에 제 삶과 배우의 삶을 잘 분리해서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잘 안되더라.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지금도 밖에 아예 안 나간다.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이번에는 빠져나오는 게 좀 힘들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가장 많은 합을 맞췄던 박신혜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워낙 잘하는 배우이지 않나. (박) 신혜 배우와 정말 잘 맞았다. 호흡이 좋았다. '정말 큰 배우구나' 생각했다. '누가 강빛나 역할과 어울렸을까?'라고 생각했을 때 박신혜 배우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함께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함께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었다."
누구보다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최동구는 올해 하반기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연극 연출가로도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새롭게 결성한 극단 나인의 창단 공연 ‘화양리 브라더스’로 무대에 오른 것. 총연출뿐만 아니라, 주인공 신재하 역으로 직접 공연에 오르며 다재다능한 매력을 뽐냈다.
"'1년에 한 번은 무대에 꼭 서야지'라고 스스로 다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쉽지는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동료 배우, 후배들과 직접 꾸려서 해보기로 결심했다. 정식적으로 극단을 내고 연출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가슴이 콩콩 뛰더라. 마음 맞는 동료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앞으로 연출가로서의 목표도 있을까. 최동구는 "딱히 목표는 없다. 일차원적으로 생각했을 때 저의 정체성은 배우다. 그런데 나중에는 그걸 넘어서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예술인이 되고 싶다. 글도 쓰고, 시도 쓰고 감독도 하고 싶고, 무대 연출도 계속하고 싶다.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인데, 그렇게 한다면 조금 더 주체적으로 나의 예술을 조금 더 확장해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점차적으로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다. 시도하고 도전해보고 싶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어느덧 11년 차 배우가 된 최동구. 그는 "반성할 것도 많고 뒤돌아보는 시간도 많이 가진다. 늘 스스로 경거망동하지 말자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두지 않는 편이다. 그저 많은 선배님들이 그랬던 것처럼 직업의 하나로서 묵묵히 그 길을 걸어나고 싶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잘 버텨왔다'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버텨야 할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지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동전의 앞면만 믿고 싶다. 뒷면까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앞면만 보고 열심히 해야 할 때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해와달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