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럽이슈]방심위, 음주 미화에 법정제재…'나혼산'만의 문제 아니다
- 입력 2024. 11.19. 10:44:55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나 혼자 산다'가 음주 미화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법정제재를 받았다. 최근 몇 년 '술방'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나 혼자 산다
1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심위 전체 회의에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법정제재 '주의'를 받았다.
'나 혼자 산다'는 15세 이상 시청가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의 음주 장면과 함께 '깔끔한 맛이 일품인 깡소주' '잔 가득 채운 행복' '목젖을 때리는 청량감' 등 자막을 여러 회차에 걸쳐 반복 방송하며 미화했다.
이날 류희림 방심위 위원장은 "공영방송은 시청자들에게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알려야 하는 책무가 있음에도 시종일관 음주를 미화하고 술이 마치 모든 것의 피로회복제인 듯 과장한 측면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미디어 내 음주 장면에 대한 우려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유튜브, TV 프로그램에서 '술방'이 대세가 되면서 지나친 음주 문화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가수 김호중, 슈가, 배우 박상민, 곽도원 김새론, '환승연애2' 출신 인플루언서 김태이 등 최근 유명인들의 음주운전 사건이 계속해서 전해지면서 다시금 음주에 대한 경각심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는 이러한 우려에 무신경한 모양새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은 '전설의 취객들' 특집으로 꾸며졌다. '돌싱포맨' 측은 '누구보다 술을 사랑하는 술생술사 술꾼들의 이야기' '술지컬' 등 술을 강조한 자막을 계속해서 내보냈다. 술 한 잔 마시지 않았지만,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끊임없이 쏟아내며 음주를 미화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지난해 11월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을 기존 10개 항목에서 2개를 추가해 12개 항목으로 개정하는 등 대책을 강구했다. ▲음주 행위를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미화하는 콘텐츠는 연령 제한 등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접근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음주 행위를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미화하는 장면에서는 경고 문구 등으로 음주의 유해성을 알려야 한다 등의 내용을 추가한 것.
이와 같은 지침은 권고일 뿐 강제성은 없다. 이마저도 유튜브, OTT, 해외 플랫폼 등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규제가 어려운 상황. 청소년과 어린이에게 여과 없이 노출되지만 규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술방'은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TV 방송 음주 장면 모니터링'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시청률 상위 드라마와 예능 556개 중 488개(88%)에 음주 장면이 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음주 장면이 등장한 횟수는 총 1만 2018번에 달했다. OTT의 경우, 지난해 넷플릭스, 티빙에 업로드된 콘텐츠 100편 중 82편에 음주 장면이 나왔다.
남인순 의원은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미디어 음주장면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연령 제한 및 경고문구 표시 등 내용을 더 추가했지만, OTT, 유튜브 등에 대해서는 강제성이 없어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미디어 콘텐츠에서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들을 통해 입증되고 있는 만큼, 미디어가 우리 사회의 절주 문화 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MBC,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