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희 '정숙한 세일즈'로 편견을 깨다[인터뷰]
- 입력 2024. 11.20. 07:00:00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배우 이세희가 '정숙한 세일즈'를 통해 비주얼부터 연기 톤까지 180도 변신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연기적 성장뿐만 아니라 세상의 편견과 맞서는 이주리를 통해 인간 이세희도 성장했다.
이세희
지난 17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연출 조웅, 극본 최보림)은 '성(性)'이 금기시되던 그때 그 시절인 1992년 한 시골마을,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뛰어든 '방판 시스터즈' 4인방의 자립, 성장, 우정에 관한 드라마. 최종회는 전국 8.6%, 수도권 9.1%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완벽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닐슨코리아 제공, 유료가구 기준)
극 중 이세희는 홀로 아들을 키우면서도 언제나 씩씩한 싱글맘 이주리 역으로 분했다. 이주리는 생기발랄하고 쿨한 성격으로 방판 씨스터즈의 분위기 메이커이로 작품에 활력을 더하는 캐릭터다. 이세희는 밝고 당찬 주리의 모습부터, 애교 섞인 말투와 표정 등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소재가 주는 신선함이 있었다. 처음부터 흥미롭게 접했다. 주리라는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더라. 미혼모라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진 않았다. 주리가 아들만 맹목적으로 바라보는 인물은 아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내가 사랑이 있어야 제대로 사랑을 줄 수 있는데, 주리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캐릭터였다. 주리는 자기 삶도 즐기면서 아들한테도 사랑을 줄 수 있는 그런 캐릭터였다. 이런 인물을 너무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특히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인 만큼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며, 90년대 X-세대의 핫한 스타일을 제대로 구현해 냈다.
"90년대 아이를 키우면서 미용실을 했던 분을 찾아봤다. 인터뷰해서 그 당시 분위기를 읽었다. 그땐 아이를 데리고 일터에 나가는 게 당연했다. 서로 이해해 주고 그런 모습이 정이 많고 따뜻하다고 느꼈다. 외적으로는 김완선 선배님의 무대를 많이 찾아봤다. 그 시절 광고 모음집을 찾아서 도움 될만한 자료들을 의상팀에게 전달하면 다 반영해 주셨다"
'정숙한 세일즈'는 성인용품을 다룬 최초의 드라마인 만큼 소재에 대한 신선함도 있었지만 동시에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이세희는 소재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 오히려 배우는 것이 더 많았던 시간이었다고 한다.
"소재 부담감보다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다 보니까 내가 내 몫을 못하면 어쩌나 이런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방판시스터즈' 언니들과 함께 하면서 부담은 잊고, 현장이 너무 즐거웠다. 언니들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진다. 언니들 덕분에 제가 '이주리' 일 수 있었다. 저 혼자 해낸 게 아니다. 언니들이 흘러 지나가듯 하는 말들 하나하나가 도움이 됐다. 먼저 조언을 구하지 않아도 필요할 것 같은 이야기를 해주셔서 도움이 됐다. 연기적으로나, 상대를 대하는 태도 등 배운 점들이 정말 많았다"
이세희는 '방판 시스터즈'들 외에도 엄대근(김정진)과의 로맨스로 설렘을 유발했다. 다만 12부작인 만큼 주리와 대근의 러브라인 분량이 적은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김정진과 소통도 많이 했고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셨다. 나이만 어릴 뿐 후배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들 정도로 편하게 이야기를 많이 했다. 주리, 대근의 담을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12부작으로는 부족했던 것 같다. 데이트 신들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분량이 많진 않았지만 예쁘게 봐주신 분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할 말 다 하는 프로 팩폭러 이주리는 전작 '신사와 아가씨' 속 단아한 캐릭터 박단단과 전혀 다른 결의 인물이다. 이세희는 전작과는 또 다른 이미지를 선보이며 새로운 캐릭터를 완성해 호평을 받았다.
"전에는 귀여운 이미지가 있었다. 나이가 어리지 않은데 그런 이미지에 갇혀있는 게 아쉬웠다. 나이대별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이번엔 어른미, 섹시 한 스푼이 추가 된 것 같다. 나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다는 걸 봐주시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것 같아서 감사했다. 주리 같은 경우 온갖 풍파를 다 겪고, 할 말은 다 하자는 태도가 너무 좋았다. 이런 주리가 부러웠다. 원래 소심한 성격인데 연기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더라. 주리처럼 자기 확신이 가득 차서 할 말은 다 하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주리를 부러워하면서 연기했고 되게 신났다. 배우로서 아쉬운 점은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하지만 아쉬움이 있는 게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갈 수 있지 않나. 그것 또한 제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채우려는 노력을 꾸준히 한다. 아직 갈 길이 멀고 채울 것들이 많다"
이세희에게 여러모로 뜻깊은 의미를 남긴 '정숙한 세일즈'는 과정부터 결과까지 드라마 같은 작품으로 남았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다는 이세희. 그가 앞으로 펼칠 활약에 기대감이 모인다.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된 작품이다. 정말 과정을 즐겼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결과까지 좋았다. 과정을 즐긴다고 해서 결과까지 좋을 수 없는데 과정부터 결과까지 드라마 같았다.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작품이다. 다양한 편견이 있을 수 있다. 그걸 다 깨려고 하기보다 평온에 주안점을 두려고 한다. 나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해 봤다. 그러다 내 못난 부분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인정하지 않으면 더 힘들더라. 나에게 다양한 모습이 있을 수 있으니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라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것들도 많다. 악역, 사극 등 틀에 가둬두지 않고 다 해보고 싶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