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페이스’ 조여정 “수연, ‘갇혀도 마땅하네’ 생각 들도록 연기했죠” [인터뷰]
입력 2024. 11.20. 09:00:00

'히든페이스' 조여정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매 작품, 캐릭터마다 변주하는 배우 조여정. 그가 이번엔 벗겨진 진실을 목격하는 수연으로 분했다. 수연은 극 초반, 자취를 감췄다가 중반부에 다다라 혼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집 안 밀실에 갇힌 채 등장, 극의 긴장감을 심어주는 역할이다.

“대본을 읽고 ‘대단하다, 내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 화두가 너무 크니까 다른 것들이 여유롭게 생각 들진 않더라고요. 수연 자체가 너무 어려웠어요. ‘이걸 할 수 있을까?’란 생각과 걱정, 무서움이 컸어요.”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의 행방을 쫓던 성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이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다. 2011년 콜롬비아에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가 원작인 작품으로 ‘음란서생’ ‘방자전’ ‘인간중독’ 등을 통해 ‘에로티시즘의 대가’란 수식어를 얻은 김대우 감독의 신작이다.

“저와 전혀 다른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는 인물일수록 어려워요. (작품을) 하다 보면 비슷한 캐릭터를 만나기도 하고, 전혀 다른 배경에 자란 인물을 만나기도 하는데 멀수록 어려운 건 당연한 거잖아요. 인물의 성장 배경, 형성된 인격 등이 너무 특수한 상황이었고, 내가 살면서 이런 일을 겪을까? 이 두 가지가 어렵게 느껴졌어요.”

조여정은 밀실에서 성진과 미주의 숨겨진 민낯을 지켜보며 충격적인 감정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친다. 밀실에 갇힌 수연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상상에서 믿는 것밖에 할 수 없었어요. 머리로 어떤 생각이 들어서 믿었다고 구구절절 얘기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책이 너무 많은 걸 느끼게, 알도록 써있었어요. 어떤 인물인지 머리로는 알겠는데 제 것으로 만들어 할 수 있을지 싶었죠. 연출의 도움이 아닌, 제몫이니까요. 그런 건 끊임없이 잘 때 빼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했어요. 이렇게 자란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까 시뮬레이션 했죠. 작품에 따라 어쩔 땐 음악이 있긴 해요. 이번엔 딱 걸리는 게 없더라고요. 어떨 땐 실존인물이 걸리기도 하는데 이번엔 없었어요. 어떤 인물일까 계속 상상했죠.”



수연은 부족함 없이 자라 가지고 싶은, 가져야만 하는 것들은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인물이다. 소유욕이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혹여 비호감으로 보이지 않을까란 걱정이 앞섰다고.

“‘갇혀도 마땅하네’라는 생각이 들도록 연기했어요. 대사 곳곳에서 수연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인지 드러나잖아요. 식물이 가득 찬 카페에서 하는 대사도 기가 막혔죠. ‘내가 싫어도 내가 좋아하니까 날 좋아해야지, 그건 당연한 거야’라는 대사를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수연이 필요해서 선택을 하면 쭉 가는 스타일이라 해석했죠.”

수연의 외적 표현에 대해서도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대본 속에 단편적인 이미지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 것 같다는 링크를 주신 게 많았어요. 밀실에 들어가는 의상도 보면 슬립에 퍼를 입잖아요. 그리고 앞머리는 뱅 스타일이고. 이런 것들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공항신은 걸크러시 같은 게 있잖아요. 그리고 털털하게 앉아 얘기하고. 말투도 부족함 없이 자란 외동딸은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해 표현했어요. (대본에) 최선을 다해 집중해 표현했죠.”

조여정은 연출을 맡은 김대우 감독과 ‘방자전’ ‘인간중독’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이다. 김대우 감독은 매 작품, 전통적인 장르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내며 도전을 시도한 바. 세 작품 연속 호흡에 대해 조여정은 “좋은 감사함이 있다”라고 답했다.

“연출은 무대를 만들고, 배우는 기다리는 사람이잖아요. 무대를 만든 후 믿고 저를 선택해준 자체가 감사한 일이에요. 저도 저를 못 믿는데 연출이 저를 믿고, 선택해줬을 땐 확신을 가지고 믿고 들어가는 거죠. 감독의 시선으로 봤을 때 저도 모르는 어떤 지점을 보신 거잖아요. 겹치지 않게 매번 새로운 걸 선택받는 건 큰 복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잘 해내고 싶었어요. 감독님이 믿어줬는데 잘 못해내면 그건 새드 스토리, 슬픈 결말이잖아요.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고요. ‘나를 이거에 선택했다고?’ 하면 해내야 하는 거라 생각해요.”



수연의 약혼자 성진 역은 송승헌이 맡았다. 송승헌과는 전작 ‘인간중독’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히든페이스’로 10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이다.

“승헌 오빠는 한결 같이 편안한 사람이에요. 같이 작업하면 편해요. ‘인간중독’ 때도 그렇지만 ‘어떤 남자길래 내가 이렇게 자랑스러워하고, 진급시키려 하고, 인생의 목표가 되려고 하지?’ 생각이 들었는데 제복을 입고 나온 순간 말이 되더라고요. 납득이 되어야 움직이잖아요. 그런 파트너인 것 같아요. 이번엔 머리를 기르고 지휘를 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렸어요. ‘말이 되네?’ 싶었죠. ‘성진 씨는 마에스트로잖아’라고 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그 인물로 믿어지게 해주는 파트너죠.”

미주 역의 박지현과 호흡에 대해선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칭찬을 이어갔다.

“식물이 있는 카페에서 만나는 신인데 감독님이 ‘미주에게 조금 더 집중해주세요’라고 하셨어요. 그때 지현 배우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죠. 지현이 하는 미주를 느끼니까 신이 풀리고,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부터는 언론시사회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배우들에게 제 연기를 의지할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따로 뭘 해야지 이런 건 의미가 없었죠. 과거신도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이 여자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장면이잖아요. 그것도 지현 배우만 바라보고 했죠. 교복을 입고 서있는데 그 친구의 눈이 정말 미주 같았어요. 그 신이 이야기 전체의 씨앗이니까요. 이 친구의 매력에 빠져서 찍었던 것 같아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스튜디오앤뉴, 쏠레어파트너스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