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다비가 '정년이'로 배운 것[인터뷰]
- 입력 2024. 11.22. 08:00:00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정년이'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가 매란국극단의 왕자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우다비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년이' 스토리가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윤정년처럼 우다비도 나를 보이게 하는 배우가 아닌 작품 전체를 돋보이게 하는 큰 배우로 성장했다.
우다비
"햇수로 2년간 긴 호흡으로 달려온 작품인데 많은 분들의 사랑 속에 종영해 더없이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한테 좋은 메시지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고 오래 연락 안 했던 친구들이나 주변 분들이 잘 보고 있다고 연락하셔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주는 작품이구나 느껴서 뿌듯했죠."
우다비는 극 중 모두 정년(김태리)을 시기하고 질투할 때 처음으로 따뜻하게 대해준 매란국극단원 홍주란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4번의 오디션을 거쳐 홍주란 역할에 캐스팅 됐다고.
"오디션 때 '남한산성'을 준비해 오라는 미션이 있었어요. 저도 준비했는데 (감독님께서) 들으시고는 '되게 독특하게 준비해 왔다'고 하셔서 속으로 망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다시 불러주셔서 기뻤어요. 소리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냥 듣고 따라 했는데 '가요도 아니고 소리도 아니고 독특하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왜 저를 캐스팅하셨는지 감독님께 여쭤봤는데 저한테서 주란이같은 면을 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면모를 발견해 주신 게 저한테는 감사하죠."
매란국극단으로 나온 배우들은 직접 소리를 소화했다. 국극 공연 장면을 비중 있게 다뤄지면서 배우들의 소리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는데, 우다비 역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소리를 배워야 했다.
"자기 목소리 톤과 분위기 비슷한 선생님들 배정해 주셔서 촬영 기간 합해 1년 넘게 레슨을 받았어요. 저희끼리도 경쟁하듯이 모여서 소리 해보고 연습하고 산에도 가서 연습하고 레슨하고 그렇게 해서 좋은 장면 만들어진 것 같아요. 레슨할 때 선생님은 소리를 너무 완벽하게 해내시는데 제가 하면 비교가 되니까 좌절했던 순간들이 있었어요. 그걸 이겨내고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어서 뿌듯해요."
매란국극단원 모두가 문옥경(정은채)을 등에 업고 입단한 윤정년을 시기할 때 홍주란만이 그를 친구로 대해준다. 홍주란이 바로 윤정년에게 마음을 열었던 이유를 묻자 우다비는 "주란이에게 '귀명창'이라는 설정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귀가 좋고 보는 눈이 예리해 정년이의 소리를 듣자마자 진가를 알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윤정년과 돈독한 우정을 나눈 홍주란은 말 한마디로 그를 웃게도 하고 울게도 했다. 윤정년이 어떠한 선택을 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 윤정년은 홍주란이 자신 대신 허영서(신예은)과 오디션을 보겠다고 결심하자 극단적인 연습방법을 택해 떡목이 되기도 한다. 결국 홍주란은 이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의 현실에 부딪혀 매란국극단을 그만두고 결혼한다. 원작 웹툰에서는 주란이 국극 배우로 크게 성공하기 때문에 홍주란의 결정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이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우다비도 '결혼 엔딩'에 개인적인 아쉬움을 표했다.
"어쨌든 드라마의 주란이는 현실을 사는 친구였고 자기한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저도 배우 우다비로서는 주란이라는 인물이 안타깝게 느껴졌지만, 그 시대상도 있었기 때문에 주란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봐요. 감독님이랑도 주란이는 한번 선택한 걸 번복하지 않는 친구고 모든 걸 감당할 준비를 하고 결혼했기 때문에, 자기한테 주어진 삶이라고 생각하고 뒤돌아보지 않았을 것 같다고 얘기를 나눴어요."
'정년이'는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에, 화려한 라인업으로 제작 논의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작품으로 첫 주연을 맡은 우다비는 "부담감보다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또 큰 작품, 큰 역할에 대한 걱정보다는 선역에 처음 도전한다는 걱정이 더 컸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저는 그동안 인상이 센 역할들을 주로 해왔어요. 주란이는 완전 선한 역할이다 보니까 처음에는 이 역할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의심도 있었죠. 감독님과 미팅을 거치면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인물 입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들어서 더 간절했던 것 같아요."
유독 선배 복이 많다. 앞선 작품에서 임수정, 이영애와 호흡을 맞췄던 우다비는 이번 작품을 통해 김태리, 신예은, 라미란, 정은채 등 많은 선배들과 만났다. 특히 허영서 역을 맡았던 신예은은 우다비의 안양예고 선배다.
"신예은 언니랑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여서 아는 사이긴 했는데 친하진 않았어요. '정년이' 하면서 많이 가까워졌죠. 고등학교 때 언니는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선배였어요. 연극을 하면 주인공을 하고 선생님들도 예뻐하는 선배여서 모두가 동경하는 선배였거든요. 같이 연기하게 된 것도 남다른 의미가 있었고 고등학교와는 다르게 언니가 허당같은 모습으로 잘 다가와 줘서 잘 지낼 수 있었어요.
가장 친한 친구였던 윤정년, 김태리는 종영 소감을 통해 우다비에게 "모든 촬영 내내 주란이는 사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늘 정년이 편이라고 눈으로 말해줬다"라고 따뜻한 지지를 보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우다비는 부끄러운 얼굴을 하고 "김태리 선배님은 신인배우들에게 꿈같은 선배"라고 입을 열었다.
"저는 정년이의 친구로 가장 가까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더 가까워지고 싶었고 똘망똘망하게 바라봤던 것 같아요. 선배도 먼저 다가와 주셨죠. 호흡이 맞았던 것 같아요. 김태리 선배님이 떡목되는 장면을 정말 섬세하고 길게 찍었어요. 체감상 50번은 될 것 같은데, 모든 컷에 진심으로 하면서 쓰러지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진짜 정년이 같다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우다비에게 '정년이'는 자신의 첫 주연작이기도 하지만 커다란 배움터이기도 했다.
"선배님들과 호흡하면서 연기하는 방식이나 현장에서 애티튜드 같은 것도 많이 배웠고 작품을 연기할 때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연기해야 한다는 것을 크게 느꼈죠. 특히 김태리 선배님을 보면 항상 그런 걸 생각하면서 씬을 준비하시더라고요. 그전까지는 큰 그림보다는 저의 흐름을 더 생각했는데 큰 배우가 되려면 저런 통찰력이 있어야 하는구나 깨닫게 되는 계기였어요."
우다비는 이번 작품으로 대중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이에 밖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을 텐데 우다비는 "집 밖에 잘 안 나가서 알아본 적이 많진 않다. '정년이' 촬영 끝나고 카페에서 알바하다가 방영 전에 그만뒀는데, 손님들이 '그 알바생이 TV에 나오는 주란이냐'라고 물어봤다고 하더라. 신기했다"라고 답했다.
"이미지가 달라진 것 같아요. 저조차도 TV에 나오는 제가 저렇게도 보이는구나, 새롭게 봤거든요. 어떻게 보면 변신이죠. 보통은 선역을 하다 악역을 하면 변신이라고 하는데 저는 주로 새침한 역을 하다가 천사같은 역할에 도전했어요. 그 모습으로 봐주셨기 때문에 전 작품과 다르게 느껴주실 것 같고 폭이 넓어진 것 같아서 기뻐요."
지난 2019년 웹드라마 '트리플 썸2'로 데뷔한 우다비는 '라이브 온' '멀리서 보면 푸른 봄' '멜랑꼴리아'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2' '마에스트라' 등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배우를 꿈꾸게 된 건 워낙 영화를 좋아해서란다. 인생 영화로 꼽은 작품은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이다.
"어릴 때부터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 연기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할 때 그냥 그 시절을 재밌게 보내고 싶어서 예고를 지원했고 대학도 연기과로 갔어요. 운이 좋게 시작하게 됐는데 연기 전공하면서도 TV에 나오는 배우 될 거라고 생각을 못 했어요. 좋은 기회들이 있었고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롤모델은 홍콩 배우 장국영이다. 장국영처럼 존재만으로 정서를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그러면서 우다비는 "다양한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꿈이고, 제 자신보다 역할로 많이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신인이기 때문에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어떤 역할을 꼭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편은 아니고 (역할에) 부합한다고 봐주셨을 때 최선을 다하는 편이에요. 지금은 배역을 따내야 하는 입장이니까. 주란이처럼 정적인 인물 더 연기해도 좋을 것 같고 생동감 있는 연기를 해서 다른 느낌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nCH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