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페이스’ 박지현 “원작 각색, 감독님은 천재란 생각 들었죠” [인터뷰]
입력 2024. 11.24. 09:00:00

'히든페이스' 박지현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필모 사상 가장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다. 매번 끊임없는 도전으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해가는 배우 박지현. 그가 영화 ‘히든페이스’(감독 김대우)를 통해 순수와 반전을 오가며 야누스적인 두 얼굴을 완성했다.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의 행방을 쫓던 성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다. 2011년 제작된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다만 결말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원작을 각색 전에 봤어요. 각색된다고 하고, 대본을 봤는데 원작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내용이 많이 달라져서 재밌게 읽었죠. 원작에서 가진 소재 밀실, 그 안에서 지켜보는 설정 외에는 되게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물 관계, 관계 속에서 펼쳐지는 주된 갈등 자체가 되게 다르잖아요. 원작은 저희 영화의 초반만 다뤄요. 대본을 본 순간 원작 그 이상을 떠올리지 않았죠. 보신 분들도, 보시지 않은 분들도 영화 자체로 재밌게 보실 것 같았어요. 감독님이 각색한 게 천재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박지현이 분한 미주는 수연(조여정)을 대신해 성진(송승헌)의 오케스트라 첼리스트로 합류한 뒤 욕망에 눈이 멀어 성진과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르는 인물이다. ‘히든페이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욕망과 함께 결핍을 가지고 있다. 박지현은 미주의 욕망, 결핍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미주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고아로 자라 외로운 아이에요. 기댈 곳이 없죠. 돌봐줄 사람이 없는 성장기를 보낸 것에 있어 결핍이 컸을 것 같아요. 그런 과정 속에서 수연을 만나 같은 선배님 아래 첼로를 배우면서 굉장히 많은 의지를 하게 되고, 많은 걸 배워나갔던 것 같아요. 수연과의 관계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가 수연이 어떻게 보면 배신을 하잖아요. 그때부터 내제되어 있던 미주의 수연을 향한 욕망들이 크게 작용해서 배신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미주의 욕망은 사랑이지 않을까 싶어요. 형태가 부모자식간의 사랑, 친구간의 사랑 등이 있는데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한 결핍과 욕망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히든페이스’는 ‘음란서생’ ‘방자전’ ‘인간중독’ 등 작품에서 파격적인 스토리텔링과 감각적인 연출로 ‘고품격 에로티시즘의 대가’로 불린 김대우 감독의 신작이다. ‘인간중독’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작품으로 주목받은 바.

“미팅 자리에서 사사로운 이야기를 했어요. 어떤 취미가 있느냐, 평소에 어떤 걸 좋아하느냐 등 작품과 캐릭터, 영화에 대한 이야기보다 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궁금해 하셨죠. 편하게 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신선했죠. 보통 작품 관련해서 미팅하면 작품 얘기를 많이 하는데 감독님은 제가 궁금하셨던 것 같아요. 미팅 후 캐스팅 됐을 때 저도 많이 궁금했어요. 어떤 모습을 보고 캐스팅했는지 궁금했지만 딱히 여쭤보진 않았어요. (웃음)”

특히 박지현은 대학 시절부터 김대우 감독의 팬이었다고. 그는 김대우 감독을 향한 두터운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말하지 않아도 감독님이 어떤 의도를 가진지 알 것 같았어요. ‘이 부분에 있어서 이렇지 않아요?’ 질문 전에 답을 주셨죠. 그래서 ‘사고방식, 의식의 흐름이 나와 비슷하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이 되게 섬세하시거든요. 그래서 전작에서도 섬세한 감정선을 담아내셨구나 싶었어요. 형용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어요. 저도 아직 많은 감독님을 겪어보진 못했지만 김대우 감독님은 좋은 아티스트이자 좋은 리더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요. 수용할 줄 알고, 그러면서 본인이 갖고 계신 구체적인 이미지를 추상적인데 묘하고, 정확하게 디렉션을 해주셨어요. ‘저랑만 그랬나?’ 생각이 들긴 하는데 저에겐 소름 돋을 정도로 신기했죠. 저와 닮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영화 촬영 때뿐만 아니라 첫 만남 대화에서부터 느꼈어요. ‘감독님과 작품을 하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히든페이스’가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이유는 박지현의 파격 정사신 때문. 박지현은 파격 그 이상의 전라 노출과 수위 높은 정사신을 선보인다. 해당 장면을 촬영할 때 어려움이나 부담감은 없었을까.

“힘들었던 건 딱히 없었어요. 그 무엇보다 정교한 액션신이란 생각이 들었죠. 합을 정교하게 맞춰야했어요. 액션도 실제로 때리는 게 아니잖아요. 맞는 연기를 하는 것처럼 합을 맞추는 건데 이토록 정교한 액션신이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생각할 게 많은 액션신이었어요. 오히려 똑똑하게 잘 해야 하는 액션신이라 생각했죠. 카메라 각도, 앵글, 신에 따라 얼굴뿐만 아니라 온 몸으로 정확한 모습을 보여야 하기에 호흡이 잘 맞아야 하고, 제가 잘 전달해야 하고, 상대 배우가 전달했을 때 잘 받아야한다는 것에 중점을 뒀어요. 머리로는 어려웠는데 막상 연기할 땐 어렵지 않았어요. 계산할 게 많았거든요. 머리를 어떻게 푸는지, 손의 각도까지 계산하고 촬영하는 신이다 보니 외워야 하고 그런 게 많았어요. 송승헌 선배님이 잘 이끌어주셔서 잘 따라갈 수 있었죠.”

영화는 송승헌, 조여정, 박지현이라는 매력적인 캐스팅 라인업을 자랑한다. 김대우 감독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송승헌, 조여정 그리고 새로운 히든카드로 활약하는 박지현까지. 세 사람의 연기 호흡은 완벽한 앙상블을 자랑한다.

“송승헌 선배님은 이야기꾼처럼 재밌게 잘 설명해주세요. 이야기를 듣고만 있어도 재밌고, 현장 분위기가 따뜻해졌죠. 여정 선배님은 우러러 볼 수밖에 없는 선배에요. 배우로서 위화감이 없었죠. 저는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 여정 선배님은 ‘낯을 안 가리시나?’ 생각 들 정도로 미주에게 있어 수연처럼 다가와주셨어요. 연기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평소에 만들어내는 둘만의 분위기로 연기까지 이끌어 내주신 분이죠. 대단하고, 똑똑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할 때 여정 언니건, 수연이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여정 언니가 수연으로 있어주셨거든요. 저는 온오프가 커요. 연기할 때만 하고, 낯도 많이 가리고, 현장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방해가 될까봐 인사도 잘 못하죠. 친근하게 다가가지 못하는데 여정 언니는 의도해서, 노력해서, 억지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나중에는 다 노력이었구나란 생각이 들었고요. 그걸 모르게끔 다가와주셨어요.”



지난 20일 개봉된 ‘히든페이스’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예측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전개와 반전 서스펜스로 쟁쟁한 경쟁작들을 따돌리고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 실관람객들의 호평도 이어지면서 흥행 열기는 가속화되고 있다.

“이 영화는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은 것 같아요. 보통 영화는 선과 악이 있어서 한 캐릭터를 응원하게 되거나 이입해서 보는데 세 캐릭터 다 누가 선하고, 악한지 모르겠더라고요. 과연 인간의 욕망을 따르는 게 윤리적으로 어긋나고, 도덕적으로 어긋난다고 해서 악하다 할 수 있나란 생각이 들어요. 윤리 도덕을 지키며 내 욕망을 저버리는 게 선하다 할 수 있나란 생각도 들고요. 그 지점에서 영화가 신선했어요. 이걸 보는 관객분들도 다양한 욕망을 가지고 있을 거잖아요. 본인들도 모르는 욕망들이 내제되어 있을 수 있고, 사회적 규범 때문에 실현시키지 못할 때도 있단 생각이 드는데 과연 무엇이 맞는 건가란 생각이 들어요. 보시는 관객분들이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본인의 욕망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에요. 반대로 관객들에게 여쭙고 싶은 건 어떤 캐릭터가 가장 이해가 되는가에요. 어떤 캐릭터에 몰입하셨는지도 궁금하더라고요. 그런 점도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스튜디오앤뉴, 솔레어파트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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