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하겠습니다”…곽경택 감독이 기릴 ‘소방관’의 희생 [종합]
- 입력 2024. 11.25. 17:36:36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저희 영화가 함께 얘기하고 싶은 건 ‘기억하겠습니다’에요.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고, 감상을 가지고, 늘 소방관님들을 응원해주셨으면 하죠.”
'소방관'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소방관’(감독 곽경택)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는 곽경택 감독, 배우 주원, 유재명, 이유영, 김민재, 오대환, 장영남 등이 참석했다.
연출을 맡은 곽경택 감독은 “실화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누군가의 희생을 기리는 이야기인 만큼 재주나 테크닉 보다는 치열함과 진지함으로 연출했다”라고 말했다.
곽경택 감독이 실화 사건을 영화화하는데 주목한 이유는 소재뿐만 아니라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들에게 있다. 곽 감독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전작의 후반작업을 하고 있었을 때다. 학도병들의 희생에 이어 희생한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감독으로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 처음엔 고사했다. 저에게 시나리오 주신 분에게 ‘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으시냐’라고 물어봤더니 ‘이런 이야기 한 번 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하시더라. 죄송한 이야기지만 소방관분들에게 부채의식처럼 잡혀있어 좋은 작품으로 탄생해야겠다 생각해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은 당시 서울 서부소방서에서 근무 중이던 소방관 6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3명이 큰 부상을 입은 대형 참사였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가 알려진 바. 참사 사건이 발생한 지 20여 년이 지났음에도 소방관들의 근무 환경 개선은 제자리걸음이다.
곽경택 감독은 “각색 때부터 머릿속에 있는 가장 큰 물음표는 ‘소방관분들이 보고, 본인들의 영화라고 인정해줄까’였다. 저녁에 소방관과 가족들의 시사가 있다. 두근거리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소방관분들께서 우리 이야기를 잘 해줬구나, 실제 현장과 비슷하다고 말씀만 해주시면 제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저희가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소방관분들이 ‘우리 이야기를 영화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줬구나’, 반대로 관객들은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줘야겠다’는 상호작용이 된다면 꿈처럼 행복할 것 같다”라고 소망했다.
‘소방관’은 주원부터 곽도원, 유재명, 이유영, 김민재, 오대환, 이준혁, 장영남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서부소방서에 첫 발령 받은 신입 소방관 철웅 역은 주원이 맡았다. 주원은 “실화를 베이스로 하는 작품이다 보니 촬영장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했지만 한편의 마음에는 무거움을 가지고 연기했다. 그래서 소방관 분들을 생각하며 연기에 임했던 것 같다”면서 “감독님이 다른 기교보다 깔끔하고, 소방관들의 당시 환경, 노고 이런 것들을 잘 표현해주신 것 같다. 그때 당시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소방관분들의 존경심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소방관분들을 포함해 좋지 않은 환경에서 일하는 직업군도 있을 것 같더라. 많은 분들이 공감하며 보는 영화가 아닐까”라고 전했다.
서부소방서 구조대장 인기 역의 유재명은 “저희 영화를 보신 분들이 극장 문을 나섰을 때 마음과 함께 다시 현실로 돌아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고생하는 분들을 생각하는 의미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 그분들도 누군가의 가장, 가족이라는 걸 잊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힘을 낼 수 있는 조그마한 바람이 생긴다”라고 했다.
이유영은 소방대원들에게도 지지 않는 체력과 당찬 성격을 지닌 구급대원 서희 역으로 분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만나며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다. 크레딧 올라가기 전 자료를 볼 수 있는 건 다큐 영상 하나밖에 없었다. 얼마나 많이 되돌려본지 모르겠다. 이 사건이 꼭 알려졌으면 좋겠고, 곽경택 감독님의 작품이라 출연하고 싶었다”라며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면서 봤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사이렌 소리가 울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더라. 실제 소방관분들이 출동할 때, 가족들의 마음이 어떨지 감히 상상이 안 되기도 했다. 너무 존경스럽고, 감사드리고, 부디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이런 영화에 출연할 수 있어 너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어떠한 현장도 사라지 않고 늘 선두에 서는 소방관 용재 역은 김민재가 연기했다. 김민재는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으나 잘 들여다보지 못했던 직업군의 이야기다 보니까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잘 봤다는 표현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한 감정을 영화관에서 너무 오랜만에 느낀 것 같다.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영화관에서 내 가족이 다친 것처럼, 내가 아픈 것처럼 그런 느낌이다. 제가 보지 못했던, 어쩌면 사그라들고 있던 저의 깊지 못한 시선들이 힘을 얻고, 깊어진 게 아닌가 반성도 하고, 힘이 나는 시간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오대환은 화재 현장에서 당한 부상도 가볍게 넘길 정도로 강한 정신력을 지닌 소방관 효종 역이다. 그는 “감독님과 ‘희생부활자’로 처음 만났다. ‘소방관’ 영화를 시작 전, 저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복수전 한 번 하자고. ‘같이 하겠습니다’라며 복수전으로 시작했는데 너무 많이 힘들다. 많은 분들에게 알려졌으면 한다”라며 “소방관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컸고, 고마움과 감사함이 컸다. 앞으로 소방관분들을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저희 영화가 함께 얘기하고 싶은 건 ‘기억하겠습니다’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고, 감상을 가지고, 늘 소방관님들을 응원해주셨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장영남은 진섭의 아내 도순 역할로 등장한다. 장영남은 “가족들이 안고 있는 마음이 어떨까 심정에 대해 직접적으로 겪어보지 못했지만 간접적으로 진심을 담아 연기하려 했다. 훌륭한 감독, 배우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라며 “영화를 보기 전, 빨리 영화를 보고싶다 했다. 영화관에 앉아서 보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영화를 보고 있다는 걸 잊게 됐다. 한 명 씩 한 명 씩 바라보며 가슴이 아팠던 것 같다. 보면서 좀 울었다.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존경한다. 배우들도 고생을 많이 했겠다, 나는 편하게 촬영했구나 반성도 하게 됐다. 저도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되어 너무 자랑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소방관’은 지난 2020년 크랭크업 후 개봉을 앞두고 있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한 차례 개봉이 연기됐다. 이후 주연 배우 곽도원의 음주운전 적발로 인해 개봉은 무기한 연기됐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기에 곽경택 감독은 곽도온의 분량 편집에 많은 고민이 됐을 터. 그러나 곽경택 감독은 “곽도원 배우의 분량을 빼기 위해 편집하진 않았다. 영화가 조금 늦게 오래 있다가 개봉하다 보니까 요즘 트렌드에 비해 다소 속도감이 늦은 것 같아 젊은 세대들이 재밌게 볼 수 있도록 초반부 스피드를 올리는데 고민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실화고, 슬픈 이야기들은 굉장히 조심스럽다. 누구의 희생을 기리는 영화임이 분명하지만 그것으로 관객에게 호소하는 건 연출자로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넷플릭스, 다른 영화들을 보면 제가 좋아할 만한 영화나 드라마가 많진 않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조금 무겁긴 하지만 터칭 될 수 있는 감정을 느껴보는 건 신선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 점을 봐주셨으면”이라고 언급했다.
‘소방관’은 오는 12월 4일 극장 개봉될 예정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