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하고 쿨한 독립운동기"…'스윙데이즈', 韓 뮤지컬 새로운 패러다임[종합]
입력 2024. 11.26. 17:23:52

스윙데이즈-암호명A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유한양행 창립자로 알려진 유일한 회장의 독립운동기가 초대형 창작 뮤지컬 '스윙데이즈-암호명A'(이하 '스윙데이즈')로 재탄생했다. 지난 19일 첫 공연을 올린 배우들은 '스윙데이즈'로 뮤지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뮤지컬 '스윙데이즈-암호명A'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배우 유준상, 신성록, 민우혁, 고훈정, 이창용, 김건우, 정상훈, 김승용, 전나영, 이아름솔, 장현성, 성기윤, 최현주, 이지숙, 유보영, 오진영, 이은상, 김희재 작가, 정경진 프로듀서, 박해림 각색/작사, 김태형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이현정 안무감독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프레스콜은 '미스터 갬블러' '주인 없는 나라' '스윙 데이즈' '멈출 수 없어' '한 걸음' 등 10개의 넘버 시연 이후 배우들의 사진 촬영, 질의응답 순서로 이어졌다.

뮤지컬 '스윙데이즈-암호명A'는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대한민국 최대 제약회사 설립자 유일한 박사를 모티브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냅코프로젝트는 일제 치하의 1945년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OSS(미국 CIA 전신)가 비밀리에 준비한 프로젝트로, 애국심 강한 한국인 19인으로 구성됐다. 1945년 8월 18일 작전 수행을 목표로 했으나, 8월 15일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며 무산됐다. 작품은 냅코 프로젝트에서 '암호명 A'로 불렸던 유일한 회장의 삶을 그려내며 독립운동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선보인다.


뮤지컬 '스윙데이즈-암호명 A'는 최고의 연출진이 함께 완성했다. 영화 '실미도'로 천만 영화 시대를 연 김희재 작가가 첫 뮤지컬 집필에 도전했으며, 뮤지컬 '웃는 남자' '데스노트' 등에 편곡자로 참여한 제이슨 하울랜드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작곡가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태형 연출, 박해림 작가와 김문정 음악감독, 이현정 안무감독이 참여해 작품의 퀄리티를 높였다.

이날 김희재 작가는 작품의 메시지와 관련해 "어떤 당위성을 갖는 독립운동이 아니라 나의 생을 걸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라며 "인생에 있어 큰 선택도 있고 작은 선택도 있다. 우리 다음 세대가 더 많은 선택 앞에서 '어떻게 성실하게 내 앞에 있는 상황을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화두로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인 김희재 작가가 뮤지컬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이 이야기가 더 오래, 많은 사람에게 울림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였다고. 그는 "냅코 프로젝트 처음 접하고는 드라마를 쓰는 사람의 감각으로 좋은 이야기가 되겠다고 생각했다"라며 "플래시몹도 해보고 다큐도 했는데 효과적이지 않았다. 제 베이스인 영화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영화는 한 세대가 지날 때까지 동일한 소재로 또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저는 이 이야기를 수십 년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뮤지컬이 오래도록 회자되고 많은 사람에게 퍼져나가기 좋은 매체라고 생각해 뮤지컬로 결정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김태형 연출가는 "일제 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한 콘텐츠들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서 식민지 시대를 해석하는 방법이 다른 것 같다"라며 "최근 트렌드나 경향성은 신구 문화가 섞이고 새로운 문화가 들어오는 낭만이 있는 시대라는 인식도 있고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괴로움, 그 안에서 로맨스, 판타지 등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유일형의 이야기는 쿨하고 멋진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대에 저항한다는 것이 괴롭고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전달되기보다는 섹시하고 유머러스하고 위트있고 재미있는 이야기, 그럼에도 진심을 다하는 이야기로 보여지면 좋겠다. 독립운동에 대한 최근에 문제가 된 역사관, 발언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음 세대는 이 옳은 가치를 위해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대도 엄청 멋있게 하고 의상도 많이 갈아입혔다"라고 말했다.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후원하던 사업가에서 직접 독립운동에 뛰어드는 주인공 유일형 역에는 유준상, 신성록, 민우혁이 캐스팅됐다. 유준상은 "무대에서 공연을 하다 보면 관객들의 반응이 느껴진다. 느껴질 때 눈빛 하나하나 기운으로 느껴지는데 좋은 기운이 느껴진다"며 "감히 말씀드리건대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뮤지컬이다. 이런 형식으로도 뮤지컬을 할 수 있구나, 생각하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대단한 뮤지컬이 나온 것 같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민우혁은 유일형 역을 맡은 후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지?'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그는 "영웅 류의 작품을 많이 했는데도 고민이 많았다. 결국에는 사랑인 것 같다. 마지막에 '내 목숨 다 바쳐서 내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겠다'는 대사가 저를 설득해 줬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친구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여러 형태의 사랑이 이 뮤지컬이 한국의 역사를 이야기함에도 전 세계 모두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신성록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기본적인 위트가 허락되는 느낌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도 할 수 있고 누아르적으로도 할 수 있지만 저희만의 시작이 좋았고 그렇게 코드를 잡았다 보니까 (공연을 하면) 많이 웃다가 운 느낌이다. 그게 우리가 사랑하는 방식이고 그때 분들도 그렇지 않았나, 싶다"라고 얘기했다.

고훈정, 이창용, 김건우가 일본인 장교 아버지와 조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일본인 중좌 야스오 역으로 열연을 펼친다. 과거 일형, 만용과 '보웅'이라는 이름으로 우정을 나눈 그는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고훈정은 "끝까지 (정체성을) 정하지 못했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반반이라는 정체성의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라며 "솔로넘버에서 무대 위에서 연주를 들으면 '너 정체성 뭐야'라고 (연주가) 소리를 지르는 기분이다. 그럼 저는 '그게 뭘까요!" 하늘에 대고 외치는 기분으로 공연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창용은 "저도 비슷하다"라며 "이 작품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 아주 중요한 퍼즐 조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건우는 "야쓰오가 생존 전략으로 생각한 게 아버지의 인정이다. 그런데 아버지의 인정받는 행동을 하면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그 가책을 느끼는 건 '보웅'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제가 느끼는 정체성은 한국인이다"라며 "배우마다 해석의 여지는 다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일형의 소꿉친구이자 든든한 사업파트너인 황만용 역에는 정상훈, 김승용, 하도권이 출연한다. 황만용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는데, 김승용은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휴머니즘 가득한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하자, 정상훈은 "저는 누군가는 독립을 위해서, 신념을 위해서 싸우지만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친구 때문에 그 길을 가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만용을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만용에게는) 일형이 조국이고 그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 인간적인 부분을 부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야스오의 아버지이자 조선에 새로 부임한 총독 곤도 역에는 장현성, 성기윤이 참여했다. 유일한 악역 곤도 역을 맡은 장현성은 "저도 악역을 제법 많이 했는데 악역을 하다 보면 악해지는 이유나 과정을 입체적인 부분 생각한다. 그런데 (곤도는) 처음으로 대놓고 나쁜 역이고 그래야 한다"라며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작업했다. 이야기가 안정적으로 받쳐지려면 정의를 돋보이게 하는 악역이 단단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였다. 두 번째는 장현성이라는 배우가 뮤지컬 배우로서 좀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라고 작품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이에 성기윤은 "제가 생각하는 건 하나였다"라며 "이 작품 보신 분들의 생각이 반일이 아닌 반전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떤 분이 곤도에 대해 '일본이고 뭐고 떠나서 진짜 나쁜XX'라고 인터넷에 남기신 걸 봤다. 잘했다고 있다고 느꼈다"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여기에 김려원, 전나영, 이아름솔이 일형의 파티장에 숨어든 독립군 베로니카 역을, 최현주, 이지숙이 일형의 약혼자 호메리 역을 맡았다.

마지막으로 정경진 프로듀서는 프레스콜을 마치며 "젊은 친구들이나 학생들이 어떤 두려움 앞에서도 지지받으며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배우분들도 스태프분들도 정말 다 좋은데 대진운이 정말 안 좋다. 알라딘과 같은 엄청난 작품들이 있는데 우리의 이야기로 많은 분들께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다"라고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뮤지컬 '스윙데이즈-암호명A'는 2024년 11월 19일부터 2025년 2월 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러닝타임은 인터미션 포함 165분이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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