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진스와 소비자, 그리고 투자자
- 입력 2024. 11.29. 10:39:55
- [유진모 칼럼]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 전 대표 민희진이 퇴사한 데 이어 소속 걸 그룹 뉴진스가 결국 전속 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지난 4월 민 전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뒤 많은 관계자들이 예상한 대로 흐름이 이어지는 모양새이다. 향후 법정 다툼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지겠지만 뉴진스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선언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대다수 연예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뉴진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과연 뉴진스의 주장대로 그들이 어도어에 최소한 3000억 원은 될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되는지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기에 특히 모든 연예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법정 다툼이 될 전망이다. 두 번째는 멤버들이 뉴진스라는 브랜드를 빼앗아 올 수 있을지이다. 소유권자는 어도어이지만 다툼이 아닌 타협을 통해 변할 가능성은 있다.
뉴진스는 일단 뉴진스로서 약속되어 있는 스케줄은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여기에서 광고 스케줄도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지극히 당연한 순서이다. 왜냐하면 모든 스케줄은 돈이고, 특히 광고는 수억 원대의 스케줄이기 때문이다. 계약 위반에 따른 소송을 스스로 만들 이유는 없다. 어도어 역시 그녀들의 기존 스케줄 진행을 막을 이유가 없다. 돈은 돈이다.
뉴진스는 어도어와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전속 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의 법적 절차는 밟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지는 “어도어와 하이브가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전속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다. 계약을 해지하면 전속 효력은 없으므로 저희 활동에 장애가 없기 때문에 굳이 가처분 등의 소송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첫째, 소송을 할 경우 소송이 끝날 때까지 뉴진스로서 활동할 수가 없다. 소송은 최소한 2년의 시간이 걸린다. 피프티 피프티를 떠난 세 명의 멤버들은 1년여의 공백기를 가지고 있다. 많은 팬들은 그들을 잊었다. 재기 여부는 불투명하다. 적지 않은 팬들은 시간처럼 왕년의 스타의 재기를 끈기 있게 기다려 주지 않는다.
둘째, 그러면서 법원이 그들의 손을 들어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뉴진스가 뉴진스라는 이름으로 어도어에 수익을 올려 주는 한 어도어가 활동을 금지할 명분은 없다. 당분간 그런 상태로 활동하는 가운데 소송의 향방을 보아 뉴진스라는 이름을 지속할 수 없다면 새 이름을 지으면 된다. 이름은 잃되 활동은 보장받는 것이니 차선책은 된다.
물론 최선은 위약금도 안 물어 주고 뉴진스라는 이름도 지키는 것이다. 전자는 몰라도 후자는 뉴진스가 어도어에 당근을 제시하지 않는 한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뉴진스는 위약금에 대해 어떤 근거로 자신감을 가진 것인가? 바로 계약서 내용에 있다.
계약서에는 '제3자가 뉴진스의 연예 활동을 방해하는 경우 어도어는 이를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어도어가 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 뉴진스 구성원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뉴진스는 하이브가 다른 자회사 레이블인 빌리프랩 소속 걸 그룹 아일릿이 자신들의 콘셉트를 모방하도록 방치하는 등 부당 대우를 했다고 밝혔다. 멤버 하니는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에서 마주친 아일릿과 그 매니저를 향해 인사했지만 매니저로부터 “무시하라”라는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뉴진스 팬들은 이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거들었다.
뉴진스는 지난 13일 이런 내용 등을 담아 어도어에 내용 증명을 보냈다. 바로 계약서상의 의무를 어도어가 위반했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에 어도어는 SNS 엑스(X·옛 트위터)에 “하니의 말을 신뢰한다. 빌리프랩은 하니의 피해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상호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입장문을 게재했다. 당연하겠지만 어도어가 의무 실행을 보여 준 것.
지금으로서는 뉴진스라는 상표권이 어도어에 있다는 것 하나만 제외하면 그 무엇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재판 결과에 영향을 조금이라도 끼칠 수 있는 관측도 안 된다. 물론 지금까지의 행보로 보아 뉴진스 구성원들이 어도어에 잔류할 가능성은 없다. 민 전 대표와 함께할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다. 이미 기자 회견 때 그 의사를 전달했다.
자본주의 국가의 대중문화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투자자와 소비자(팬)이다. 그건 불변이다. 뉴진스가 노동자가 아닐지라도 고마운 사람의 앞줄에 투자자를 세워야 한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이전에 청사진을 펼쳤던 하이브 주가에 빨간불을 예고할 뿐만 아니라 그게 엔터테인먼트 주식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뉴진스의 행위를 다음과 같이 보기 십상이다. '나는 엔터 관련 주식의 안정성을 믿고 투자했는데 소속 연예인이 데뷔 2년 만에 회사의 방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표 이사를 바꾸라고 요구하더니 그 요구가 안 먹히자 일방적으로 회사를 떠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니 앞으로 내가 엔터 주식에 투자할까?'라고 울먹이지는 않을까?
뉴진스의 버니즈(팬덤명) 사랑은 유별나기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그런 팬들에 대한 애정을 두드러지게 드러냈다. 걸 그룹으로서 매우 성실하고 당연한 태도이다. 그러나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뉴진스는 민 전 대표에 대한 신뢰 표시는 많았지만 평범한 소녀들을 글로벌 스타로 만들어 주는 데 선봉장 역할을 한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었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