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년이' 감독 "김태리→김윤혜와 함께 해 큰 영광, 여성국극 기억해주길"[인터뷰]
- 입력 2024. 11.30. 08: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한국 최초 여성국극 드라마 '정년이'를 이끈 정지인 감독이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년이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극본 최효비, 연출 정지인)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로, 지난 17일 12화를 끝으로 종영했다.
OTT 콘텐츠 통합 검색 플랫폼 키노라이츠 기준 통합 콘텐츠 랭킹 1위, 굿데이터코퍼레이션 기준 TV-OTT 통합 화제성 순위 1위, 국내 전체 드라마 유튜브 조회수 1위를 비롯해, 한국 갤럽이 공개한 '10월 한국인이 선호하는 프로그램' 1위, 한국기업평판 연구소에서 공개한 '11월 드라마 브랜드평판 순위' 1위 등 가장 빛나는 자리에 항상 '정년이'가 자리했다.
시청률 역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마의 15% 벽을 돌파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수도권 평균 17.1%, 최고 18.8%, 전국 평균 16.5%, 최고 18.2%, 2049 수도권 최고 5.3%, 2049 전국 최고 5.9%를 돌파하며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 타이틀을 수성했다.(닐슨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
최근 셀럽미디어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정지인 감독은 "배우와 스텝들과 함께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물이 이런 큰 사랑을 받게 돼서 무척 기쁘다. '정년이'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신 시청자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시청자 반응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국극에 대한 반응들이다. 집에서 이런 걸 돈 주고 봐도 되냐는 댓글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정말 고맙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여성국극'이라는 희소가치 높은 소재를 다룬 '정년이'는 예인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배우들의 혼신의 열연, 아름답고 서정적인 연출, 흥미진진한 서사와 매혹적인 국극 무대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2024년 하반기 안방극장을 '정년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연출에 있어 주안점을 둔 부분에 대해 "현대의 많은 시청자들에게는 생소한 장르인 여성국극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지 가장 고민이 많았다. 국극은 당시 관객들이 현실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던 최고의 오락거리 중 하나였다는 점을 생각하며 우리 시청자들도 그에 못지않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무대의 커튼이 열리는 순간, 마치 놀이공원에 처음 입장하는 듯한 기대감과 흥분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드라마 속의 관객과 시청자들이 동일한 선상에서 이런 기분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지 촬영 전부터 배우, 스텝들과 함께 방향을 잡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재가 다소 낯선 만큼, 이야기와 캐릭터들은 최대한 보편성을 띨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한 원작의 생생한 캐릭터들이 어떤 배우들을 만나야 더 큰 생동감을 가지고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캐스팅에 많은 공을 들였다. 다행히 김태리 님을 비롯해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배우들이 합류해 준 덕에 쉽지 않은 작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정년이'가 여성국극의 태평성대를 다시 불러올 수 있었던 비결은 극중극을 단순히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소비하지 않고, 국극에 헌정한 진정성에 있다. '정년이'는 60분 가량의 한 회차 러닝타임 중 짧게는 15분, 최종화는 무려 30분을 온전히 할애하며 '국극에 진심'을 보여줬다.
"국극 촬영은 카메라 리허설과 드레스 리허설을 본 촬영에 앞서 하루씩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의 무대 동선 확인, 카메라와 장비 동선, 조명 세팅, 의상과 분장 헤어 세팅 등을 보면서 본 촬영에서 수정 보완할 것들을 미리 확인했다. 본 촬영은 무대 위주의 촬영과 관객을 포함한 촬영, 그리고 CG용 관객 소스 촬영을 각각 나눠 진행했다. 보통 한 작품당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기간이 평균적으로 소요됐다."
10회 엔딩 역시 가장 공들인 장면이라고. 정 감독은 "국극을 제외한 촬영 중 가장 공들인 건 아무래도 10회 엔딩, 용례가 부르는 추월만정을 정년이 처음으로 듣는 장면이었다. 대본 상황에 적합한 장소를 촬영 시기에 임박해 겨우 구했고, 일출과 밀물과 썰물 시간대를 몇 달 전부터 계산해서 두 번에 걸쳐 촬영한 장면이다. 한 씬을 이렇게 오래 준비해 찍은 건 연출하면서 처음 있는 경험이다. 며칠에 걸쳐 찍으며 훌륭한 감정선을 연기한 두 배우 덕에 화룡점정을 찍으며 완성할 수 있던 장면이다"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김태리, 신예은, 라미란(강소복 역), 정은채, 김윤혜를 비롯해 특별출연한 문소리에 이르기까지, '정년이'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예술가의 경지에 오른 듯한 열연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김태리는 원작의 뮤즈 답게 대체 불가능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윤정년 그 자체'라는 호평을 이끌어냈고, 신예은은 김태리의 유일한 라이벌이자 벗으로서 양대산맥을 형성했다.
정 감독은 "김태리 님이 쏟은 열정과 노력은 우리 작품을 떠받치는 큰 원동력이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순간이 올 때 정년이를 생각하면서 버틸 수 있었다. 신예은 님의 촬영 중 반전의 순간들도 많은 힘이 되었다. 종종 허영서와 신예은을 오가며 장난칠 때마다 다시 영서로 돌아오라고 말로는 그랬지만 속으로는 주머니 속에 넣어 집에 가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라미란은 매란의 단장다운 강직함과 무게감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이와 함께 정은채는 국극계의 황태자로서 남다른 아우라를 뿜어내 '정은채의 재발견'이라는 호응을 얻었고, 김윤혜 역시 히로인으로서의 매혹적인 존재감과 점점 몰락의 길로 향하는 뒤틀린 내면을 완벽히 소화해내며 극에 텐션을 불어넣었다.
정 감독은 "라미란 님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현신이었다. 단원들과 있을 때는 여고생같이 해맑게 있다가 촬영만 들어가면 어느새 소복으로 초 집중하는 모습에 수차례 반했다. 정은채와 김윤혜는 매란의 왕자와 공주로서 오래오래 기억할거다. 저 역시 온달과 평강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가 참 슬펐다. 둘의 마지막 무대가 드디어 끝났고 이제는 보지 못할 조합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날 정도로 아쉬웠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만나기 힘든 배우들의 조합이라 생각한다. 이분들과 그 외의 모든 분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큰 영광이었다"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정 감독은 "소리 한 가락, 한 소절을 우연히라도 듣게 되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리인데, '아 정년이에서 나왔구나!' 정도의 반응만 나와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시청자들 기억 속에서 '정년이'의 여운이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