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진, '강남 비-사이드'로 얻은 동력 [인터뷰]
입력 2024. 12.03. 09:00:00

조우진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배우 조우진이 '강남 비-사이드'로 또 한번 한계를 뛰어 넘었다.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섭렵한 그가 이번에는 묵직하면서도 집요한 형사 강동우를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강남 비-사이드'는 강남에서 사라진 클럽 에이스 재희를 찾는 형사와 검사, 그리고 의문의 브로커, 강남 이면에 숨은 사건을 쫓기 위해 서로 다른 이유로 얽힌 세 사람의 추격 범죄 드라마다.

'강남 비-사이드'의 연출을 맡은 박누리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드라마 연출에 도전하게 됐다. 박누리 감독과 조우진은 앞서 영화 '돈'으로 함께 작업한 인연이 있다.

"감독님께도 도전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제게 제안해 주셨을 때 정말 감사했다. 감독님께서 강동우에게 느낀 캐릭터의 매력성이 나와 닮았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인간적인 섹시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길래 그게 가능할까 싶은 마음이었다.(웃음) 강동우만의 솔직함과 정의로움이 있으면서도 친근한 동네 아저씨 같은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강동우는 굉장히 호감형인 인물이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하시길래 정말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제게 숙제가 많은 인물로 다가왔고, 그래서 더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도전하지 못했던 지점들도 있고, 성격적으로도 저와 정말 다른 인물이었다. 그래서 이 인물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밟아보면 배우로서도 성장할 수 있는 지점을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우진에게는 주연을 맡았다는 것보다 강동우라는 역할 자체에 대한 부담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는 "워낙 힘이 센 장르인데, 강동우라는 캐릭터가 묵직하게 버텨주지 않고 설득력 있는 인물로 통하지 않으면 극에 방해된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그래서 저와 성격상 다른 부분이 많은 인물이라 오히려 더 도전의식을 갖고 열심히 달려가 보자는 각오로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우진은 '강남 비-사이드'에서 사건을 파헤치는 베테랑 형사 강동우 역을 맡았다. 과거 좌천당했던 강동우는 강남에서 연이어 일어나는 실종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복귀하면서 예기치 못하게 사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번 작품에 임하기 전 조우진은 무게감 있는 형사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18kg을 증량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묵직함을 요구했다. '돈' 때는 '마약왕'을 같이 찍고 있었던 때라서 정말 말랐었다. 그때보다는 더 묵직하면 좋겠다고 하셔서 감독님께서 말했고, 저는 요구사항을 기대치 이상으로 충족시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께 선물을 드린다는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찌우고 운동했다. 살면서 그렇게까지 운동하면서 먹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대본 리딩을 하려고 만날 때마다 감독님께서 몸이 더 커졌다고 하더라. 잘한다고 해주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나. 그렇게 계속 열심히 몸을 키웠던 것 같다. 사실 낯선 것과 상관없이 너무 보기 싫으면 어떡하나 싶은 걱정이 가장 컸다. 그래서 더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노력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조우진이 바라본 강동우에 대해 묻자 그는 "저는 생각을 조금 더 하고 움직이는 편인데, 강동우는 자기가 옳고 정의롭다고 생각하면 바로 실천에 옮기는 인물"이라며 비교했다. 그는 강동우의 외골수적인 면에는 공감하면서도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이를 유연하게 고쳐 나갔다고 얘기했다.

"저도 예전에는 외골수라는 얘길 들었었다. 그런데 협업을 하다 보면 계속 고집을 내세울 수는 없지 않나. 배우가 되고 여러 작업을 하면서 그런 부분들을 고쳐 나가는 과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품과 캐릭터가 항상 고마운 것 같다. 강동우의 추진력과 행동파적인 면모는 저도 연기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 선하든 악하든 모든 인물은 나름의 정당성과 신념이 있다. 그래서 악역이라고 해도 그 캐릭터의 악한 부분만 걷어내고 성향 같은 것들은 배울 수 있다. 도움이 안 되는 역할은 없다. 또 그런 부분들은 다음 캐릭터를 만났을 때 충분히 써먹을 수 있다."



강동우라는 캐릭터가 가진 또 하나의 특성은 바로 '부성애'였다. 5화부터는 강동우가 재희(김형서)의 죽음 이후 사라진 딸 예서(오예주)를 찾기 위해 콜기사가 되어 강남 일대를 샅샅이 뒤지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재희와 예서에게는 친구 같은 아빠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작품에서 나오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교감을 해줄 수 있는 아빠가 있어야 한다. '사랑해'라고 말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사랑의 마음이 담긴 공감과 교감이 정말 풍부하고 많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강남 비-사이드' 속 사건들은 그게 부족해서 벌어지는 것들이다. 그걸 깨닫게 되는 시기부터 강동우가 더 흑화되고 강해진다. 어떻게 보면 애잔한 강동우의 행보인데, 그걸 동력으로 삼아 강동우가 어떻게 변모해나가는지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조우진과 실제 딸의 관계는 어떨까. 조우진은 "촬영을 나가다 보니 자주 못 놀아준다. '아빠, 언제 와'를 많이 듣다 보면 '사랑해'라는 표현이 줄어들게 되더라. 그래서 더 미안해진다. 열심히 하려고는 하는데, 언제 오냐는 말을 들으면 항상 미안하다"면서 "어려운 거겠지만, '베스트프렌드 아빠'가 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만 7살이 된 딸은 아직 조우진이 배우라는 사실을 모른다고. 그는 "TV에 제가 나오는 장면이 나오면 그냥 꺼버린다. 저는 서열이 없어서 가정의 방침을 제가 정한건 아니다"라며 웃었다. 이어 나중에 딸에게 어떤 배우로 보여지고 싶냐고 묻자 그는 "저는 딸이 미안한 존재라서 잘 모르겠다. 그래줬으면 하는 마음 자체가 사치라고 생각한다"며 "무탈하고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하는 바람이고, 열심히 하다보면 제 작품들을 보긴 하겠지만 어떻게 반응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강남 비-사이드'는 화려한 강남의 이면을 그려낸 만큼 유흥, 마약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다수 등장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조우진은 어두운 장르물을 한 차례 경험하면서 앞으로 더욱 다양한 연기를 선보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강렬하고 다크한 상황과 소재가 넘쳐나다 보니 사실 몸에 독이 조금 쌓이는 느낌이었다. 밤 촬영도 많아서 사이클도 반대로 바뀌니 독이 쌓이고 피곤해지더라. 그래도 무거운 이야기를 장르적 쾌감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해봤으니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번 경험해 봤으니, 독배를 마셔봤으니 다음에도 기꺼이 경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또 다르게 변주를 주기 위해서는 다른 차원과 방법의 연기를 찾아야 되는데 이번에 그 계기를 마련했다. 그 과정을 한번 거쳤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의미인 것 같다."

이처럼 작품을 통해 동력을 얻으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작품에 출연하지만, 막상 조우진이 연기하고 싶은 역할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자신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여겨지면 앞으로도 망설임 없이 도전하겠다는 그다.

"저는 무슨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말을 잘 못 하는 편이다. 최근에 여러 차례 교감해왔던 감독님 몇몇 분께서 제게 무슨 캐릭터를 하고 싶냐고 편하게 물어보시더라. 그런데 제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하니 '이제는 웬만한 역할을 다 해봤다는 거냐'면서 웃으시더라. 절대 그런 게 아니고, 저는 새로운 지점이 있고,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면 뭐든 해보고 싶다. 상황에 따라 비슷한 걸 또 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있어도 어떻게 새로운 구축을 할지, 어떻게 새로운 모습을 연구할지 등과 같은 고민이 늘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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