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승’, 배알못도 일단 츄라이 [씨네리뷰]
- 입력 2024. 12.03. 12:40:47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눈과 귀를 때리는 사운드가 도파민을 자극한다. 마치 실제 경기를 보는 듯한 속도감과 짜릿함까지.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들이 관객들을 코트 한 가운데로 소환한다. ‘흥행’을 향해 ‘강스파이크’를 날릴 준비를 마친 영화 ‘1승’(감독 신연식)이다.
'1승'
근근이 운영하던 어린이 배구교실까지 폐업 수순을 밟게 된 김우진(송강호). 그는 퇴출, 파면, 파산, 이혼까지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실패는 죄다 섭렵한 배구선수 출신 감독이다. 그러던 와중에 해체 직전 위기에 놓은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의 감독 제안이 들어온다.
강정원은 평균 승률 10% 미만의 김우진을 감독으로 영입한다. 그리고 핑크스톰이 시즌 통틀어 1승을 하면 상금 20억을 주겠다는 파격 공약을 내건다. “1승만 하면 된다”는 구단주의 말을 덥석 문 김우진. 그는 오합지졸 핑크스톰의 1승을 거둘 수 있을까.
‘1승’은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이기는 법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1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다.
영화는 2016년 ‘동주’로 유수의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휩쓸며 탄탄한 필력을 인정받고, ‘조류인간’ ‘로마서 8:37’ ‘카시오페아’ ‘거미집’ ‘삼식이 삼촌’ 등 감독, 각본가, 제작자로 다양한 작품을 내놓은 신연식 감독의 신작이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1승’은 신연식 감독에게 ‘새로운 도전’과 같다. 그가 국내에서 제작된 적 없는 배구를 소재로 택한 이유는 우승이나 절대 강자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1승의 기쁨을 되새김과 동시에 인생에서 단 한 번의 1승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것.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기는 법 모르는 선수들이 ‘1승’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도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결국 극복하는 감독, 매일 부딪히던 선수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진정한 팀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우리 모두를 응원한다.
유쾌한 웃음과 기분 좋은 에너지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믿고 보는 배우들부터 신선한 얼굴의 선수들의 열연으로 채운다. 송강호는 현실감을 자아내는 ‘웃픈 루저’의 면모부터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는 모습까지 유쾌하게 그려내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천재와 괴짜를 오가는 관종 구단주 박정민은 감초 연기로 활력을 불어넣는다.
국내 최초 배구 소재 영화이기에 ‘1승’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인 ‘배구계 레전드’들의 등장도 반갑다. 1990년대 남자배구 전성기를 주도했던 김세진 감독과 신진식 감독은 각각 배구단 스파이크윙스와 파이브스타즈의 감독으로 등장, 색다른 재미를 자아낸다. 전 국가대표 배구선수, 현재 해설가로 활약 중인 한유미 해설위원은 극중 1위 팀인 블랙퀸즈의 에이스 성유라 역으로 활약, 영화의 리얼함을 더한다. 개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은 ‘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의 특별출연은 영화 말미 확인 가능하다.
무엇보다 ‘1승’의 하이라이트는 핑크스톰과 파이브스타즈의 랠리 장면이다. 공의 시점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카메라,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정교한 선수들의 움직임과 동선, 귀를 때리는 타격감 넘치는 공의 사운드는 점점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배구를 좋아하는 관객뿐만 아니라, 배구를 전혀 모르는 ‘배알못’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오는 4일 개봉. 러닝타임은 107분. 12세이상관람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아티스트유나이티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