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된’ 류승범, 변곡점에 만난 ‘가족계획’ [인터뷰]
- 입력 2024. 12.04. 09: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배우 류승범이 오랜만에 매체 인터뷰에 나섰다. 2015년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이후 9년 만이다. 그사이 결혼, 출산, 육아 등을 겪으며 배우 인생에서도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한 류승범. 베일에 싸여있던 그는 신비주의를 깨부수고, 활동 제2막을 예고했다.
'가족계획' 류승범 인터뷰
“대본을 받을 때 캐스트 명단을 먼저 받았어요. 배두나, 백윤식 선배님의 이름이 있었죠. 데뷔 이후부터 굉장히 좋아하던, 존경하던, 사심을 품고 있던 배우들이에요. 두 분의 이름이 있으니까 대본을 넘기기 전부터 저를 ‘콜링’하더라고요. 긍정적으로 대본을 열게 됐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다가왔어요. 전작 ‘무빙’을 선택한 건 부성, 모성이 저에게 되게 다가왔었거든요. 이 작품도 어떤 가족의 사랑이라는 면에서 영수는 왜 가족을 만들고 싶어 하는지, 그것이 절대적인 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인간은 가족을 만드는 게 절대적인 것일까 질문을 하게 됐고요. 역할을 하면서 아빠에 대해 공감하고, 긍정적인 생각도 하게 됐어요.”
류승범은 10살 연하의 슬로바키아인 화가와 결혼해 2020년 딸을 품에 안았다. 데뷔 이후, 아버지 연기는 ‘가족계획’이 처음이다. 작품을 결정하는데 있어 결혼과 출산, 육아가 영향을 끼쳤을까.
“(아빠가 된) 기간이 짧아요. 4년째 아빠죠. 하하. 제가 다가가기도 하고, 이 캐릭터를 통해 생각도 해봐요. 딸이 커서 10대가 되고, 사춘기를 겪어 반항아가 되면 어떨까 생각도 해보고요. ‘견디기 힘들겠다’ 생각하면서 표정, 감정 연기를 찾아가보는 것 같아요. ‘저런 상황이면 어떤 마음이 들까’란 생각도 하게 되고요. 한 영역이 확장된 느낌이에요. 실제 아빠가 되고,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확장돼서 배우로서 플러스 된 느낌이라 좋았어요. 그전에는 아빠 역할이 안 들어왔어요. 자연스럽게 그런 때가 된 거죠. 실제 나이도 그렇고, 제 상황도 그렇고. 자연스러운 어떤 상황이지 않나. 배우로서는 좋은 것 같아요.”
아빠가 되고, 배우로서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류승범은 “사람이 바뀌니까 배우로서도 바뀌더라”라고 말을 이어갔다.
“저는 한결 같은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 류가 아니죠. 계속 변해요. 가정을 가지니까 또 변하더라고요. 아이를 낳으니까 또 변하고. 그래서 전 한결 같은 사람이 신기해요. 그런 사람들도 저를 신기해하고요. 변화된 건 ‘나’로부터 벗어났다는 거예요. 저는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이었거든요. ‘나’로 생각했어요. 가정은 ‘우리’가 되니까 ‘나’만 생각하게 되지 않더라고요. 관점이 달라진 게 달라요. 그때는 몰랐거든요. 그땐 이고이스트, 이기적인지 몰랐어요. 다른 상황이 되니까 ‘이기적이었구나,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었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에서의 변화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예전에는 답을 찾으려고 했어요. 지금은 답을 찾으려고 안 하죠. 어쩔 땐 편하고, 어쩔 땐 안 편하지만 지금은 신경써야할 게 있잖아요. 정신적 방황을 안 하게 돼요. 그럴 시간이 없어요. 가정, 아이가 있는데 정신적 고뇌를 하겠어요? 쓸데없는 짓인데. 그럴 수 있는 제 삶의 시간, 스페이스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좋아요. 그래서 안정감이 생기는 것 같고요. 삶이 단순해지니까 편안함이 오는 거죠.”
앞서 류승범은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에서 사랑꾼이자 딸바보 면모로 관심을 모은 바. ‘가족계획’ 속 역할 또한 아내바라기, 사랑꾼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높은 싱크로를 자랑한다.
“아빠라는 역할은 비슷한 것 같아요. 캐릭터를 떠나 아빠 역할을 보면 철희와 싱크로가 맞죠. 개인적으로 다른 부분도 있어요. 비슷한 것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특수한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으니까. 특수부대 출신에 싸움도 잘하는 그런 인생을 살지 않았으니까요. (웃음) 철희는 가족을 지키고 싶어 하기보다 영수를 사랑하는 인물이에요. 이 가족은 특수하게 혈육관계가 아니잖아요. 어느 순간 심플하게 접근했어요. 나는 영수만 사랑해, 철희의 세계관은 영수가 나의 전부, 세상이라는 게 있어요. 한 톤으로, 심플하게 달려갔죠. 철희는 그거로 달려가는 것 같아요.”
배두나와 투샷도 눈길을 끈다. 비슷한 나이대의 두 배우는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바. 배두나는 1999년 드라마 ‘학교’로, 류승범은 2000년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한 것. 그러나 두 배우가 한 작품 안에서 만나 호흡을 맞춘 건 ‘가족계획’이 처음이다.
“사적으로 알고 지내다 배우로 직접 현장에서 해석하고, 대하는 태도를 봤을 때 ‘역시’ 이런 생각이 있잖아요. 제가 알던, 상상하던 멋진 배우가 맞아 너무 기뻤어요. 그리고 비슷한 부분도 있고, 인간적으로 대화가 잘 통하는데 배우로서는 확실히 이 작품에 가진 통찰력에 놀랐죠. ‘어나더레벨’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어요. 사실 영수 역할이 저는 진짜 힘든 역할 같았거든요. 감정 표현을 안 하면서 드러내야 했어요.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에 있어야 해서 생각만 해도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표현하면서 감정을 드러내거나, 극을 이끌어가는 게 연기하는 입장에서 쉬울 수 있어요. 그러나 두나 씨가 안정되고, 드라이하게 끌고 가는 걸 보며 ‘훌륭한 배우구나’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동시간대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두나는 류승범과 호흡에 대해 “득도한 느낌이었다”라고 말하기도. 이를 언급하자 류승범은 유쾌하게 웃으며 “저는 변하는 사람이다. 계속 변하는 주의다”라고 밝혔다.
“저는 새로운 환경에서도 살고, 나라는 사람을 내려놓는 환경도 가보고, 자연과도 지내봤어요. 자연 중에서도 ‘마더 네이처’, 엄마 품속에 들어가서 지내보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변화를 겪었죠. 저는 ‘콘셉트’가 없는 사람이에요. 신비주의라고 하지만 저는 거꾸로 내추럴하고 싶어요. 내추럴한 사람이고 싶죠.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어요.”
활발한 배우 활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기회가 되면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요즘 영화도 제작이 안 되는 슬픈 현실이잖아요. 저는 열려있는 상태에요. 좋은 작품도 하고, 다양한 역할도 하고 싶죠. 지금은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이에요. 저 스스로가 다른 생각도 안 하고, 작품에 몰입해 에너지를 쓰더라고요. 아직 육체도 건강할 때고, 젊고, 정신도 그렇고요. 이번엔 멋진 역할을 버무렸는데 허술하고, 재밌는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엔터테이닝하게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쿠팡플레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