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뮤지컬 '알라딘', 아는 맛을 더 맛깔나게…아쉬운 '빈껍데기' 자스민[무대 SHOUT]
입력 2024. 12.05. 07:00:00

뮤지컬 알라딘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아그라바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오색찬란한 색감의 양탄자를 엮어 만든 커튼이 열리고, 유명 넘버 '아라비안 나이츠'가 시작되면 관객들은 순식간에 '알라딘'의 세계로 빨려들어간다.

마침내 상륙했다. 긴 시간동안 전 세대층, 남녀노소 사랑 받은 초대형 글로벌 히트작 '알라딘'을 뮤지컬로 한국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브로드웨이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스케일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여기에 특유의 'K-말맛'을 더해 '아는 맛'을 더욱 맛깔나게 만들어 낸 '알라딘'이다.

지난달 22일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알라딘'은 신비로운 아그라바 왕국에서 펼쳐지는 알라딘의 여정을 통해 대담한 모험과 클래식한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시간을 초월한 러브 스토리와 진실된 우정이 담긴 이야기다. 대중에게 익숙한 히트곡이 많고, 스토리 자체도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워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은 전 세계 4대륙, 11개 프로덕션에서 공연, 약 2천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지금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브로드웨이 히트작이다. 브로드웨이 초연 10주년을 맞아 최초로 한국에서 공연되면 한국은 전세계에서 12번째 '알라딘' 프로덕션이다. 한국 초연 소식에 국내 뮤지컬 팬들의 기대는 그 어느때보다 치솟았다. 가장 구하고 싶은 티켓으로 손꼽히며 개막 전부터 오픈된 2월 초까지의 좌석이 전석 매진되는 등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했다.

'알라딘'이 크게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는 단연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총출동 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크리에이터가 찾아낸 캐스팅으로 ‘알라딘’ 역에 김준수, 서경수, 박강현, ‘지니’ 역에 정성화, 정원영, 강홍석, ‘자스민’ 역에 이성경, 민경아, 최지혜, ‘술탄’ 역에 이상준, 황만익, ‘자파’ 역에 윤선용, 임별, ‘이아고’ 역에 정열, ‘카심’ 역에 서만석, ‘오마르’ 역에 육현욱, ‘밥칵’ 역에 방보용, 양병철 등 37명의 배우들이 힘을 합쳤다.



한국판 뮤지컬 '알라딘'은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아는 맛이 더 맛있다'를 보여준다. 작품은 친숙하고도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K-개그코드'를 곳곳에 심어놨다. 특히 완벽하게 한국화된 '지니'가 등장할 때마다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오프닝 '아라비안 나이츠'에서 아그라바의 유명한 것을 소개할 때 지니는 램프와 유사해 보이는 한국 관객들에게 '노란색 양은 주전자'를 꺼내면서 '텀블러'라고 말하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유발한다. 또, '알라딘'이 소원으로 빌고 싶은 것을 소개할 때는 ‘신형 피라미드 분양권', ''롯데 시그니엘 타워, 롯데월드' 등을 말하며 관객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한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밈'도 등장한다. 알라딘의 첫 번째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는 "지금부턴 내가 풀코스 왕자 요리사! 이븐하게 구워드릴게요"라고 말한다. '이븐하게'는 최근 신드롬급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흑백요리사'를 통해 탄생한 밈이다.

공연의 백미는 약 8분 동안 숨가쁘게 펼쳐지는 지니의 넘버 '나 같은 친구(Friend Like Me)'다. 이 넘버는 뮤지컬 '알라딘'을 직접 봐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두가 아는 '지니의 원맨쇼'는 역시나 명불허전이었다.

엉뚱하고 귀여운 '지니'로 완벽 변신한 강홍석은 극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능숙한 완급조절로 '믿고 보는 배우'의 내공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유의 재치 넘치는 모습과 파워풀한 성량으로 단번에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할 뿐만 아니라, 알라딘과 쉴 틈 없는 티키타카 케미로 재미를 더한다.

2막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알라딘'의 대표 넘버인 '새로운 세상(A Whole New World)'를 부르는 장면이다. 알라딘과 자스민이 마법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날며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기대 이상이다. 환상적인 장면을 애니메이션 못지 않게 잘 구현해냈다.



볼거리도 풍성하고 화려한 무대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데는 성공했지만, 일부 주연 배우의 연기와 가창력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알라딘'을 통해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한 이성경은 첫 등장부터 마지막까지 긴장한 탓인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배우가 제 몫을 못한 탓에 한 축을 담당해야 할 자스민의 존재감도 미비했다.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한 이성경은 어색한 표정 연기, 거친 호흡과 불안한 음정으로 등장할 때마다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비주얼에만 힘을 잔뜩 준 인상을 주는, 그야말로 '빈껍데기'의 자스민이었다. VIP석 기준 19만원에 달하는 고가 공연의 아쉬운 오점이다.

한편, 뮤지컬 '알라딘'은 서울과 부산 두 도시에서 공연한다. 내년 6월 22일까지는 샤롯데씨어터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주)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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