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타→나나, 25년 인연으로 완성한 백지영 '오디너리 그레이스'[인터뷰]
입력 2024. 12.05. 09:00:00

백지영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1999년 정규앨범 '소로우(Sorrow)'로 데뷔한 백지영이 25주년 앨범을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완성했다. 백지영은 강타, 유성은, 이응복 감독, 나나, 채종석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 리스너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선물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백지영은 지난 2일 새 미니앨범 '오디너리 그레이스(Ordinary Grace)'를 발매했다. 5년 만에 찾아온 백지영의 신보에는 그간 그가 선보였던 애절하고 처절한 감성이 아닌 담담하면서도 다채로운 감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노래들이 담겼다.

"사실은 그동안 불렀던 많은 이별 노래들 너무 처량하고 가녀리고 청승맞은 여주인공의 이야기였어요. 그것들도 많이 사랑하지만 들으시는 분도, 부르는 저도 조금 지친 감이 있었어요. 타협점을 찾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찝찝한 마음 갖지 않고 정할 수 있었어요. 많이 벗어나지 않고 좋은 곡을 만난 것 같아요. 너무 가슴 아프고 슬픈 누군가의 이별보다는 담담하고 이미 이별을 받아들이고 있는 게 제가 요즘 하고 있는 생각과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런 곡을 우연히도 받게 됐어요."

이번 타이틀곡 '그래, 맞아'는 강타와 함께 작업했다. 백지영은 "올 중반기쯤 송캠프해서 모았던 곡 중 하나"라며 "블라인드 모니터를 해서 강타가 작곡한 줄 모르고 타이틀 정했다"라고 전했다.

"타이틀곡을 정하고 나서 강타가 작곡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한테는 감동스러운 순간이었죠. (강타랑) 친하게 지냈고 예전에는 같이 술도 먹었던 사이거든요. 옛날을 떠올려보니까 지금 강타하고 저하고 곡을 선물하고 그런 게 아닌데 이런 작업을 하는 날이 왔다는 게, 우연처럼 필연처럼 만나는 게 감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강타는 뛸 듯이 좋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생각 외다' 이런 것도 아니었어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친한 동생이 아닌 프로듀서로 만난 강타는 어땠는지 묻자 "굉장히 매너 있고 칭찬 많이 해주고 친절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자기가 가수이고 작곡가라서 그런지 모르는데 부르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디렉팅이었어요. 저는 옛날처럼 벌스 1절 쭉 부르고 편집하는 작업을 하는 편인데, 따로 얘기하지 않아도 트랙을 통으로 받더라고요. 눈치가 빠르고 부드러웠어요. 오히려 요구를 너무 안 해서 미심쩍었죠. 내가 생각했을 때는 몇 번 안 불렀는데 오케이가 나왔어요. 의심하는 쪽이 제 쪽, 됐다는 게 강타 쪽이라 모범적인 녹음실의 분위기였어요."


강타뿐만 아니라 '보이스 코리아1'를 통해 인연을 맺은 유성은도 수록곡 작사에 참여했다. 백지영은 '보이스코리아1'에서 심사위원과 참가자로 만났던 유성은과 작사가와 보컬리스트로 만났는데, "제가 성은이를 회사로 영입해서 한솥밥 먹는 선후배 가수였다가 작사가와 보컬리스트로 만나서 작업같이 하니까 기분이 되게 묘하고 감격스러우면서 감사했다. 성은이가 대견하다"라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번 앨범에 작사 작곡가 명단 받기 전에 몰랐어요. 성은이가 두 곡에 참여했는데, 두 곡 다 제가 좀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저에 대해 깊이 알고 있는 가사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나를 생각하면서 어떻게 이런 얘기를 쓰게 됐냐고 물어봤더니 성은이가 생각하는 저에 대해 얘기해주는데 지금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간파하고 알고 있더라고요. 너무 고마웠죠."

뮤직비디오에는 '스위트홈' 이응복 감독, 배우 나나, 채종석이 참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백지영은 "엔딩에 여지가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좋았다. 그게 이응복 감독님의 능력인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응복 감독님은 '스위트홈2' 때 남편이랑 인연이 있어서 한두 번 뵌 적이 있어요. 이응복 감독님이 조심스럽게 먼저 '뮤직비디오 찍어본 적이 없는데 지영 씨 거는 꼭 찍고 싶다'고 해주셨죠. 지체 없이 시간 맞춰주신다고 하셔서 감사했죠. 뮤직비디오 여주가 굉장히 중요했어요. 예뻐야 하고 몸으로 무언갈 표현할 수 있어야 했죠. B안이 없는 A안이 나나였어요. '출연료 이만큼 줄 수 있고, 우리 이 날짜에 꼭 해야 해'하고 장문의 카톡을 보냈는데 흔쾌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종석이는 나나의 추천을 받았어요. 나나와 케미도 좋을 것 같고 키도 잘 어울리고 얼굴 너무 유니크하다고 감독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특히 이번 '오디너리 그레이스'는 5년 만에 백지영이 발표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백지영은 "20주년 기념 앨범 타이틀곡을 되게 좋아하지만 잘 안됐다. 회사에 타격이 있었던 것 같다"라면서도 "5년 동안 공연에 집중한 시기였다. 코로나 직전까지 공연을 했고 이후에도 재개하기까지 마음의 준비든 무대 준비든 끈을 놓지 않았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면서 25주년을 맞이했다. 뭔가 의도적이나 기획적으로 만든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본인은 음원이나 음반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라고. 이유로 "음원 성적이 다음 작업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지나고 봤더니 생각보다 안 된 곡도 되게 많은데 잘된 곡 위주로 기억을 해주셔서 안 돼도 괜찮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현장에서 반응이 좋은 곡인 것 같아요. 매년 공연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관객들을 터치하는 곡이 생겨요. 그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여전히 뜨겁게'라는 곡과 '비커즈 오브 유(Because of You)'가 그래요. 많이 히트하진 않았지만, 현장에서 반응이 좋아서 제가 자주 (셋리스트에) 넣는 곡이에요."

데뷔 25주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지만, 2024년을 기점으로 노래를 부르지 않았던 시간보다 노래를 부른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의미는 특별하다고. 백지영은 1999년 데뷔 당시를 회상했다.

"데뷔 당시에 발라드 노래로 데뷔해야 했는데 그때 미국에서 리키 마틴이랑 제니퍼 로페즈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어요. 우연히도 '선택'이라는 라틴곡이 앨범에 있어서 데뷔곡이 갑자기 바뀐 거예요. 춤도 못 추는 애가 갑자기 안무 연습하고 너무너무 힘들고 하기 싫었어요. 그때는 불행 중 다행으로 연습을 게을리할 권리도 없었고 스케줄 하기 싫다고 말할 권리도 없었어요. 선택의 여지 없이 하다 보니까 어느 정도 잘하는 사람이 돼 있었더라고요. 그때 체력이 지금까지 저를 유지해 주고 있어요. 고된 시간이었지만 저한테는 필요한 시간이었죠."

25년이라는 긴 활동기간 동안 굴곡도 많았던 백지영이다. 뜻하지 않은 어려움과 예상치 못한 행운을 겪으면서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예전에 공백기를 겪고 2006년 '사랑 안 해' 나오고 또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겪은 이후에 행운들을 만난 시간이 있어요. '큰 텀으로 큰 파도가 왔다 갔다 하는데 어떻게 매일 흔들리면서 살아가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무리 심장이 두근거리는 일이 닥쳐와도 내 인생에 큰 데미지는 없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좋은 일도 감사하지만 붕 뜨는 일은 없는 것 같고,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침체되고 잠식되는 일도 많이 없는 것 같아요. 하루아침에 달관했다기보다 많이 깎이고 다치며 얻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에요."


'선택' '대시(DASH)' '내 귀에 캔디' 같은 댄스곡부터 '총 맞은 것처럼' '사랑 안 해' '사랑 하나면 돼' '잊지 말아요' '그 남자' 등 애절한 발라드까지 넓은 스펙트럼에 걸친 히트곡을 가진 백지영이기에 대중이 갖는 기대감도 무척 크다. 백지영은 "부담까지는 아니고 기분 좋은 스트레스인 것 같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얘기했다.

"기대를 아예 안 해주시면 그것도 슬픈 일이잖아요. 세상일이 적당하게 갈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차라리 기대가 높은 게 나은 것 같아요. 음원이 나왔을 때 성적이 좋지 않으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방증이죠. 그럴 때 의기소침하지 않고 지혜롭게 기다리면서 다른 일을 도모해 보고 저를 컨트롤하고 그런 게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을 발매하면서는 어떨까. 백지영은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며 웃어 보였다.

"저는 '언니 '그래, 맞아'도 좋은데 저 '플라이(Fly)' 때문에 위로 많이 받았어요' ''숨은 빛'도 제 플레이리스트에 있어요.'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 정도로 타이틀곡 말고 다른 곡에도 위로가 되는 메시지가 많아요. 위로를 받았다는 감상평이 있으면 너무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백지영은 2025년 계획을 밝히며 매년 하던 콘서트를 올해는 건너뛰는 이유를 전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꼭 공연을 할 거예요. 올해는 앨범 준비도 있기도 했고, 사실 작년에 몸에 이상 반응이 있었어요. 연말부터 해외투어까지 이어진 과로 때문에 나타난 반응이었어요. 그래서 올해는 다른 일은 다 하되 공연은 쉬기로 했죠. 내년에는 제대로 또 준비해서 할 계획이에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트라이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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