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가 뉴진스로서 '네버 다이'하기 위해서는?
입력 2024. 12.05. 11:20:45
[유진모 칼럼] 누가 뭐라고 해도 현대 사회는 자본주의가 압도적으로 주도한다. 좋든, 싫든 돈의 논리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요즘 대한민국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대기업들은 중국의 대약진에 타격을 입고 있다. 그나마 K-컬처, 그중에서도 K-팝이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걸 그룹 뉴진스가 소속사 어도어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선언함으로써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위기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은 뉴진스가 전속 계약 해지를 선언한 것에 대해 "대중문화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다. 이렇게 선언만으로 전속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주장은 단기 계약이 아닌 수년의 장기 계약, 더 나아가 연습생 시절부터 투자를 진행하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 산업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라며 계약 해지 통보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또 "대중문화예술 산업 중에서도 특히 대중 가수에 대한 우리 산업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선투자 후회수'의 원칙 아래 이뤄져 왔으며, 회사는 우선적으로 투자를 진행한 이상 전속 계약의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라며 분쟁 발생 때 소속사는 손해 배상 청구 외에 계약 유지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들어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이 연합은 "뉴진스가 기존의 입장을 철회하고 회사와의 대화에 응하길 바란다. 해당 분쟁이 잘 마무리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가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은 대중 가수의 음반 제작사 등 연예 매니지먼트사들을 회원사로 거느린 단체이다. 뉴진스가 기존의 규준과 관행을 모두 깨뜨렸다는 내용이다.



뉴진스는 전속 계약의 무효의 근거로 여러 가지를 들었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 법조계 등 전문가 집단은 근거가 희박하다는 중론을 나타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어도어가 뉴진스를 보호하고 성장시켜 줄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기업인 어도어가 유일한 수입원인 뉴진스를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민주주의 혁명의 동력이 되었고 미국 독립 혁명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었다. 이에 따르면 각각의 개인은 자유와 평등을 최대한으로 확보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하나의 약속을 하고 국가를 형성하며 박애를 실천해야 한다. 개인의 주권을 지키되 공공의 질서와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계약 엄수론이다.

주식회사는 중세 유럽의 아시아 약탈이라는 안 좋은 의도로 시작되었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자본주의적인 회사 형태이다. 뉴진스 역시 이 주식회사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수년의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까지 수십억~수백억 원의 자본금이 투자되어 스타덤에 오르는 기회를 잡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이브가 아니었다면 스스로 투자했을까?

민희진 전 대표가 쌈짓돈을 털어 제작했을까? 만약 쌈짓돈으로 제작하고 활동시켰다면 그렇게 빨리, 그리고 이토록 크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좋든, 싫든 우리나라를 비롯해 지구촌 거의 모든 나라의 경제 시스템은 자본주의 체제이다. 심지어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러시아와 중국조차 자본주의를 받아들였다. 사실 그게 인간의, 모든 생명체의 본성이다.



뉴진스는 어도어에 다른 레이블 직원의 잘못을 책임지라고 하면서 어도어의 무능력을 지적했다. '상품'이라고는 뉴진스가 유일한 어도어가 뉴진스를 깎아내리고 망가뜨려서 얻을 이익이 무엇일까? 기업의 최대 목표는 보다 더 큰 이윤의 창출이다. 회사가 엄청난 자본을 투자해서 걸 그룹을 키웠다. 그랬더니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이런 K-팝의 현실을 보면서 국내외 어떤 기업 혹은 투자자가 흔쾌히 K-엔터에 투자할 것인가? 뉴진스는 이번 기자 회견에서 “전속 계약 해지로 인해 다른 분들에게 피해가 가는 걸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뉴진스' 사태로 어도어의 모회사 하이브의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K-팝 산업에 대한 경제 가치적 시선이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뉴진스가 어도어를 떠나면 미시적으로 당장 어도어 임직원이 타격을 입는다. 회사가 존폐의 위기에 놓인다. 거시적으로는 하이브 투자자를 넘어 K-엔터 산업 자체가 흔들린다. 가장 큰 피해자는 뉴진스 자신이다. 하이브가 가만있을 리 만무하고, 뉴진스는 뉴진스로서 활동에 제약이 걸리게 된다. 수년 동안 뉴진스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이라는 이름은 계속되겠지만 한동안 잊힌 뉴진스는 팬들의 뇌리에서 사라질 것이다. 대중과 시간은 한통속이라 인내심이 강하지 못하다. 뉴진스가 뉴진스로서 '네버 다이'하기 위해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어도어로 복귀하는 것이다. 아니면 차선책으로 어도어에 어떤 '당근'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도대체 자문이 누구인지.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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