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영화 아냐”…2024년 마지막 장식할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종합]
- 입력 2024. 12.06. 13:42:34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2024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배우 송중기 주연의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 극장가를 장식한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가 보고타 한인사회의 실세 수영, 박병장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감독 김성제, 이하 ‘보고타’)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김성제 감독, 배우 송중기,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조현철, 김종수 등이 참석했다.
영화에 대해 송중기는 “IMF 직후 한국에서 완전히 희망을 상실한 국희 가족이 아버지를 따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콜롬비아 보고타라는 곳에 새로운 희망을, 다시 얘기하면 뭐라도 살아남으려고 간다. 그곳에 가서 보고타에 자리 잡은 실세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살아남는 이야기라 생각하고 임했다”라고 소개했다.
영화는 IMF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한국인들이 생소한 타국에서 자리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린다. 시대적 배경을 1997년으로 설정한 이유로 김성제 감독은 “멀리 떠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지 않나. 서울의 반대편에서 가장 먼 곳 같은 곳, 우리에게 낯설고 생경할지 모르겠지만 멀리 있는 큰 도시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이민자들에 대한 것들이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라고 설명했다.
‘보고타’는 남미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마약’ 소재를 배제하고, ‘의류 밀수’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한인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려낼 예정이다. 김성제 감독은 “중기 씨가 살아남는 이야기라 했지 않나. 저는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청춘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국희는 양띠 소년이다. 12년이 걸쳐 다시 양띠가 되는 이야기다. 국희처럼 생존하려는,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 일찍 어른이 되지 않나. 결국 우정과 배신의 드라마라 생각했다. 어릴 때 우정을 나누고, 또 배신하는 그런 이야기”라고 전했다.
송중기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꿈꾸는 청년 국희 역을 맡았다. 송중기는 머나먼 보고타에 첫발을 내디뎠던 19세 소년 국희가 가장 높은 6구역에 들어서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 국희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송중기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로케이션은 아니었다. 한국인들끼리 갈등, 그냥 한국인들이 아닌 해외에 자리를 잡은 한국인들끼리의 갈등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한국이 아닌, 낯선 곳이 눈에 들어왔다. 한인사회에 크고 작은 갈등들이 보고타에 그림이 잡히면 어떨까 궁금했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역할에 대해 “나이의 순으로 상황에 맞게끔 캐릭터가 바뀐다”면서 “제가 최근에 했던 캐릭터 중 가장 욕망이 드글드글한 친구다. 욕망은 단순한데 살아남아야 하니까. 그걸 좋게 표현하면 책임감이라 할 수 있다. 처음 ‘보고타’ 시나리오를 봤을 때 시작과 끝은 종수 선배님이 맡아주신 아버지였다. 시작과 끝이 안 좋다. ‘내가 해야한다’는 생각 속에서 책임감과 살아남아야한다는 뜨거움이 올라오는 친구다. 처음엔 뜨겁지 않다. 끝으로 갈수록 용암처럼 뜨거워지는 친구다”라고 말했다.
송중기 외, 탄탄한 연기력과 묵직한 존재감을 나타내는 배우들이 ‘보고타’를 위해 뭉쳤다.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조현철, 김종수까지 완벽한 캐스팅 라인업을 자랑한다. 이희준은 보고타 한인 밀수 시장의 2인자 통관 브로커 수영 역으로 분했다. 이희준은 “수영은 원래 엘리트다. 대기업에 주재원으로 가있다가 그 기업이 망하면서 브로커로 살아남았다. 한인 상인회에 밀수로 자리 잡고 있으며 국희를 만나게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보고타 한인사회의 최고 권력자이자 밀수 시장의 큰손 박병장 역은 권해효다. 권해효는 “1970년대 초반 남미 지역으로 이민한 사람 중 콜롬비아로 흘러 들어온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처신에 능하기도 한 사람이다. 충청도 사투리를 통해 약간 편하게, 재밌게 하지만 때론 속내를 알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든다”면서 “(이 캐릭터에) 숨은 비밀이 있다”라고 귀띔해 궁금증을 높였다.
보고타 한인사회를 주름잡고 있는 박병장의 조카 작은 박사장 역은 박지환이 연기한다. 박지환은 “박병장의 조카로 ‘짜박이’라고 불린다. 음흉함에 혀를 내두르면서 그 옆에 죽지 않고, 기생해 가는 작은 벌레 같다”면서 “작은 박사장은 박병장 호위 아래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한다. 나름 열심히 일을 하지만 보고타에 살짝 취해있는 인물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본인 나름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한다.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이야기를 발전하는 매력이 있다”라고 전했다.
교환학생으로 보고타에 와 대학 동문인 수영을 형님으로 모시고 따르는 후배 재웅 역은 조현철이 맡았다. 조현철은 “재웅이는 굉장히 소심하고, 간이 엄청 작다.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동문 수영 형을 따라 장사를 하게 된다”라며 “어느 순간 수영 옆에 국희가 있다. 저는 사랑을 바라는 개 같은, 강아지 같은 느낌이었는데 관심을 빼앗기니까 속에서 갈등을 한다”라고 역할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김종수는 IMF로 사업에 실패하고, 콜롬비아 보고타로 국희를 끌고 온 국희 아버지 근태 역을 연기한다. 김종수는 “IMF로 하던 사업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미국에 가기 위해 경유지로 박병장을 선택해 콜롬비아로 가게 된다. 적응과 뿌리 내리는 걸 실패하고, 국희를 어려운 지경으로 빠뜨린다”라고 밝혔다.
김성제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를 감탄하기도. 김 감독은 “각본을 쓰고, 준비를 하면서 배역들을 머릿속에 상상을 한다. 상상을 하면서 배우들을 캐스팅하지만 작업을 하다 보면 감독과 배역을 맡은 배우와 역전되는 순간이 생긴다. 좋은 배우, 훌륭한 배우들에 한해서 저를 넘어가 다른 비전을 보여주는 순간이 생기는 것”이라며 “저는 잘 포착하려고 기다리는 역할이다. 그걸 넘어가는 순간, 그들이 펼쳐내는 각자의 연기, 상황들을 잘 바라봐주는 게 제 일다. 시사회를 하면서 ‘내가 만들려고 한 게 결국 이런 것이었구나’라며 관객 같은 기분으로 봤다. 훌륭한 배우들이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보고타’는 한국 영화 최초, 콜롬비아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보고타를 가장 큰 메인 장소로 잡고, 카리브해의 휴양도시 카르타헤나, 지중해의 섬나라 사이프러스 등 이국적인 풍광을 담아냈다.
그러나 김성제 감독은 로케이션 촬영에 대해 “이 영화를 마케팅하면서 생경하고, 낯선, 멋진 풍광 이야기들이 사실 쑥스러웠다”면서 “색다른 풍광, 멋진 스케일에 대해 1도 생각하지 않았다. 랜드마크라는 걸 다 피하고 싶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예고편에서 랜드마크 같은, 드론샷이 있다. 거기만 그런 느낌을 가졌다. 보고타는 조금 더 일상적인 공간을 찾으려 했다. 신의 감정을 표현해줄 땐 시네마틱한 공간이 되지 않나. 특별하진 않지만 시네마틱하게 변화되는 순간을 적용해보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만들면서 내내 찾던 질문이 있었다. 이게 답인지 모르겠으나, 멀리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지 않나. 굉장히 많은 현대사회 사람들이 자기가 나고 태어난 곳으로부터 다 떠나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어딘가로 떠나가지 않나. 시간이 지나 돌아가 보면 위치가 그대로 있지만 다 변했기 때문에 내 머릿속에 그 장소가 아니다. 시간이 흐르는 것도 그렇고, 물리적으로도 계속 떠나간다”라며 “(‘보고타’는) 무언가로부터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극단적으로 먼 곳으로 떠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영화를 하려고 하는 명분, 의지를 스스로 찾으려고 했다. 이 영화가 우정과 배신의 드라마라 했지 않나. 이건 아주 클래식하고, 전통적이고, 반복적인 이야기라 생각한다. 아주 사소한,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 끝에 실패하든 성공하든 남는 허탈함, ‘벅차다’는 말도 있지만 기쁠 때도 벅차다 하고, 힘들 때도 벅차다 하지 않나. 영화를 쓰는 내내 ‘벅차다’는 양면적인 단어를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했다. 벅차다는, 그 공감대로 가는 영화가 아닐까”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성제 감독은 크랭크업 후 5년 만에 개봉하는 작품이 아니라고 정정하며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김 감독은 “간혹 5년 전 찍은 영화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공식적인 자리에서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9년 12월에 배우들이 보고타로 들어왔다. 2020년에 찍기 시작했다. 4~5년 전에 찍은 영화가 아닌, 4년 전에 찍기 시작한 영화를 2년 반에 걸쳐 찍은 거다. 그리고 저는 1년 반에 걸친 후반작업을 했다”라고 설명하며 “5년 전에 찍은 영화라는 얘기가 속상하더라. 저는 지난달까지 풋티지를 편집했다. 전 세계가 맞이한 역경을 저희도 피하지 못해 수습하는 기간이 있었던 거지 옛날 영화를 지금 관객들에게 보여주려고 애쓴 건 아니다. 이제 막 만든 따끈따끈한 영화를 여러분에게 내보이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보고타’는 오는 31일 극장 개봉 예정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