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계획’ 배두나의 새 얼굴 “무감각한 표정에 집중했죠” [인터뷰]
입력 2024. 12.06. 16:23:40

'가족계획' 배두나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얼굴을 꺼냈다. ‘장르가 곧 배두나’란 말을 다시 한 번 입증시켰다. 배우 배두나의 이야기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가족계획’(감독 김곡, 김선)은 기억을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지닌 엄마가 가족과 합심해 악당들에게 지옥을 선사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시리즈물은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이후 약 3년 만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재밌게 읽었어요. 군데군데 씁쓸한 웃음이 나오는 블랙코미디를 좋아하거든요. 결과물을 다 보지 못해서 찍는 중에 느낌은 스크립트에서 봤던 블랙코미디 요소 플러스, 감독님이 호러 영화를 잘 만드시잖아요. 약간 기괴하고, 잔인함이 추가돼 결과물이 나올 것 같더라고요. 제가 읽었을 땐 헛웃음이 나오면서 통쾌하기도 했어요. 여러 범죄자들이 나오잖아요. 그 가족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범죄자들과 맞서서 응징하는 게 통쾌했어요. 심각하고, 진지하게 마음을 아리게 그리기보다 판타지 요소가 있는 게 좋았죠.”

배두나는 극중 특수한 기술 ‘브레인 해킹’을 통해 상대의 뇌를 장악해 기억을 지배하는 ‘브레인 해커’지만 아이들에게는 어느 누구보다 다정한 엄마 한영수 역을 맡았다.

“연기할 때 베이스는 장르나 스토리, 배경 등 상관없이 인간에 초점이 맞춰져있어요. 이번에는 인간으로서 특별한 기술, 능력이 있지만 그녀의 히스토리, 전사부터 빌드업하는 것부터 시작했죠. (극에서) 보여주진 않지만 그렇게 안 하면 못하겠더라고요. 그녀의 과거를 소환하는 것부터 했어요. 평범한 인간으로서 생각하고, 느끼는 것부터 시작했죠. 특수교육부대에 들어가기 전, 어떤 삶을 살았고, 그런 걸 빌드업하면서 능력과 브레인 해킹에 초점을 맞추진 않았어요.”



영수는 가족에게 한없이 따스한 엄마지만 극악무도한 악당들을 처단할 때는 한 치의 자비도 없는 차가운 인간 병기로 변신한다. “자, 지금부터 주목”이라는 대사와 함께 악당들에게 무자비한 처벌을 내리는 영수의 모습을 극명한 온도차로 그려낸 배두나다.

“엄마로서 다정하려고 하는 장면들이 1~2화에 많이 나와요. 저는 사실 그것도 책으로 배운 다정함이라 생각했어요. 모범 답안 같은. 그래서 정말 연습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시에서 미소도 계속 연습했고요. 영수가 중고등학생 때 특교대에서 탈출했잖아요. 아주 어릴 때 끌려가 애기 때부터 훈련을 받은 인물이다 보니 사회생활, 인간관계가 전무하다고 생각했어요. 감정들을 절제하는 훈련을 받았을 거고요. 또 사이코패스 같은, 공감 능력이 없는, 그런 기질이 있는 아이들을 데려왔을 거라 생각했어요. 탈출할 생각을 가진 뒤부터 모범답안을 연구하고, 연습했을 거라 생각했죠. 다정한 엄마라고 하면 ‘우리 아들~’이라고 어색하긴 하지만 그런 말투를 하거나, 미소를 짓는 등 계속 연습해요. 아이들이 없을 땐 표현 같은 걸 거의 안 하고요. 위험에 처했다 했을 때 입술을 깨물고, 흥분하는 것 외에는 무표정을 지으려 했어요. 차갑기보다, 무감각한 표정이 맞는 것 같아요.”

영수는 쉽게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캐릭터다. 어떤 일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마치 감정이 삭제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배두나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영수를 표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제가 원래 연기할 때 표정을 많이 쓰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유쾌하고, 발랄한 역할을 할 땐 많이 쓰지만 대체적으로 얼굴로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죠. 그래서 많이 어렵진 않았어요. 다만 그동안 감정이 풀로 있는데 그걸 참고, 조금 삐져나오는 감정이 보인다 정도의 연기를 선호했다면 이건 아예 안 보이는 거니까 그게 조금 힘들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표정, 무감각하도록 표현하길 원하셨거든요. 브레인 해킹할 때만 조금 신나게, 오랜만에 잘하는 거 하니까 날아다닐 거라 생각했는데 또 그렇진 않더라고요. 작가님과 얘기했는데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하셔서 조율하며 연기했어요.”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류승범은 배두나를 향해 ‘어나더레벨’이라고 감탄한 바. 그는 “배두나의 작품 해석 모습을 보고 통찰력이 엄청나다고 느꼈다”라고 칭찬을 쏟아내기도 했다. 인물을 연기할 때 배두나는 어떻게 그 캐릭터를 해석하고, 표현하는지 궁금해졌다.

“저는 일단 세계관을 누가 썼느냐에 대해 힌트를 받아요. 이사 오는 게 첫 장면인데 그 장면을 찍으며 힌트를 많이 받죠. 제 나름대로 스토리를 많이 짜요. 현장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요. 저는 예전부터 최대한 작가님이 원하는 대로 연기하는 스타일이에요. 사전에 분석해서 들어가는 스타일은 아니죠. 브레인 해킹을 할 때 장은숙 씨의 ‘춤을 추어요’ 노래가 나와요. 그런 것도 작가님에게 ‘왜 이 노래에요?’라고 물어보거든요.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연기해요.”

비슷한 나이대의 배두나, 류승범은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다. 배두나는 1999년 드라마 ‘학교’로, 류승범은 2000년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한 것. 두 배우가 한 작품 안에서 만나 호흡을 맞춘 건 ‘가족계획’이 처음이라 눈길을 끈다.

“원래 사적으로 알고 있는 류승범 씨는 연기한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편하게 연기하는 것 같아요. 저희가 워낙 데뷔도 비슷해서 편하더라고요. 영수랑 철희도 갓난쟁이 때부터 동기이자 친구 같은 부부라고 생각했어요. 동지 같고, 한 팀, 친구 같은 부부. 그래서 되게 연기하기 편했어요. 의지도 많이 했고요. 류승범 씨는 원래도 입장에서 봤을 때 화면 장악력이 대단한, 파워풀한 배우라고 생각했지만 현장에서도 보면 ‘대단하다, 휘몰아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김국희 씨랑 하는 장면 중 4일간 찍은 신이 있는데 3일간 지지고 볶고 하다가 승범 씨가 마지막에 나타나는데 돌풍 같은 에너지가 느껴졌어요. 감정신 같은 게 너무 날 것이었거든요. 그런 배우는 흔치 않은데 ‘보석 같은 배우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날것의 어떤 감정에 저도 같이 울기도 했죠.”



자녀로 호흡을 맞춘 로몬, 이수현을 향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수현이는 놀라운 아이였어요. 처음 (연기를) 하는데 저렇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죠. 보통은 걱정되고 그러면 어디서 배워오잖아요. 이 캐릭터는 이럴 것 같다는 설정으로 연기 선생님에게 배워올 수 있는데 이 친구는 자기화 되어 와서 놀랐어요. 몸도 너무 잘 쓰더라고요. 완전 준비되어 있는 배우라 놀라웠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지우 캐릭터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는데 수현을 보자마자 상상한 것과 비슷한 배우가 나타나 놀랐어요. 처음 보는 아이인데 딱이라 했죠. 로몬이는 은은하게 돌아있는 눈빛이 있어요. 하하. 현장에서 스마일 미소를 짓고 다녔는데 지훈이더라고요. 둘 다 몰입해 연기하는, 훌륭한 배우들이었어요.”

배두나는 최근 영화 ‘레벨 문(Rebel Moon)’ ‘다음 소희’ ‘브로커’, 드라마 ‘고요의 바다’ ‘킹덤’ ‘비밀의 숲’ 등 다채로운 작품 속 캐릭터로 ‘장르가 곧 배두나’ ‘대체불가’ 수식어를 얻은 바. ‘가족계획’에서는 지금껏 보여주지 않은 새로운 얼굴을 꺼내며 호평을 받고 있다. 데뷔 이후 꾸준히 배우의 길을 걸어오고 있는 그에게 ‘연기 원동력’은 무엇일까.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지난 10년 동안 되게 다작을 했어요. 지금 그나마 많이 줄인 건데 총 25년을 연기한 거잖아요. 배우로서 모습이 제 아이덴티티가 된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을 빼면 잘 모르겠더라고요. 브레인 해킹을 빼면 영수가 잘하는 거 없는 것처럼 저도 배우가 아닐 땐 되게 어설퍼요. 사람으로서 어리바리하죠. 그래서 작품을 계속 하면서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고, 활기를 얻어요.”

여전히 궁금한, 그리고 새로운 배두나.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 장르, 캐릭터를 통해 색다른 얼굴을 꺼내어 보이고자 한다.

“‘가족계획’을 본 시청자분들은 통쾌하게 느끼셨으면 해요. 그리고 나쁜 짓을 많이 하면 벌을 받는 구나를 느끼셨으면. 저희 드라마가 사회문제를 꼬집는 건 아니에요. 블랙코미디적 웃긴 요소들이 추가됐으니 재밌게 봐주셨으면 하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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