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박혜나 "엘파바는 내게 '기적'…출산 후 책임감 생겼다"[인터뷰]
입력 2024. 12.11. 08:00:00

박혜나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뮤지컬 팬이 아닌 대중들에게도 '겨울왕국' 엘사로 익숙한 배우 박혜나가 8년 만에 엘파바 옷을 입었다. 기회가 필요할 때 기적처럼 다가와준 엘파바는 출산 후 진로를 고민하고 있던 박혜나에게 다시 한 번 선물처럼 나타났다.

지난 9일 영화 '위키드' 1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인터뷰 직전 전해진 소식에 박혜나는 "'위키드'는 참 좋은 작품이다. 더빙하면서 좋은 작품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고 내가 초연에 뽑혔었다는 사실에 다시 감사했고 기뻤다. 사실 시간이 돈인데 스태프들, 성우들, 배우들 모두 진심이었다. 더빙 작업을 하다가 다시 해도 되냐고 물어보면 '다시 하십쇼!' 하면서 열정을 갖고 했다. 사랑받아 기쁘고 더빙이 사랑받아 더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위키드'를 관람한 후기로는 "관객들 상상력으로 채워졌던 부분을 영화로 잘 만들었다. 상상력을 이기긴 어려운데 다른 상상을 하게끔 만들었기 때문에 관객들이 그걸 그냥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또 캐릭터들이 더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표현된 것 같아서 드라마가 잘 살지 않았나 싶다"라고 얘기했다.

영화 '위키드'는 박혜나의 출산 후 복귀작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6월 예쁜 딸 나호를 품에 안았다.

"제가 큰일을 겪어서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만삭 때 '위키드' 더빙 제안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출산하기 2일 전에 샘플을 녹음해서 전달했죠, 출산 후에 몸이 버텨줄지 걱정했는데 노래를 할 수 있었고 감사했죠. 소중한 선물을 받아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무대에 서는 배우로서 관객 여러분께 사랑을 많이 받기 때문에 책임이 큰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낳고 책임감이 더 커졌죠. 부모가 중요하다는 걸 새로 깨달으면서 좋은 거울이 돼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난 2013년 '위키드' 한국 초연과 2016년 재연에서 엘파바 역할을 맡은 박혜나는 약 8년 만에 영화 '위키드' 더빙에 참여하며 엘파바로 돌아왔다. 그는 "2013년 초연, 2016년 재연도 한참 기회가 필요할 때 참 감사하게 다가온 기회였다. 이번에도 출산하고 어떤 걸로 복귀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을 때 말도 안 되게 찾아와줬다"라고 남다른 애틋함을 드러냈다.

"일할 생각이 없었는데 만삭에 할 수 있는 일이 왔어요. '위키드'는 나와 어떤 인연이 있길래 운명적으로 찾아와줄까 애틋함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기회가 필요할 때마다 와줬고 그로 인해 쌓아졌던 경험들이 많다 보니까 더빙 작업 하면서도 (지나온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죠. 엘파바는 애정이 가는 캐릭터예요. 외롭고 어마어마한 힘을 가졌지만 모두와 다른 사회적 약자죠. 자신이 생각하는 신념을 가지고 정의를 위해 맞서 싸우는 인물이기도 해요. 보고 있으면 을 통쾌하고 그런 부분을 충족시켜 주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그런 면에서 매력적이고 이상적인 캐릭터에요."

박혜나는 '뮤지컬 '위키드' 속 엘파바와 영화 속 엘파바의 차이를 묻자 "영화에서는 무대와는 다르게 이성적이다"라고 답했다. 그가 해석한 엘파바는 선천적인 특징으로 인해 생긴 선입견으로 괴롭힘 당한 것에 대한 피해의식,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에 무지함 등으로 액팅이 크고 분노라는 감정이 많이 드러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카메라로 디테일하게 엘파바의 표정, 감정을 따라가다 보니 이성적으로 그려진 것 같다고.

그는 엘파바를 둘러싼 부조리한 상황과 현재 시국을 비교하며 입을 열기도 했다. 그는 "엘파바 같은 상황에서 그런 행동하기 어렵다. 하지만 함께라면 힘을 낼 수 있고 공연을 보며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시국이 시국인 만큼 그런 걸 겪고 나니까 일상을 겪는 모두가 영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라는 직업이 대단치 않다. 어렵거나 그런 것들이 있을 때 그걸 하루하루 버텨 살아가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느꼈다"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혜나는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위키드' 더빙판을 보면서 배우 인생을 돌아봤다고 고백했다. "2013년부터 엘파바로 살아온 내가 녹아져 있구나' 싶어서 감회가 새로웠다"고.

"배우를 시작하고 힘들었고 그 순간들을 버티고. 데뷔 때 패기가 멋있었어요. 다리가 불편해서 걷지 못하는 엄마 역할인데 아이를 잃고 앉아서 노래해요. 앙상블이었는데 한 달 내내 목발 짚고 다녔어요. 또 오디션에서 떨어졌던 것들, 좌절감이 들었지만 나에 대한 자신감 잃지 않으려 노력한 시간, 준비 기회로 삼자고 생각한 상황들 쓱 지나갔어요. 그러면서 초심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걸어온 길은 감사하고 행운이었어요. 앞으로 걸어갈 길은 감사한 일을 돌려드리고 책임질 수 있게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영화 '위키드'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150만 관객을 모으며 장기 흥행 중이다. 박혜나와 정선아, 고은성이 참여한 더빙판 상영 시간을 늘려달라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뜨겁게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 홀 앞에 뮤지컬 '위키드' 포스터가 걸리며 내한 공연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박혜나는 "저도 내한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라며 영화로 처음 '위키드'를 접한 이들에게 뮤지컬 관전포인트를 전했다.

"무대라는 공간은 (배우와 관객이) 함께 있어요. 그래서 그 순간을 함께 살죠. 함께 공감하고 살아가는 순간이 일체가 되는 경험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 순간이 소중해서 N차 관람을 해주시는 것 같고요. 뮤지컬은 실제로 무대 위에서 살아가는 배우들을 통해서 생생히 경험할 수 있고, 조명과 배우의 연기, 장치들로 관객들이 상상하게 만들죠. 모든 배우들이 만들어낸 상상 속에서 그 이상의 것을 보게 돼요. 무대는 한계가 없어요."


지금껏 '위키드' '데스노트' '하데스 타운' '이프덴' '식스 더 뮤지컬' 등 초연 뮤지컬에 얼굴을 비춘 만큼 그가 차기작으로 선택할 작품에 대한 기대도 크다. 아직 정해진 바는 없지만 박혜나는 무대로 돌아가기 전까지 출산 전 모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작품을 보는 기준은 전 작품과 다른 역할, 안 해본 역할, 안 겪어본 상황들 중점이 되는 것 같아요. 아니면 한국에 안 올라왔던 공연이죠. 그래서 초연이 많은 것 같아요"

2024년 엄마라는 새로운 역할을 얻게 된 박혜나는 "뮤지컬은 애기 낳기 전에는 제 가치를 증명하는 존재 이유까지 됐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는데 애를 낳고 나니까 나와 동일시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역할이 많아지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잘하자, 배우로서는 떳떳할 수 있게 평상시 삶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두 다리로 무대에 설 수 없는 순간이 오더라도 휠체어에 앉아서라도 무대에 서고 싶다며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되는 한 끝까지 하고 싶어요. 될지 모르겠네요. 제가 버텨줄까. 제가 '나문희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 저렇게 연기하고 싶다'라고 했던 적이 있어요. 두 다리로 무대 설 수 있는 한, 아니 휠체어를 타고라도 제가 설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서고 싶어요. 무대가 작아도 상관없어요. 메시지가 저라는 배우를 통해서 나갈 때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라면 상관없어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샘컴퍼니, 유니버셜 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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