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피꽃'→'취하로'로 꽃피운 이종원, 확실한 한 방을 원해[인터뷰]
- 입력 2024. 12.13. 09:00:00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1월 '밤에 피는 꽃'에서는 종사관 나리로, 8월 '나쁜 기억 지우개'에서는 테니스 선수로, 11월 '취하는 로맨스'에서는 브루 마스터로 2024년 지상파, 종편, 케이블 종횡무진 활약한 이종원의 2024년이 막을 내렸다. 주연 배우로 자질을 증명한 그는 진한 임팩트를 남기는 배우로 거듭나겠다는 새해 목표를 밝혔다.
이종원
지난 2월 종영한 MBC '밤에 피는 꽃' 촬영을 마치고 받은 '취하는 로맨스' 대본을 읽자마자 '윤민주'와 닮은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는데, 이종원은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으로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도 욕심이지만 사실 저도 이종원이라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 모습을 또 섞어서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는 것 같다"라고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극 중 윤민주는 엠패스(empath)을 가진 인물이다. 엠패스란 초민감자 성향으로 연기를 하는 이종원에게도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낯선 소재다. 이종원은 "저도 대본을 읽고 작가님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 엠패스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아리송했다"라고 얘기했다.
"'도대체 이게 어떤 능력인 거지'라고 생각을 해서 알아봤는데 엠패스라는 건 지병도 아니고 질환도 아닌 어떠한 성향에 대한 이야기더라고요. 민주라는 캐릭터는 감정이라는 부분에서 엠패스적인 성향이 뚜렷하게 나오는 거고 사람에 따라 냄새나 들리는 거나 보는 거나 이런 오감에 있어서 누구보다 예민하거나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걸 느낄 수 있는 걸 사실 엠패스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초능력처럼 느껴지지 않는 게 제일 중요했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덜어내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윤민주와 자신이 닮았다고 생각한 지점도 감정에 예민하다는 점이었다는데, "평소 타인의 감정에 예민한 편이냐"고 묻자 "잘 캐치하고 살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지금 웃을 수 있는 감정이 아닌데 너무 해맑게 웃으면서 저한테 다가온다거나 그런 부분들이 제일 먼저 캐치가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민주가 용주의 감정을 처음에 캐치할 때부터 상대의 감정을 느끼는 연기를 했던 부분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 감정들이 많이 흡수가 되게 빨리 됐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이종원이 제대로 선보이는 첫 현대물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이종원은 종영을 앞두고 "혼자 힘으로는 절대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은 아주 명백하게 든다. 모두가 협력하고 도와주고 소통하면서 이끌어 나간 것 같아서 벌써 다행이다"라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민주라는 친구가 섬세하지만 가끔 냉소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꽤 직진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대비되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너무 능글맞거나 느끼하지 않게끔 좀 담백하게 풀어나가는 여우가 되고 싶었는데 다행히도 칭찬을 듣고 나서 좀 안심이 됐습니다."
상대역을 맡은 김세정과의 케미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종원은 "세정 배우랑 둘이 동시에 웃는 장면이 있다거나 아니면 둘이 그런 행복한 장면 속에서 '둘이 웃는 게 너무 닮았다' '이렇게 보니까 너무 잘 어울리고 예쁘더라'라는 말이 너무 행복하고 기분 좋았다"라고 했다.
로코 선배인 김세정이 첫 키스신 촬영을 앞두고 이종원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는데, 그중 "편하게 해달라"라는 조언이 가장 힘이 됐단다.
"본인도 처음에는 (키스신 촬영이) 딱딱하고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걸 똑같이 겪고 있는 저한테 제일 먼저 해줬던 말이 '편하게 하자'였는데, 사실 어떻게 보면 연인끼리 키스를 할 때는 손이 어색하지는 않잖아요. 그런 자연스러움에 제일 중점을 뒀던 것 같아요."
방송 전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김세정은 이종원을 '흑맥주'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종원은 "새로운 해석이었다"라며 "그렇게 각자 술에 비유해서 생각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역시 김세정이구나, 했다"라고 마음에 들어 했다. 반대로 김세정을 술에 비유한다면 어떤 주종일지 물었더니 "술보다는 에너지 드링크 같다"라고 대답했다.
"굉장히 통통 튀고 정말 에너제틱하고 지치지 않는 무한동력 같은 친구라고 늘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정말 비타민 같고. 당연히 힘들고 지칠 때가 있을 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웃으면서 촬영을 완주하는 친구가 있는지, 가끔은 저보다 누나 같기도 했어요. 그래서 에너지 드링크 같아요. 에너지 드링크 제일 센 거. 에너지 드링크를 안 먹어도 둘이 몇 마디만 나누면 에너지 충전이 되는 것 같았어요."
'취하는 로맨스'는 2022년 최고 시청률 11.6%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은 SBS 드라마 '사내맞선'의 박선호 감독과 김세정이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전작의 흥행은 이종원에게 부담보다는 기대가 됐다고 한다.
"선호 감독님과 세정 배우가 '사내맞선'이라는 드라마에서 너무 좋은 호흡이 있었잖아요. 그 호흡이 있었기 때문에 저도 현장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믿음이 있었어요. 카메라 감독님들도 그렇고 그때같이 하셨던 분들이 계시니까 '그럼 나만 잘하면 되겠다' 생각했죠. 내가 빨리 이 사람들의 친밀도에 합류해서 우리 작품의 호흡을 극대화를 시켜야겠다라는 게 목표였던 것 같아요."
윤민주와 이종원은 취향에 있어서도 똑 닮았다. 사진 찍는 것과 술을 좋아하는 공통 분모를 가진 것. 그는 "이종원이라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많아서 너무 행복했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만큼 아이디어도 많이 냈다고.
"민주의 작업실 공간은 우리 집에 원래 있었던 현상실이랑 최대한 똑같이 배치했었어요. 미술팀하고 같이 이야기해서 진짜 그 현상실을 같이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로 드라마 안에서도 제가 찍은 사진들이 한 절반 이상은 나왔었던 것 같고요.
특히, 직업이 브루마스터인 만큼 맥주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했다며 "주변에 독립적으로 그런 맥주를 만들던 분이 한 분 계신다. 그래서 맥주에 들어가는 재료나 작업 순서, 브루마스터가 가지고 있는 습관들 같은 걸 되게 많이 물어봤던 것 같다"라고 준비 과정을 전했다.
이종원은 유튜브 채널 '짠한형'에 출연해 애주가 면모를 뽐내며 신동엽에게 "너 진짜 물건이다"라고 인정받기도 했는데, 술과 관련된 유튜브 콘텐츠를 진행해 볼 생각 없냐는 질문에 "직접 한국에서 제조되는 술을 만드는 곳에 찾아가는 콘텐츠를 해보고 싶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진심을 다하는 모습은 '취하는 로맨스'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하는 듯했다. 이종원 역시 "저는 시청자분들이 드라마를 보며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건 뭘까'하는 생각을 한 번쯤은 더 해보셨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 촬영한 것 같다"고 얘기했다.
"요즘 패션 트렌드도 누구나 입는 옷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이 우리 드라마와 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진짜 본인이 좋아하는 게 뭔지 알고 그걸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위로도 받고 자신도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되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종원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소감으로 "올해만큼 내년에 또 보여주겠다는 제가 봤을 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며 "내년에는 양보다는 임팩트 있게 진하게 한번 보여주고 싶다"라고 얘기했다.
"올해는 많은 콘텐츠와 다양한 모습으로 '이종원이 이런 것도 할 수 있고 저런 모습도 있어요'라는 걸 보여줬다면 내년에는 쐐기를 박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올해 마지막으로 공개가 됐는데 다음에는 따뜻한 휴먼 드라마의 캐릭터나 정말 차가운 캐릭터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완전히 정반대의 색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을 내보고 싶어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더블랙레이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