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살이면 한창 성장할 나이"…데이브레이크가 이어갈 미래[인터뷰]
- 입력 2024. 12.14. 07:00:00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많은 분들이 데이브레이크하면 '좋다' '들었다 놨다'처럼 밝고 긍정적인 노래를 떠올리시는데 그렇지 않은 곡도 잘 만들어낸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표현의 확장성, 작업의 다각화가 데이브레이크가 나아갈 미래죠." 17년간 한 소속사와 활동하며 타성에 젖었다고 받았다고 고백한 데이브레이크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쉬어가기보다 이어가기를 결정한 데이브레이크의 다음은 무엇일까.
데이브레이크
이원석은 "오랜만에 인사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 신곡 발매를 정말 오랜만에 해서 좋게 들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떨고 있다", 김장원은 "많은 분들이 많이 들어주시고 좋게 평가해 주셨으면 좋겠다. 많이 들려드리는 게 목표다"라고 신곡 발매 소감을 전했다.
이번 앨범은 지난 2016년 발매한 정규 4집 이후 약 8년 만에 데이브레이크만의 이름으로 내는 앨범이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만큼 데이브레이크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단다.
"세미콜론이 마침표와 쉼표로 이루어진, 무언가 덧붙일 때 쓰는 문장 기호잖아요.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옛날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모두 담았어요. 네 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2번 트랙은 새로운 프로듀서들과 협업하면서 만들어진 곡이고 3,4번 트랙은 미발매 곡을 편곡해서 냈어요. 데이브레이크의 어제, 오늘, 내일을 다 맛보실 수 있는 앨범이에요."(이원석)
앨범에 담긴 네 곡 중 두 곡이 타이틀 곡이다. 이원석은 "앨범 작업 막바지에 '올드 앤 와이즈' 데모가 나왔다. '세미콜론'으로 의견이 모아지긴 했지만 이 곡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지 않겠나, 해서 더블 타이틀로 선정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저희 입장에서는 흡족한 일이기도 해요. 단조 한 곡, 장조 한 곡. 이별 한 곡 청춘가 한 곡. 타이틀을 한 곡으로 했을 때 집중되는 장점은 있겠지만, 데이브레이크가 그만큼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쌓였다는 방증이라고 봐주시고 다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이원석)
첫 번째 타이틀곡 '세미콜론'은 데이브레이크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단조의 타이틀곡이다. 마침표(.)와 쉼표(,)를 관계에 비유해, 이별의 상황에서 그 어떤 부호도 선택하지 못한 혼란한 화자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세미콜론'은 네 멤버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타이틀에 선정됐단다. 김장원은 "민주적인 방법으로 선택했다. '올드 앤 와이즈'와 1,2위를 다퉜지만 압도적인 1위였다"라고 밝혔다.
"마이너 곡이 타이틀인 건 처음인데 이번 기회에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모두 동의했던 것 같아요."(김장원)
"계절감도 중요했던 것 같고 슬픈 곡인데 평범한 발라드 리듬을 갖고 있지 않으니까 (데이브레이크의) 무드는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정제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김선일)
"데이브레이크의 분위기나 연주가 많이 달라지지 않는 선에서, 각자 멤버들 색이 유지되는 선에서 좋은 분위기 낼 수 있겠다, 생각했죠. 재밌게 만들어볼 수 있겠다."(정유종)
또 다른 타이틀 곡 '올드 앤 와이즈'는 2007년 발매된 데이브레이크 1집 수록곡 '범퍼카'의 다음 이야기다. 17년 만에 다음 이야기를 이어간 이유를 묻자 이원석은 "중간에 뒤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쉼 없이 달리다 이제서야 돌아봤더니 '이랬구나' 싶은 거다. 어떻게 보면 올해 데이브레이크 터닝포인트가 되는 시기기도 했다.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상처투성이인 화자의 상태로 두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살아가면서 기쁜 일도 있고 좋은 일도 있지만 상처는 잘 지워지지 않잖아요. 그런 상황에서도 나아가자는 게 '범퍼카'에요. 그런데 나아가다 보니 깎여 나가고 어떨 때는 뒤로 가는 것 같고 잘 사는 건지 헷갈리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결국에 지켜야 하는 것이 뭘까' 고민했던 지점이 '올드 앤 와이즈' 가사에 담겼다고 생각해요. 비극적으로 끝나지 않는 메시지이기 때문에 다음 이야기는 훨씬 희망적일 거라고 봐요. 10년 후에 또 나올지도 모르죠."(이원석)
세미콜론으로 이야기를 덧붙여 가듯이, 데이브레이크도 2024년 소속사를 옮기며 세미콜론을 찍고 다음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멤버들이 공감할 텐데 (이적이) 어려웠어요. 전 소속사와 정도 많이 들고 회사와 관계도 좋았죠. 그런데 저희를 생각했을 때 너무 거기에 젖어있는 느낌이 들었기도 했고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 당시에 모였던 것 같아요. 진지하게 고민했고 전 회사 분들과도 상의하고 어떻게 보면 아름답게 집을 옮긴 것 같아요."(김선일)
미스틱스토리로 이적하며 새로운 밴드 후배도 생겼다. 정유종은 루시에 대해 "회사에 먼저 계셨던 선배님으로서 존경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음악적으로 후배들인데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잘해서 긴장되고 많이 배워요. 또 어리고 음악을 잘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오만할 법도 한데, 루시 멤버들이 한결같이 따뜻한 친구들이라서 인성도 참 중요하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배라 우리가 가르쳐줘야 한다는 생각보다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같이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2007년 1집 앨범 '어반 라이프 스타일(Urban Life Style)'로 데뷔한 데이브레이크는 어느덧 17주년을 맞이했다. 장수 비결을 묻자 "17년을 해온 것이 장수 비결"이라고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17년이라는 시간은 사람으로 생각하면 걸음마하고 말을 시작하는 초반의 시기를 거쳐서 한참 본인의 능력을 키우는 시기잖아요. 형들을 봤을 때도 그렇고 저를 봤을 때도 그렇고, 지천명을 바라보고 있다고 얘기는 했지만 밴드 실력이 점점 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더 있고,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성장하고 있어요."(정유종)
"17년을 해왔던 게 장수 비결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죠. 다투기도 하고 싸우기도 했는데, 가족보다 많이 봤던 사이니까 이제는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고 지켜야 하는 선들을 알고 지키고 있어요. 이렇게만 간다면 20년 30년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로를 잘 아는 게 장수 비결 아닐까요."(김선일)
"내부적으로 다투기도 했고, 데이브레이크라는 브랜드의 위기를 겪기도 했죠. 1집은 나온지도 모르게 망하고 나오는 모든 게 반응이 좋지는 않았어요. 어떻게 부드럽게 넘어가느냐죠. 그런 것들을 잘 넘겨 왔고, 이 앨범도 그래서 낼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어떤 위기가 닥칠지 모르지만, 경험치가 쌓였으니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 않나, 싶어요."(이원석)
오랜 기간 밴드 활동을 이어가며 밴드씬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았다고. 최근 데이식스, 루시, 실리카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등 밴드들의 약진에 더불어 페스티벌 성횡으로 'K-밴드 붐이 왔다'는 반응에 대해 데이브레이크는 반가움을 숨기지 않았다.
"저는 살짝 불안해요. 어린 친구들이 너무 잘해서 불안하다는 느낌보다 발맞춰야겠다는 자극을 받았죠. 자극제가 충분히 됐어요."(김장원)
"너무 환영할 일이죠. 준비하고 있는 밴드나 기존에 조금은 멈춰있던 아티스트들이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고요. 이런 분위기가 더 오래 유지되기 위해 많은 스타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김선일)
"'MAMA'에 데이식스가 나오고, 고척돔에서 단독 공연도 했잖아요. 그들이 어떤 행보를 걸을지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우리도 같이 가야죠. 그래야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밴드씬을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제 막 시작하는 팀도 있을 것이고 여러 팀이 밸런스를 맞춰서 갈 때 오래 갈 수 있어요. 아직 메인 스트림이라고 보긴 어렵잖아요? 이런 시기를 잘 거쳐나가고 으X으X 해주면 어느 순간 메인스트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이원석)
데이브레이크는 공연으로 2024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오는 12월 28일~29일 양일간 예스24 라이브홀에서 2024 데이브레이크 콘서트 '세미콜론'을 개최하는 것. 데이브레이크는 매년 진행하던 여름 콘서트 '썸머 매드니스'(SUMMER MADNESS)를 진행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하며 "압력밥솥이 폭발하는 것처럼 예사홀을 한번 뚜껑을 날려버릴 생각이다. 가장 뜨거운 공연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이번 연말공연은 새롭게 발표한 '세미콜론'의 결정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공연은 총 세 개의 단락으로 나눠질 것 같아요. 쉼표에서는 지난 시간에 대한 것들을 표현하고, 세미콜론 단락에서는 덧붙일 수 있는 곡들, 그리고 2024년 지금까지 행보를 일단락할 수 있는 마침표까지. 세미콜론이라는 문장부호를 통해 우리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담았어요. 앞으로 데이브레이크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갈지 공연을 통해 얘기하고 싶어요."(이원석)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미스틱스토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