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서현진,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과는 다르게 [인터뷰]
입력 2024. 12.14. 08:00:00

서현진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트렁크' 노인지가 실제 제 삶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어요. '지금까지 삶의 방식과는 다르게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래 '안정지향'적인 사람인데, 인지의 마지막 태도를 보면서 실제 저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트렁크'(극본 박은영, 연출 김규태)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멜로다. 서현진은 결혼 때문에 혼자가 되어버린 인물 '노인지'로 분했다.

서현진은 '트렁크'에 끌렸던 이유에 대해 "제 취향이었다. 좋아하는 영화, 드라마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대본으로 봤을 때 그랬는데, 완성본을 보니까 더 제 취향에 가까워졌다. 만족스러웠다. 직접적이지 않은 것이 좋았다. '괴롭다', '슬프다'라는 감정을 바스트샷이 아니라 공간 등을 통해 보여준다던지 그런 점들이 좋았다"라고 밝혔다.

'트렁크' 공개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서현진은 "호불호가 있겠다 예상했다. 워낙 작품 자체가 어둡고 불편한 감정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나. '피로하실 수도 있겠다' 싶더라. 감정들이 쉴 틈이 없다. 저처럼 좋아하시는 분은 진짜 좋아하겠지만, 싫어하시는 분들은 좋아하지 않겠구나 싶었다. 이 정도로 갈릴 줄은 몰랐지만, 그런 반응들이 재밌다고 느꼈다. 진짜 취향이라는 게 있구나 싶더라"라고 말했다.



서현진이 그려낸 '노인지'는 단편적인 인물은 아니다. 딱히 정의할 수 없이 모호하다. 서현진은 이 점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본의 빈칸들은 저에게 숙제였다. 시청자들이 점프한 것처럼 느껴질까 봐 걱정이 됐다. 그 간극을 좁혀보려고 저 나름대로 노력했다. 1화부터 8화까지 대본을 통으로 계속 봤다. 촬영할 때 순서대로 안 찍지 않나. 지금의 감정에 너무 몰입할까 봐 계속 통으로 봤었다. 공유 선배님도 그랬다고 하더라. 총 8부작이라서 다행이지 않냐(웃음)."

이어 '대본을 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게 있었냐'는 물음에 "포인트가 조금씩 달라지더라. 특히 '언제부터 노인지가 한정원(공유)에게 마음이 갔을까?'라는 부분이 계속 달라졌다. 촬영 초반에는 인지가 정원에게 '완벽한 이혼'을 도와주겠다고 한다. 그때는 인지도 이혼을 하고, 정원도 이혼을 한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그리고 정원이 인지에게 '자고 싶은 거 같아요'라고 고백하는 신이 있는데, 그때 인지가 '알아둘게요'라고 답한다. 인지에게는 어느 정도 'YES'다. 그런데 듣는 사람에게는 보류의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대학생 때 처음 봤을 때부터라고 생각했다. 운명이라고 느끼지 않았을까 싶더라. 대본을 처음 봤을 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대본을 보다 보니까 계속 그 포인트가 달라졌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다시 대학생 때라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서현진은 조금씩 변화하는 노인지의 복합적인 감정선을 밀도 있게 그러내며 그 사이사이를 촘촘하게 메워 결국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인지'에게 공감했다. 이 작품을 출연을 결정하게 된 이유도 '인지'라는 인물을 좋아하게 됐기 때문이다. 인지는 상냥하고 이타적이다. 남을 위해서 화를 낼 줄 아는 여자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기를 돌보지 못한다. 그런 점들이 현실적이더라. 남일에는 최선을 다하지만 자기 일에는 엄청 방관하지 않나. 그런 점들이 좋았다."

극 중 노인지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극명하게 드러난 장면은 텅 빈 집에서 오열하는 신이다. 서현진의 척추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신은 시청자들 사이뿐만 아니라 동료 배우인 공유와 김규태 감독이 감탄했던 명장면이기도 하다.

"그 장면에서 인지가 에이리언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다니는 샵에서 뼈가 드러나는 여자 뒷모습 이미지가 액자에 걸려있었다. 그래서 언젠가 한번 저런 느낌을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 감독님에게 이렇게 보여줄 수 있는 신이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었다. 다행히 감독님이 좋아해 주셨다. 그 정도로 (척추뼈가) 보일 줄은 사실 몰랐다."

서현진은 이번 작품에서만 기존에 해왔던 패턴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일례로 '딕션 장인'으로 불리는 그는 일부러 발음을 뭉개기도 했다고.

"이 작품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고 싶었다. 여백이 많은 작품이니까. 너무 짜지 말고 열어두고 하고 싶었다. 좋은 연기자와 감독님을 만났으니까 그렇게 해도 되겠다 싶더라. 'NG 나면 어때? 좋은 거 골라서 써주시겠지'라는 믿음으로 했다."



'트렁크'는 자타공인 '멜로 장인'으로 불리는 공유와 서현진의 만남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가 됐다. 감성의 깊이가 다른 두 배우의 멜로 시너지는 이 작품의 최고의 관전포인트다.

서현진은 공유와의 호흡에 대해 "이번 작품을 통해 공유 선배님의 새로운 얼굴을 많이 봤다. 그래서 '원래 이렇게 연기를 하냐'라고 물어봤다. 정말 이때까지 본 적 없는 낯선 공유 선배님의 모습을 봤다. 우리끼리는 그걸 '구경한다'라고 말한다. 구경을 정말 많이 했다. 그런 즐거움이 있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서현진은 '트렁크'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특정하게 하나만 말하고 싶은 작품은 아니다. 볼 때마다 새로운 게 보인다. 처음에는 이런 이야기를 말하고 싶은 것 같았는데, 여러 번 보면 또 다르더라. 자기의 컨디션에 따라서 어떤 사람은 이런 게 보이고, 어떤 사람은 다른 게 또 보이지 않을까 싶다. 선택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고, 또 남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근데 마지막에는 개인의 성장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인지에 입장에서 보면 정원이가 인지를 꺼내준 거다. 정원이 어쩌면 인지보다 더 어른스러운 사람일 수도 있다. 인지는 어쩌면 고인물이다. 가만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고인물인 인지를 흐르는 물이 될 수 있게 해 준 건 정원이다. 인지가 흐르는 물이 될 수 있도록 해준다"라고 말했다.

한편 '트렁크'는 지난달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8부작 전편이 공개됐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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