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영화결산②] 공연 실황·리메이크作·스낵 무비…‘다양성’ 내세운 극장가
- 입력 2024. 12.18. 08:05: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2024년 갑진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2020년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침체된 한국 영화계는 ‘다양성’을 내세워 극장가 살리기에 나섰다. 다가오는 2025년, 조금 더 희망찬 영화계를 기대케 하는 가운데 올 한해 한국 영화 결산을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아임 더 히어로 스타디움', '에픽하이 20 더 무비', '김범수 25주년 콘서트 필름 : 여행'
음악은 콘서트장에서 즐겨야한다는 편견을 깼다. 공연 실황을 담아 제작된 영화가 음악팬들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 모은 것.
올해 공개된 공연 실황 중 역대 흥행 1위는 ‘임영웅 |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이하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누적 35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콘서트 실황 영화로는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2019)의 최종 관객 수(34만 2천명)를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 8월 개봉된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임영웅의 올해 5월 서울월드컵 경기장 공연 실황과 뒷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콘서트 영화로는 처음으로 IMAX와 스크린X 등 특별관을 활용해 콘서트 현장 분위기를 상영관에서 재현했다.
‘영웅시대’(팬클럽명)의 막강한 충성도는 신기록으로도 이어졌다. 팬들의 N차 관람은 장기 흥행으로 이어져 공연 실황 영화 역대 흥행 1위, 사상 첫 누적 매출 100억 원 돌파 기록을 세웠다.
그룹 에픽하이의 공연 실황 스페셜 무비 ‘에픽하이 20 더 무비’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커뮤니티 비프 부문에 공식 초청돼 눈길을 끌었다. 커뮤니티 비프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인공인 관객이 이끌어가는 문화 대축제다.
‘에픽하이 20 더 무비’는 20년 동안 수많은 히트곡으로 사랑받은 대한민국 대표 힙합 그룹 에픽하이의 무대 위 멈추지 않는 열정과 에너지를 담아낸 스페셜 무비로 주목할 만한 화제작과 영상 문화 트렌드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커비셀력션을 통해 상영됐다. 에픽하이는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 참석 및 관객과의 대화(GV), 싱어롱(함께 부르기), 무대 인사 등 일정을 소화, 관객과 소통에 나섰다.
콘서트 실황 영화 개봉을 앞두고, 공식 행사도 개최됐다. 김범수는 데뷔 25주년을 맞아 ‘김범수 25주년 콘서트 필름 : 여행’ 언론배급시사회를 진행한 것. ‘김범수 25주년 콘서트 필름 : 여행’은 지난 25년 동안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대중의 마음을 울린 대한민국 대표 보컬리스트 김범수의 첫 번째 공연 실황 영화로 XR(확장 현실) 기법 접목으로 완성됐다.
김범수는 “어쩌다 보니 배우의 입장에서 앉아 있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영화 무대 인사를 처음 해봤다”라며 “굉장히 당황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라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제가 주인공인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25년간 제 노래를 사랑해주신 모두의 이야기다”라며 “영화에 사연은 4~5개 정도만 실렸는데 제 노래를 통해서 많은 사연을 갖고 계신 분들이 영화를 보시게 된다면 제가 해온 음악 여행을 되돌아보며 소중한 시간을 되짚을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공연 실황 영화는 매년 작품 수가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 이처럼 콘서트 실황 영화가 대폭 늘어난 이유는 팬데믹 기간, 비대면 공연으로 시작된 극장 상영이 극장가의 새로운 돌파구로 떠올랐기 때문. 생존이 최대 과제인 극장가는 OTT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체험형 콘텐츠를 앞세워 특수 상영관에 투자하고 있다.
공연 실황 영화가 늘면서 특수관 매출은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발표한 한국 영화 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영화의 특수관 매출액은 195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보다 37% 증가한 수치로 2018년 집계 시작 이후 역대 최고 기록이다.
영진위는 “IMAX와 스크린X가 주를 이루는 공연 실황 영화의 흥행에 따른 것”이라며 “콘서트 실황 영화가 극장에서 주요 장르이자 간과할 수 없는 흥행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라고 분석을 내놨다.
'핸섬가이즈', '파일럿', '청설', '히든페이스'
◆리메이크作 열풍
올해 개봉된 한국 영화에는 원작이 있는 리메이크 작품들이 붐을 일으켰다. 이는 어느 정도 재미가 보장된 작품을 선택, 실패 리스크를 줄임과 동시에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먼저 지난 6월 개봉된 ‘핸섬가이즈’(감독 남동협)는 미국, 캐나다가 공동 제작한 ‘터커 & 데일 Vs 이블’을 리메이크해 177만 관객을 동원했다. 입소문을 타고, N차 관람이 이어진 이 영화는 올해 개봉작 중 몇 안 되는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이 됐다.
최단기간 손익분기점(약 220만)을 돌파하며 인기를 끈 조정석 주연의 ‘파일럿’(감독 김한결)도 스웨덴 영화 ‘콕핏’(2012)을 각색한 작품이다. 영화는 누적 471만 명을 기록하며 여름 극장가 최고 흥행작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11월 전체 흥행 상위권에 오른 ‘청설’(감독 조선호)과 ‘히든페이스’(감독 김대우)도 동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먼저 ‘청설’은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한 청춘 로맨스 영화로 배우 홍경, 노윤서, 김민주가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는 최종 79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한국 영화로는 11월 최고 흥행 성적을 거뒀다.
‘히든페이스’는 콜롬비아 영화를 리메이크한 스릴러 작품으로 송승헌, 조여정, 박지현 등이 출연했다. 지휘자 성진과 약혼녀 수연, 그의 후배 미주 등 세 남녀의 얽히고설킨 욕망을 담은 이 영화는 97만 명(12월 17일 기준)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밤낚시', '4분 44초'
◆새로운 시도, 스낵 무비
새로운 시도도 눈에 띈다. 신선한 소재와 스타일의 ‘스낵 무비’가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면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
지난 6월 스낵 무비로써 첫 발을 내딛은 손석구 주연의 ‘밤낚시’(감독 문병곤)는 어두운 밤 전기차 충전소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12분 59초 길이에 담아 1천원 관람료로 관객들을 만났다. 특히 ‘밤낚시’는 한국광고총연합회가 주관하는 ‘2024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총 8개의 상을 받기도.
해외 유수 영화제 등에서도 주목받았다. 지난 7월 제28회 판타지아 국제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선정 국제 단편 경쟁 부문 최고 편집상을 수상했으며 지난 1월에는 미국 선대스 영화제 대표 프로그램인 셰프 댄스에 상영됐다.
이어 매일 4시 44분, 입주민과 방문객이 연이어 실종되는 북촌아파트의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체를 담은 공포 이야기 ‘4분 44초’(감독 박종균)는 총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44분 길이의 중편 영화로 티켓 가격을 4천원으로 낮춘 전략과 함께 11월 한 달간 1억 8702만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11월 한국 영화 기준, 흥행 10위에 오르며 업계와 관객의 주목을 받았다.
‘과자처럼 간단히 즐긴다’는 의미의 스낵 무비는 짧은 상영시간이 매력으로 꼽힌다. 유튜브, 틱톡 등 SNS에서 숏폼이 인기를 끌고 있는 현재의 트렌드와 잘 맞아 떨어지기도 한다. 다른 작품의 상영을 기다리는 동안 즐길 수 있는 러닝타임 또한 장점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숏폼에 익숙한 시대에 부담 없는 시간과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점이 인기 요소로 작용했다”면서 “스낵 무비가 ‘미끼 상품’으로 사람들이 영화관으로 오게 하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스낵 무비 한 편의 수익보다는 다른 영화 관람으로 이어지는 관객 유입 등 연쇄작용이 기대되는 바”라고 말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CGV('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에픽하이 20 더 무비', '밤낚시'), 롯시플('김범수 25주년 콘서트 필름 : 여행'), NEW('핸섬가이즈', '히든페이스'), 롯데엔터테인먼트('파일럿', '4분 44초'),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청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