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상식, 가식, 그리고 지혜
입력 2024. 12.18. 11:05:09

임영웅

[유진모 칼럼] 사람은 완벽할 수 없기에 사람이다. 가수 임영웅(33)도 그런 모양이다. 그는 최소한 지난 7일 오후 17시 40분께까지만 해도 무결점의 완벽한 스타였다. 무명 시절부터 스타덤에 오른 이후 현재까지 파도, 파도 미담이었다. 심지어 그의 팬들까지 앞다퉈 선행을 펼치며 그의 이름값을 더욱 빛나게 해 주었다. 그렇다고 논란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2021년 방송 녹화 도중 실내에서 흡연하는 모습이 폭로된 바 있다.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 액상 스틱이어서 한시름 덜기는 했지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점은 지적받아야 했다. 이어 남성을 혐오하는 용어인 '드릉드릉'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약한 이슬비 같은 이슈로는 임영웅이라는 거대한 바위를 흠집 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결이 매우 다르다. 그의 미담의 임계점이 되는 그 시각은 4일 전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논의되고 있던 때였다. 국민들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회 앞을 비롯해 전국의 거리로 쏟아져 나와 탄핵, 파면, 하야 등을 외쳤다. 수백 명의 영화인들을 비롯해 다수의 연예인도 목소리를 더하며 시위 군중을 격려했다.

이때 임영웅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반려견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에 한 누리꾼이 "이 시국에 뭐 하냐?"라고 임영웅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임영웅은 "뭐요."라고 답했다. 누리꾼은 "대통령 탄핵안을 두고 온 국민이 모여 있는데 목소리를 내 주는 것은 바라지도 않지만 정말 무신경하다."라고 반응했다.

그러자 임영웅은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반문했다. 이 글을 임영웅이 직접 작성한 것인지, 누군가 합성한 조작인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임영웅도, 그의 소속사도 계속 함구 중이다. 매체들의 접촉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러자 말과 글로 먹고사는 전문가들부터 다수의 대중이 임영웅을 향해 비난을 쏟아 내고 있다.



흠결이 거의 보이지 않는 임영웅에 대한 질시가 제대로 한 건 잡아 물어뜯으려 달려드는 것일까? 아니면 임영웅이 상식 밖의 개념을 가진, '비영웅'인가? 지극히 지엽적이거나 국지적으로 보았을 때 그가 제 SNS를 통해 반려견의 생일을 축하하고 그것을 팬들과 공유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또한 그의 말대로 그는 정치인이 아니다. 가수일 따름이다.

비상계엄 선포가 몇 시간 만에 국회에 의해 해제된 후 수많은 국민들이 한목소리로 수괴 혐의자를 비롯해 관계자들을 비난했지만 입을 다문 정치인과 국민도 있었다. 특히 대중음악을 하는 가수가 정치적 색깔과 목소리를 표현할 의무는 없다. 어떤 면에서는 중립을 지키는 것이 순리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색깔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정치인인가요?"라고 물었다. 물론 아니다. 그런데 이 질문은 정답이냐, 오담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사람들은 정치인이어야 한다. 과연 그들이 정치인이기에 그토록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인가? 누리꾼은 임영웅에게 정치적 목소리를 내 달라고 요구한 게 아니다. 다만 이 시국에 무신경하다고 지적했다.

임영웅은 그의 말대로 정치인이 아니다. 다만 가수일 따름이다. 그런데 만약 비상계엄이 그대로 통과되었다면 그가 자유롭게 노래 부를 수 있었을까? 이전처럼 많은 방송과 행사에 출연하면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이번 영화인들의 시국 선언에서 보듯 예술과 문화에는 창작의 자유와 상상력의 표현이 중요하다. 비상계엄은 그것을 통제한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실수와 잘못을 빨리 인정하고 시정하는 겸손한 양심이다. 자본주의에서의 모든 가치관은 돈으로 귀결되지만 자유 민주주의의 관점에서는 지식, 학식, 상식, 식견, 지혜, 교양 등을 앞세운다. 학식은 주로 학문의 깊이를 말하지만 지식은 인식론과 이해의 정도를 뜻한다. 상식은 아주 기본적인 판단력이나 사리 분별력이다.

식견은 학식과 견문이고, 교양은 주로 문화에 대한 식견과 이해력이다. 지혜는 세상만사의 이치와 문제에 대한 판단 능력이다. 가수는 노래만 잘 부르면 되고,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일단 자격을 갖춘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연예인, 특히 스타에게는 공인이라는 무거운 자격증을 부여하고 책임감을 요구한다. 그 책임을 위해서는 최소한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임영웅은 미담만큼이나 평소 어록을 남기기로 유명한데 그 어록 중 "100마디 말보다 한 가지 실천이 중요하다.:라는 명제가 있다. 이번에 그는 한 마디 말로 그동안 쌓아 온 명성을 사상누각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단 한 가지 실천은 반려견의 생일을 자축하는 것뿐이었다. 그는 그동안 매우 상식적인 언행을 보여 줬다. 과연 그의 진면목은 무엇일까?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인스타그램]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