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타하리', 겉과 속이 꽉 찬 '옥타하리'의 완결판[무대 SHOUT]
- 입력 2024. 12.23. 16:30:1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더 화려하고 강렬해졌다. 결코 겉만 화려하고 속은 빈약한 '외화내빈(外華內貧)'이 아니다. 겉과 속이 모두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온 '마타하리'다.
마타하리
지난 5일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마타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본명 마가레타 거투르드 젤르)의 실화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작품은 무희 마타하리의 삶은 물론 그의 본명인 '마가레타 거트루이다 젤러'의 삶도 조명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한 남자를 위해서 스파이가 된 여성의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의 본질적인 메시지는 주인공이 '진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 안에 있다.
마타하리의 내면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전 시즌에 이어 '마가레타'라는 가상의 인물이 등장해 대사 없이 오직 춤으로만 그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표현해낸다. '마타하리'의 화려한 외형과 순백의 '마가레타'이 더욱 극명하게 대비된다. 격정적이지만 우아한 '마가레타'의 몸짓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흐르는 내면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볼거리도 화려하다. 이 작품은 문화 예술이 꽃 피던 프랑스 벨 에포크 시대를 고스란히 재현한 세트와 200벌이 넘는 배우들의 의상으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작품의 백미는 마타하리의 관능적이고도 매혹적인 안무다. 앙상블이 가세해 군무를 소화할 때는 짜릿한 희열을 준다. 무엇보다 '마타하리'가 탄생하는 순간을 담아낸 '사원의 춤'은 오직 '마타하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대다. 감히 '사원의 춤' 장면을 보기 위해서라도 이 작품을 꼭 봐야한다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함을 선사한다.
'마타하리'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여성 서사 중심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에서는 마타하리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안나'의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진다. 마타하리의 곁을 끝까지 그의 곁을 지킨 '안나'와 '마타하리'의 끈끈한 관계성이 관객들에게 뭉클함을 안긴다.
초연부터 지금까지 네 번째 시즌에 걸쳐 작품에 참여한 옥주현은 '마타하리' 그 자체다. 옥주현은 그간 쌓아온 섬세한 연기 내공과 탁월한 가창력을 토대로 깊이있는 무대를 완성, '옥타하리'(옥주현+마타하리)의 절정을 보여준다. 특히, 옥주현의 진가는 '마지막 순간'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내 운명에 당당히 맞설게 아픔은 잊은 채 어떤 미움도 후회조차 남지 않도록 생이 끝나갈 때 저 높은 곳 나를 기다려 줄 그대를 찾을 게 마지막 순간”(뮤지컬 '마타하리', '마지막 순간' 中)
그가 작별을 고하는 '마지막 순간' 넘버를 열창했을 때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곳곳에 보였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실력에는 구멍이 없다. 마타하리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남자로 화려한 삶에 감춰진 마타하리의 이면을 감싸고 사랑해 주는 아르망 역의 김성식, 매력적인 외모와 기품을 겸비한 프랑스 초고위 인사이자 마타하리를 스파이로 고용한 라두 대령 역 최민철, 마타하리의 곁을 지키며 그녀의 의지가 되어주는 안나 역의 윤사봉 등 주요 배우들은 제몫을 해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다만 아쉬운 지점은 공연장의 시야다. 객석 1층 앞~중간 객석은 앞뒤 좌석 간 단차가 거의 없는 편이라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한편, '마타하리' 네 번째 시즌은 오는 2025년 3월 2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