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에 울려 퍼진 총성, 그리고 “코레아 우라!” [씨네리뷰]
- 입력 2024. 12.24. 15:26:55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세 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리고 역 안을 가득 채우는 목소리. 바로 “코레아 우라!” 그날 울려 퍼진 총성과 안중근 장군의 목소리가 2024년 스크린에 다시 소환됐다.
'하얼빈'
영화는 끝없이 얼어붙은 호수 위를 걸어가는 안중근(현빈)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그리고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에서 안중근이 이끄는 독립군들과 일본군들의 처절한 전투 장면을 보여준다.
수많은 동지들을 잃어 힘들어하는 안중근에게 힘과 믿음을 보여주는 이들도 있다. 우덕순(박정민)과 김상현(조우진)이다. 1년 후, 안중근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본에게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마음을 함께하는 이들과 만난다.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가 러시아와 협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는 독립군들과 함께 “늙은 늑대를 처단하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하얼빈으로 향한다.
‘하얼빈’(감독 우민호)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역사적 사실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겼기에 가짜는 없다. 독립군들의 파란만장한 여정을 실제 루트에 가깝게 담아내고자 몽골, 라트비아, 한국 등 3개국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특히 얼어붙은 홉스골 호수 위를 걸어가는 안중근의 첫 장면은 압도적이다. 황량한 사막을 헤쳐 나가는 장면 또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러한 장면들은 시대적 고독과 독립군들의 결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독립운동의 숭고한 여정을 소리로도 재현해냈다.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을 통해 우민호 감독과 호흡을 맞춰온 것은 물론,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 명작들의 음악을 작업해 온 조영욱 음악감독이 참여한 것.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안중근의 고뇌와 심리적 갈등에 초점을 맞춰 긴장감과 동시에 진한 울림을 담아낸 음악은 관객들이 전체적인 흐름과 캐릭터의 심리를 쫓아가는데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배우들의 열연은 완성도를 높인다. 국권 회복을 향한 의지를 굳게 다지는 안중근 역에 현빈은 진심과 전력을 다한 내면 연기의 정점을 선보인다. 기존 역사서나 매체에서 비춰졌던 의사나 투사로서의 안중근 보다, ‘장군 안중근’의 면모에 중점을 둔 차별화된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을 터. 여기에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유재명, 박훈, 이동욱 등도 제몫을 해내며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다만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웅장한 스케일과 묵직한 메시지는 분명하지만 클라이맥스와 후반부가 지나치도록 담백하다는 점. 조금 더 의도적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이끌어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중반부에 잠깐 등장하는 정우성은 홀로 튀는 연기 톤을 보여줘 영화와 따로 노는 느낌을 준다. 굳이 등장했어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
‘하얼빈’은 ‘내부자들’(2015) ‘남산의 부장들’(2020) 등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덕혜옹주’ ‘서울의 봄’ 등을 제작한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했다. 제작비는 약 300억원이며 손익분기점은 650만명으로 CJ ENM이 투자배급하는 올해 마지막 대작이다. 오늘(24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은 113분.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