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현빈 “극복 못한 안중근, 그럼에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터뷰]
입력 2024. 12.25. 09:00:00

'하얼빈' 현빈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눈빛으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 안중근 장군 역을 맡은 현빈이 실존 인물의 진심을 담아냈다.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을 통해서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현빈은 극중 국권 회복을 향한 의지를 굳게 다지는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역을 맡았다.

“처음 감독님이 이 작품을 하고자 했던 목적 중 하나가 우리가 알고 있는 안중근의 거사를 치른 상황보다 과정까지 이야기를 담고 싶어 하셨어요. 독립투사로서 안중근 모습도 있지만 이면의 안중근 장군 모습은 무엇일까 고민하셨죠. 그게 저 또한 흥미로웠어요.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시원한 결말, 빵 터지는 것보다 그 이후로도 한참 이뤄내고자 계속 가야하는 밑거름에 대해 해요. 여정, 앞으로도 한 발 한 발 나아가야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영화죠. 목적, 방향성 자체가 기존과 달라 선택하게 됐어요.”

영화는 기존 역사서나 매체에서 비춰졌던 의사나 투사로서의 안중근 보다, ‘장군 안중근’의 면모에 중점을 둔다. 현빈은 진심과 전력을 다한 내면 연기의 정점을 선보인다.

“처음 이 영화를 준비할 때 감독님은 독립투사의 모습 보다는 이 결정을 하기까지 인간으로서 뒷모습에 초점을 맞추셨어요. (일본군 포로를) 풀어주고, 돌아온 결과에 대해 좌절하고, 이후에 벌어지는 과정에 미스가 났을 때 더 괴로워하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고. 그 모습에 중점인 영화죠. 거사하러 행했지만 주변에 함께했던 수많은 동지들의 희생,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과 같이한 일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남은 사람들이 한 발 더 나아가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죠.”



현빈은 아내이자 배우 손예진과 함께 출연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으로 일본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은 바. 한류스타로서 일본 팬들이 ‘하얼빈’ 출연에 보일 반응과 관련해서 걱정이 없었냐는 질문에 “주변에서 더 많았다”라고 답했다.

“‘하얼빈’뿐만 아니라 역사적 일들, 가슴 아픈 기억 등 역사적인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보여지면 그때 일들을 일상 속에서 잊고 살았다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잖아요. 또 드라마 영상을 통해 접하는 접근성이 쉽고요. 그런 것들을 한 번 알게 되는 계기가 좋은 의미라 출연했어요.”

현빈은 처음 안중근 역을 제안 받았을 때 압박감 때문에 한 차례 고사한 바. 이러한 압박감을 어떻게 극복해내려 했을까.

“극복 못했어요. 하하. 극복하지 못하고 끝났죠. 작품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 다른 프로젝트도 하고 있지만 다시 ‘하얼빈’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그 당시 질문이 또 들어요. (안중근의) 상징성, 무게감이 크다 보니까 말 한 마디 하는 것도 굉장히 조심스럽죠. 그러다 보니 그런 압박감이 지금도 조금씩 있어요. 촬영했을 땐 이것보다 상상이상이었고요. 크랭크업 하고 나서 확 내려간 것 같아요. ‘짓누름을 벗어난다’ 정도? 그럼에도 할 수 있었던 건 배우들 덕이었어요. 저 혼자만이 아닌, 다 그러고 있었으니까요. 의미 있는 작품이라 생각하고 참여한 거라 옆에 동지들이 힘이 됐어요.”

‘하얼빈’은 끝없이 얼어붙은 호수 위를 걸어가는 안중근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마지막 장면 또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안중근의 모습으로 처음과 끝을 장식한다. 이 장면은 몽골의 홉스골 호수에서 촬영됐다고.

“생각 이상이었어요. 사전 답사를 다녀온 팀에게 홉스골 장소에 대해 들었거든요. 들었던 것과 실제 도착해서 보니까 너무 달랐어요. IMAX로 봤을 때 어느 정도 전달되는 것 같아 좋았죠. 실제로 그 현장에 가서 얼음판 위에 서 있으면 희한한 소리가 나요. 1m 넘게 얼어 있는 상태여서 현지분들은 루트를 개척하시더라고요. 차로 이동도 가능했어요. 베이스캠프에 모든 촬영 장비, 인력이 모였어요. 촬영할 땐 혼자 걸어가야 하는데 희한한 소리에서 오는 공포감이 있었죠. 음악 안에도 사운드가 같이 믹싱 돼 녹음된 걸로 알고 있어요. 당시 독립군들도 끝을 모르는 상태에서 한 발 내딛고, 얼마나 고독했을까, 추웠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연기할 때 방해 요소보다 도움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전에 못 봤던 얼굴도 나온 게 아닐까 싶고요.”



신아산 전투 장면도 눈길을 끈다. 신아산 전투는 안중근 장군을 비롯한 대한의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전투로 처절한 대결이 펼쳐졌던 전투이기에 아비규환의 현장을 영화에 담는 것에 큰 공을 들였다.

“광주에서 찍었는데 몇 십 년 만에 오는 폭설이었어요. 촬영장 진입하는 도로 제설 작업도 힘들었죠. 몇날 며칠 제작진들이 고생해서 루트를 개척하고, 촬영했을 때 눈밭이었어요. 영화에서 나오는 눈, 바람 등은 CG가 아니에요. 실제죠. 눈이 오다 그치면 다시 눈이 오기를 기다리기도 했어요. 눈밭에서 뒹굴고, 촬영을 한 게 영화에 도움이 됐죠. 전투 장면을 찍을 때 액션 수정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액션 같은 장면의 샷들이 있어서 감독님과 다시 얘기해 촬영 전날 따로 모여 리허설을 하기도 했죠. 액션신이라 불릴 수 있지만 처절한 몰골이 보이길 바랐어요. 그래서 샷을 수정하고, 캐릭터에 맞는 액션들도 수정했죠.”

마지막에 등장하는 내레이션도 인상 깊다. ‘불빛을 들고 나가야 한다’는 내레이션은 지금의 현실을 관통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남긴다.

“감독님께서 자료들 중 실제 있던 문구들을 각색해서 내레이션 대사로 정리한 걸로 알고 있어요. 시국이 그래서 더 질문하시고, 받아들이시는 것 같고요. 시국을 떠나 과거와 현재,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다른 어려움을 대면해야할 순간들이 분명 생길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때마다 용기를 잃지 말고, 이겨내고, 이겨내 왔고, 그런 희망적인 메시지로 받아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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