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타' 송중기의 치열한 생존기[인터뷰]
입력 2024. 12.26. 07:00:00

송중기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송중기가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을 통해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또 한 번 증명해 냈다. 국희의 10대부터 30대까지의 치열한 생존기를 디테일한 연기로 진정성 있게 표현한 배우 송중기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감독 김성제, 이하 '보고타')은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박병장(권해효)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2019년 12월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크랭크인 했으나 코로나19 여파 직격탄을 맞으며 촬영이 중단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5년 만에 관객을 만나게 됐다. "9월 부산 국제영화제 때 배우들과 다 같이 처음 봤다. 당시 서로 허벅지를 쓰다듬어주면서 드디어 개봉하는구나 싶었다. 워낙 많은 일을 겪고 오랜 시간 지나 개봉하다 보니 뭉클했던 게 컸던 것 같다"

극 중 송중기가 연기한 국희는 IMF 이후 가족과 함께 도망치듯 콜롬비아 보고타로 떠나온 뒤, 한인 사회의 최고 권력자 박병장의 밑에서 물불 가리지 않고 일하며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인물이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낯선 땅에 처음 도착한 소년의 모습부터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30대 청년의 모습까지, 송중기는 캐릭터의 폭넓은 인생 드라마를 담아냈다.

"상업영화이다 보니까 두 시간 안에 다 담아야 해서 찍었던 부분이 많이 빠졌다. 시나리오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담았지만, 살짝 뭔가 빠졌나?라고, 느끼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사실, 국희가 살아남기 위해서 왜 이렇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더 있었는데 러닝타임이 길어지면서 빠졌다. 그럼에도 결과물이 좋은 이유는 결국 국희라는 캐릭터가 나 자신과, 내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살아남아서 자기 사람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걸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송중기가 이번 작품에서 가장 끌렸던 지점은 콜롬비아 로케이션 촬영을 하는 것이었다. 실제 남미의 분위기를 실감 나게 재현하기 위해, 김성제 감독은 세트 촬영을 최소화하고 로케이션 촬영을 최대화했다.

"영화가 대단한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니다. 현지에 정착해서 사는 한인사회에서 별것도 아닌 거로 시기 질투하고 이간질하고 싸우는 이야기다. 그걸 콜롬비아가서 찍은 것뿐이다. 그 이야기를 해외에서 찍는 게 지루하지 않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한국적인 이야기인데 현지에서 찍으면 새로운 그림들이 담길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국희가 콜롬비아에 정착해서 적응하는 모습을 잘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스페인어 대사도 잘하고 싶었고 안 해본 작업 방식이라 해보고 싶은 것도 컸다. 살면서 이럴 때 아니면 콜롬비아를 언제 가보겠나. 로케촬영에 대한 매력이 컸다"

20대부터 30대까지, 한 인물의 이렇게 긴 서사를 연기한 적은 처음이었다는 송중기. 그는 국희의 성장 과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하기 위해 연기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외형적인 변화까지 신경 썼다. 특히 스페인어 연기까지 선보여 보는 재미를 더했다. 다만 그 부분이 많이 편집돼 아쉬움도 컸다고.

"원래 국희가 콜롬비아 여자와 가정을 이루는 내용도 있다. 그래서 스페인어 연습을 했던 거다. 그 지점이 빠졌다. 감독님이 하신 결정에 너무 동의한다. 그 부분까지 나왔다면 배우로선 좋을 수 있어도 관객 입장에서는 조금 영화가 처져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워낙 시대가 빨리 변하기 때문에 관객의 니즈를 맞춰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 부분이 들어갔다면 국희를 더 잘 공감할 수 있을지라도 영화는 루즈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희준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이희준은 공식석상에서 송중기가 프로듀서처럼 현장 전체를 잘 아우른다고 칭찬했던 바 있다. 송중기는 주연배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주인공으로서 책임감이 들어서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희준이 형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오히려 희준이 형에게 배운 게 많다. 형이 '국희가 왜 수영이를 끌려 했을까?'에 대해 고민하면서 캐릭터 분석에 대한 해결이 안 되면 연기가 안 된다고 하더라. 저와 접근방식이 다른 거다. 저는 약간 숲을 보는 성격인데 형은 나뭇잎까지 보는 섬세한 성격이다. 다른 지점이지만 공감이 되고 상호보완이 됐던 것 같다. 다르다 보니까 오히려 좋았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워낙 많이 해서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금방 친해졌다. 연기 호흡도 너무 좋았다"


송중기는 이번 작품 홍보를 위해 직접 JTBC'냉장고를 부탁해2' 출연을 제안하기도 했다. 무려 9년 만에 예능 출연이다. 이 밖에도 KBS2 '더 시즌즈-이영지의 레인보우’, 웹 예능 ‘살롱드립2’ 등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어느 때보다 작품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전부터 되게 재밌게 보고 있었다. 나가고 싶어서 부탁을 드렸다. 영화 홍보할 때 홍보를 도와주시는 많은 분께 부탁을 드려야 하는 입장이다. 또 언제 그 유명한 셰프님들의 음식을 먹어보겠나. 진짜 15분 만에 하시더라"

어느덧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송중기. 그는 배우로서 작품에 대한 선택의 폭도, 아빠로서 책임감도 커지는 등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만큼 앞으로 또 달라질 본인 모습에 대한 기대감이 크단다.

"아빠로서 생활이 너무 좋다. 아이들이 건강히 커 주고 있어서 감사하다. 최근 '마이 유스'라는 작품을 찍고 있다. 아무래도 아기가 생기다 보니까 예전에 비해 꽂히는 단어나 대사가 확실히 다른 게 있더라. 인생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아이가 둘이나 생기다 보니 전이랑 느끼는 게 다르다. 앞으로 제가 이전과 다르게 느끼게 될 부분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끝으로 송중기는 극장가가 침체기를 겪는 상황 속 '보고타' 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 영화가 잘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예전 같으면 같은 시기 개봉하면 경쟁하고 서로 언급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는데 이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다 같이 잘됐으면 좋겠다. '보고타'는 한국 정서를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어디서 봤던 영화라고 생각들 수 있지만 그 지점을 매력적으로 보여드리고자 한 번도 보여드리지 않았던 남미에서 신경 써서 찍었다. 신선함을 느끼고 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하이지음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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