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가게' 주지훈 "제가 프로듀스형 배우래요"[인터뷰]
입력 2024. 12.27. 09:00:00

주지훈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배우 주지훈을 향한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2024년 공개된 '지배종' '조명가게'부터 방영 예정인 '중증외상센터'까지. '작품 가뭄'에도 공백기 없이 활동할 수 있는 그의 무기는 무엇일까.

디즈니+ 오리지널 '조명가게'는 강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 주지훈은 극중 '조명가게' 주인 원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작품은 (김)희원이 형이 전화해서 '추천할 작품이 있다. 내가 하는 거다. 당장 만나자' 해서 대본 받아서 보고 얘기했어요. 원작을 안 봐서 선입견 없이 봤죠. 일단 대본이 재밌었어요. 원래 강풀 작가님 플롯을 좋아해서 팬이었어요."

원영은 삶과 죽음의 경계가 되는 공간 '조명가게'를 지킨다. 특별한 대화 없이 조명가게를 찾는 이들에게 "찾으시는 게 있습니까?"라고 생의 의지를 묻는다.그간 다양한 장르에서 강렬한 액션을 선보이고, 임팩트 있는 역할을 맡아왔던 주지훈이었기에 말없이 조명가게를 지키는 모습이 초반에는 낯설게 다가오기도 했다.

"원영을 보고 들어간 게 아니라 일단 (대본을) 보고 하고 싶은 거 고르라고 해서 그런지 캐릭터에 집중해서 보지 않았어요. 작품 자체가 재밌었죠. '난 원영이 하겠다' 했던 이유는 제가 볼 때 원영이는 관객의 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인 서사가 뒤에 있긴 하지만 원영이 ('조명가게'를) 바라보는 시선이 감독과 관객의 시선이지 않았나, 그 부분이 재밌었어요."


또한 주지훈은 시종일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나와 미스터리함을 배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눈을 볼 수 없어 시청자들은 원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비밀을 가진 인물인지 알 수 없었다.

효과적인 연출이었지만 배우 입장에서도 눈빛을 사용할 수 없어 연기를 할 때 불안할 수 있었는데, 주지훈은 "연기로 하드캐리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배우로서 무기는 하나 잃었지만, 저와 상대배우와 공간까지 미장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통해 정서가 전달되는 게 중요했고요. 이렇게 찍을 것이고 편집할 거고 그런 설명들을 믿고 가는 거죠. 일단 배우들이 너무 훌륭해요. 이정도 배우가 모였고, 이렇게 철두철미한 스태프들이 있으면 (정서가) 전달될 확률이 높겠다, 싶었죠. 그 덕에 저도 믿고 던질 수 있었어요."

주지훈은 '조명가게'에서 완벽한 미장센으로 기능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원래도 배우는 미장센 중에 하나에요. 이 작품에서 원영은 더 미장센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내추럴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친구는 호흡이 자연스럽지 않을 때가 있어요. 경계를 지키는 자라는 사실을 관객들은 모르니까, 조절하려고 호흡을 일부러 줄인다던가 긴장감을 가져가려고 계속 모니터를 했죠."


배우 대 배우로 만났던 김희원과 배우 대 감독으로 만났다. 그는 '조명가게'로 첫 연출에 도전한 김희원에 대해 "감독으로서 최고"라고 극찬을 남겼다.

"전 모든 감독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 할 일을 한 것뿐인데 이렇게 퀄리티 좋은 걸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학교 가서 졸지 않고 집중해서 수업 듣고 예습 복습 잘하면 전교 1등은 못 해도 상위권 성적 할 수 있다는 걸 모두가 아는 거죠. 그런데 모두가 그렇게 안하니까 성적이 안 나오는 거예요. 희원이 형은 그걸 아주 성실히 했죠.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알고 있고, 정답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요."

주지훈은 소위 말하는 '프로듀스형 배우'다. 촬영 현장에서 카메라 렌즈 하나 바꾸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며 어떤 제작 환경에서 어떤 작품이 탄생하는지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라고. 그는 "어렸을 때부터 제작기를 재밌게 봤다"라며 제작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왜 연출이 아닌 제작에 관심이 있냐고 묻자 "일을 오래 하면서 제작 파트에 참여했을 때 칭찬을 받았다. 연출은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두려움이 좀 있다. 무엇보다 후반작업을 해야 하는 게 너무 싫다"라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돈을 끌어오는 건 2차고 1차는 재밌는 소재를 발탁해서 감독, 작가 섭외하고 이야기의 뼈대와 살을 같이 붙여나가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에요. 기획하고 만드는 사람이죠. 그거에 흥미가 많았던 것 같아요. 계속 만들고 있는데 언제 빛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같은 시기 주지훈은 tvN 토일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이하 '사외다')로 브라운관을 찾았다. 호러휴먼 드라마 '조명가게'와 상반되는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로맨스 코미디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진심으로 감사해요. 사실 어릴 때는 뭘 몰라서 그냥 하는 말이었거든요. 작품이 외면받으면 정말 가슴이 찢어지거든요. 열심히 한다고 다 사랑받는다는 게 아니라는 걸 절실히 깨달아서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일정상 '사외다' 종영 인터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이와 관련한 질문도 받았다. 주지훈은 "('사외다') 대본을 받았을 때 소소하고 위트있고 귀엽더라. 요새 경기침체니 뭐니 좋은 일이 별로 없다 보니까 그런 작품 통해서 관객을 만나면 관객분들의 마음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그는 '사외다' 출연을 두고 '첫 로코물'이라고 표현해 팬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주지훈은 "각자 좋아하는 작품 다 로코인데 왜 그렇게 말하냐고 (팬분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저도 제가 왜 이렇게 얘기했나 봤더니 장르 자체가 로코인건 처음이더라고요. '하이에나'도 위트있는 캐릭터는 맞지만 장르 자체가 로코는 아니거든요. '사외다'는 엄청난 사건은 없지만 그 자체로 로코죠. '궁'은 윤은혜 씨는 로코가 맞는데 제 역할은 판타지일 뿐이에요. 로코 안에 있는 거지 제가 그런 연기를 하진 않았거든요. 세분화해서 말한 것뿐이에요."

마지막으로 주지훈은 다가오는 2025년을 맞이하며 소망을 밝혔다.

"모두 신나는 일이 별로 없는데 내년에는 조금 경기가 좋아지든 재밌는 일이 생기든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조명가게'가 따뜻한 시선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2025년에는 따뜻한 시선이 지금보다 많이 존재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제 개인적으로도 조금 더 친절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 코리아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