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고타' 라더니 [씨네리뷰]
- 입력 2024. 12.27. 15:16:35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한국 영화 최초로 스크린에서 만나는 콜롬비아 보고타, 그리고 배우들의 빛나는 열연이 더해진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콜롬비아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담아낸 이국적인 풍광과 송중기의 연기 변신은 신선함과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정말 그뿐이다. 전개가 느슨하고 진부해 갈수록 흥미가 떨어지는 아쉬움을 남긴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근태의 후배 박병장(권해효)는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이자 밀수 시장의 큰손이다. 그런 박병장 밑에서 밀수 일을 돕게 된 국희는 박병장의 신임을 얻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다. 무능력한 아버지, 무기력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국희는 자신의 살길을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
밀수 시장의 2인자인 수영(이희준)도 이런 국희를 눈여겨본다. 이에 박병장은 국희의 충성도를 시험하고자 수영의 물건을 자신에게 가지고 오라는 미션을 맡기고, 수영은 “형이 너한테 제안을 하나 해볼까?”라며 두 사람 사이에서 국희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이후 한인 사회를 주름잡는 박병장의 조카 작은 박사장(박지환), 수영을 따르는 충직한 후배 재웅(조현철)까지, 보고타 한인 사회와 밀수 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치열한 이권 다툼이 그려진다. 이들은 치열한 사회에서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경계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본성과 탐욕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살아서 꼭대기까지 가야죠"라며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겠다는 꿈을 꾸던 청년 국희는 처절하고 치열한 사회에서 어른이 되어간다. 송중기는 이러한 국희의 성장 과정을 이질감 없이 섬세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특히 이전에 보여줬던 모습들과 달리 또 다른 거친 얼굴들과 자연스러운 스페인어까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조현철, 김종수까지. '믿보배' 들의 빈틈없는 열연은 극의 무게를 잡아주며 완성도를 높인다.
낯설지만 새로운 배경이 주는 색다른 시각적 재미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한인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만의 권력다툼, 돈을 위해서라면 가족도 배신하는 인간의 욕망은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과 이야기들이다. 최근 100분 안쪽으로 짧아진 상업영화 러닝타임을 맞추기 위해서였을까. 국희의 서사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아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도 아쉬움이 남는다.
'보고타'는 오는 31일 극장 개봉한다. 러낭타임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