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민 “‘하얼빈’ 촬영 중 마법 같은 순간 느꼈죠” [인터뷰]
- 입력 2024. 12.29. 09: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올해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를 시작으로 영화 ‘전,란’ ‘1승’까지. 매 작품 무한한 캐릭터 변신을 보여준 배우 박정민이 이번엔 또 다른 얼굴로 찾아왔다.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을 통해서다.
'하얼빈' 박정민 인터뷰
박정민은 최근 ‘하얼빈’ 개봉 후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만 새 영화 ‘휴민트’ 촬영 일정 차 라트비아에 머물고 있는 그는 화상 인터뷰로 취재진과 만났다.
“정보가 없어서 많은 상상에 기대어야 했던 인물이에요.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보긴 했는데 유의미한 건 찾아내지 못했죠. 나름대로 재판 결과도 찾아보고, 자료도 찾아봤지만 영화에 적용할 수 있는 건 찾지 못했어요. 대본상에 표현되는 우덕순에 중점을 뒀죠. 저희 영화가 소설 ‘하얼빈’과는 많이 다른 작품이에요. 소설에서 등장하는 우덕순 인물을 지울 수 없었죠. 소설에 나온 우덕순도 제 뇌리에 남아 있어 그런 모습들을 차용했어요. 대본상에 우덕순이란 사람은 안중근 장군 옆에서 묵묵하게 그의 결정과 일을 지지해주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영화 안에서도 우덕순이란 인물은 그렇게 계속 녹아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연기했죠.”
우덕순은 대장 안중근의 결정을 지지하는 충직한 동지다. 신아산 전투 이후 전쟁포로를 살리고자 했던 안중근의 의견에 반대하지만, 대장의 의견을 따른다. 그리고 수많은 동지들을 잃어 힘들어하는 안주근에게 힘이 되어주는 인물이다.
“감독님께선 제가 지금까지 보여준 얼굴과 또 다른 얼굴을 만들고 싶어 하셨던 것 같아요. 사내스럽고, 우직하고, 단단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최대한 감성에 치우치지 않는 인물로 만들고 싶었죠. 보기만 해도 그 사람의 생각이 보이고, 할 만한 행동들이 예측되고, 그만큼 단단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우덕순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 위해 안중근과 함께 거사를 약속했던 실존 인물이다. 실존 인물을 연기함과 동시에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어떻게 방향성을 잡아갔을까.
“이 인물은 고개를 돌리면 항상 옆에 있는 인물이라 생각이 들었어요. 우직하고, 튀지 않지만 중요한 거사가 있거나, 프로젝트에는 항상 우덕순이 있었을 것 같았죠.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요. 동지들에 앞서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인물이라 접근했어요. 영화 안에서도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죠. 그 영화 안에 있는 인물들이 우덕순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항상 함께해온 인물인데 어떻게 보면 굉장히 고독하기도 해요. 사실 편집된 신도 있거든요. 그중 좋아하는 신이 있는데 싸움이 일고, 뿔뿔이 흩어진 후 모이는 과정을 몽타주처럼 그린 신이에요. 거기서 안중근 장군은 자기 부인에게 편지를 쓰는 게 내레이션으로 나와요. 김성현은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고요. 우덕순은 안중근과 김성현에게 편지를 써요. 사실 이 사람은 굉장히 고독한 인물인 거예요. 마지막 유서에 가까운 편지를 쓸 때도 동지들에게 편지를 쓰고 가려던 인물이죠. 어디에나 있지만 너무 항상 그 자리에서 있어서 있는지 잘 몰랐던, 그런 식으로 접근했던 것 같아요.”
앞서 박정민은 2016년 개봉된 영화 ‘동주’에서 송몽규 역으로 한 차례 실존 인물을 연기한 바. 당시에도 부담감을 토로했던 그에게 이번 역할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동주’ 이후) 시간이 지나서 부담감을 망각한 것도 있어요. 그에 앞서 너무 함께 해보고 싶은 감독님, 선배님들이었죠. 시나리오를 봤을 때 시나리오가 담고 있는 의미들이라고 해야 할까요. 좋은 시나리오, 프로젝트에 내가 개인적인 부담감 때문에 포기한다는 건 사실 개인적으로 별로 성립되는 일은 아니에요. 여기저기 홍보하는 과정에서 얘기를 많이 했는데 안중근 장군에 대한 이야기지만 이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님과 미팅 후 이 영화는 안중근 장군을 앞세운 그 시대 독립군들의 이야기겠구나 싶었죠. 두려워하고, 흔들리고, 아파하던 누군가의 아들, 엄마, 자식이겠구나.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지?’라는 충격도 있었어요. 그냥 제 안에서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은 영웅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영웅들도 사람이었구나를 많이 느꼈던 것 같아 꼭 참여를 하고 싶었어요.”
‘하얼빈’은 6개월에 걸쳐 한국, 몽골, 라트비아에서 촬영됐다. 실제 독립군들이 활동한 중국, 러시아 지역을 가장 리얼하게 그려낼 수 있는 로케이션으로 만주와 지형이 닮은 몽골, 구소련의 건축양식이 남아있는 라트비아를 선택한 것. 박정민은 6개월 간 ‘하얼빈’을 촬영하면서 ‘마법 같은 순간’을 느꼈다고 한다.
“촬영이 끝나고 저녁을 함께 먹을 때, 술을 한 잔 할 때도 계속해서 이 영화에 대한 대화가 끊이지 않았어요. 쉬는 날 감독님 방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도 우리가 촬영 과정에서 찍힌 스틸을 공유하고, 나누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마음가짐을 서로 상기시켰죠. 이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하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지금 생각나는 한 장면은 마지막에 우진이 형과 기차역에서 나눈 대화신이 본 촬영 때 찍은 게 아니에요. 리허설을 해보자고 한 장면인데 저, 우진이 형, 촬영 감독님, 조명 감독님, 녹음 기사님까지도 리허설 때 녹음을 돌리지 않는데 서로 마음이 맞아 본 촬영처럼 리허설을 했죠. 재가 너무 아무렇지 않게 ‘김형 왜 그랬어’라는 대사가 나오는 순간, 모두가 느낌이 남다르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신이 쭉 이어 나왔죠. 감독님은 그게 너무 마음에 드셨던 것 같아요. 다음날 촬영을 했는데 리허설 때 느낌이 안 나와서 리허설 장면이 영화에 들어갔더라고요. 가장 좋은 것들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마법 같은 순간이었어요.”
지난 24일 개봉된 ‘하얼빈’은 크리스마스 당일, 84만명의 관객을 동원한데 이어 지난 28일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빠른 속도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 이와 함께 나라를 걱정하는 독립군들의 고뇌가 탄핵 정국의 현 시국과 오버랩 되며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일으키고 있다. 박정민에게 ‘하얼빈’은 어떤 의미로 남는 작품일까.
“감독님이 그때 당시 옳은 일을 하셨던 분들의 마음과 여정을 편하게만 찍고 싶지 않다는 걸 봤어요. 그 당시에도 그런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있죠. 우리는 이 영화를 숭고한 마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감독님의 의지가 있으셨던 것 같아요. 그 마음을 배우들이 올곧게 따라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그 과정에서 서로가 나눈 이야기, 시간들이 저에게 가장 큰 의미로 남는 작품일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는 이것도 제작보고회에서 이야기했지만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을 때 저는 이런 영화를 좋아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지’라는 개인적인 의미가 있는 영화로 남을 것 같아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샘컴퍼니, 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