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가게' 강풀, 사람으로 시작하는 이야기 [인터뷰]
입력 2025. 01.02. 09:00:00

강풀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무빙'에 이어 '조명가게'까지 연이어 히트시키며 강풀은 어느덧 웹툰 작가를 넘어 극작가로 자리 잡게 됐다. 초능력, 사후세계와 같은 신선한 소재, 그리고 그 안에 녹아든 '사람 이야기'. 그게 바로 강풀 작가의 작품들이 전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었던 이유였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강풀 작가의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 시리즈의 5번째 작품인 웹툰 '조명가게'를 원작으로 한다.

'조명가게'는 지난달 4일 공개된 후, 12일간 전 세계 시청 기준 2024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다 시청 기록을 이뤄냈다. 또한 디즈니+ 런칭 이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두 번째로 최다 시청을 기록했다.

강풀 작가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에 대해 "내가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실 호러도 있고, 정말 낯선 장르다. 영화에 적합한 장르라는 걸 쓰면 쓸수록 정말 많이 느꼈다. 8부작이 많지도 않지만 적지도 않았다. 그래서 초반에는 호러를 하고, 뒤에는 휴먼 드라마처럼 가는 게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반에는 시점도 계속 바뀌고, 불친절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래서 쓰면서도 과연 시청자들이 잘 따라올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4화가 끝나고 5화부터 이야기가 시작한다는 걸 다 염두에 두고 쓰긴 했지만, 쓰는 입장에서는 계속 불안했다. 그때마다 믿고 가보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뒤로 갈수록 시청자분들이 더 좋아하셔서 정말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조명가게'는 디즈니+ '무빙'에 이어 강 작가의 두 번째 시나리오 작업이었다. '무빙'이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뒤, 강 작가가 수많은 웹툰 작품 중 '조명가게'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실 이미 '무빙' 촬영 중에 이걸 끝내고 다시 드라마 각본을 쓴다면 '조명가게'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막연히 '조명가게'가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고, '무빙'이 잘 돼서 큰 힘을 얻었다. '조명가게'는 불친절한 구조고, 후반부에 감정적인 장치를 몰아넣는다. 그래서 만약에 '무빙'이 성공하지 않았다면 이 작품을 고집할 수 있었을까 싶은 마음이다. '무빙'을 처음에 쓸 때는 신인 극작가였고, 20부작을 쓰다 보니 콘티를 그리듯 너무 세세하게 접근했었다. 그래서 '조명가게'에서는 드라마 작업에 대해서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웃음)"

'조명가게'에서는 이승과 저승이 연결되는 사후세계의 공간을 조명가게로 설정했고, 그 안에서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와 같은 소재를 다루게 된 계기는 작품 속에서도 현실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중환자 병동에서 시작됐다.

"'조명가게'라는 작품 자체를 쓰게 된 건 중환자 병동 의사선생님의 이야기였다. 아버지께서 목사님이셔서 병원에 기도를 하러 많이 갔었는데, 그때마다 제가 운전도 해드리면서 따라갔었다. 그때 의사선생님께서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당시에 제가 20대 후반이었는데, 그 말을 듣고 나니 '환자가 어떻게 의지가 있을까', '그 의지가 혼자만의 것은 아니지 않을까'와 같은 생각을 해서 쓰게 된 작품이다. 또 저는 임사체험자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물론 임사 체험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지만, 실제로 나온 통계가 있더라. 다들 공통적으로 빛을 봤다고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왔다고 하는 내용이다. 저는 그 빛이 희망이라고 생각됐다. 또 이미지적으로 봤을 때 조명 속의 필라멘트가 심전도 같다고 생각했다. 임사 체험자들의 기록이나 후기들이 정말 흥미로웠고, 거기에 맞춰서 생각하보다 보니 '조명가게'가 나오게 됐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배우 김희원의 연출 도전이었다. 드라마 연출 경력이 없는 김희원이 첫 연출로 '조명가게'라는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강 작가의 제안 덕분이었다.

"김희원 감독은 '무빙'에서 처음 뵀다. 사실 촬영장에는 작가들이 잘 안 간다고 하던데, 저는 궁금하고 재밌기도 해서 조금 많이 갔었다.(웃음) 첫 촬영이 정원고등학교에서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이 있는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인 김희원이 아침조회를 하는 신이었다. 거기에서 김희원 배우가 학생 역할의 배우들을 이끄는 걸 보면서 정말 잘한다고 생각을 했었다. 근거 없이 연출을 제안한 건 아니었다. 그리고 감독님이 연출에 뜻이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예전에 호러 영화를 연출하려고 오랫동안 생각한 게 있더라. '조명가게'는 결국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어야 했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요한 작품이라서 감독님이 바로 떠올랐다. 그래서 마침 연출에도 뜻이 있는 걸 알고 있으니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사실 한 번에 선뜻 수락하진 못하셨다. 극본을 드리고 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맞춰나갔다. 각자 의견은 어떤지 긴밀한 대화를 많이 나눴고, 한 달 정도 고민을 하고서 해보겠다고 말해주셨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강 작가가 직접 제안한 김희원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강 작가는 김 감독이 정서적인 공감이 빨라서 좋았다고 말하며 동시에 인상 깊었던 그의 감각적인 연출도 언급했다.

"김희원 감독과는 정서적으로 잘 맞았다. 그래서 슬픈 상황임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바로 캐치하는 느낌이었다. 또 정말 집요할 정도로 뭐든지 놓치지 않고 가려는 스타일이더라. 제가 새벽에 작업실로 출근을 하면 꼭 전화 통화를 하지 않고, 직접 찾아왔다. 늘 아침에 와서 작품에 대해 3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점심을 먹고 갈 정도였다. 특히 저는 4화 마지막 부분에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들이 한 번에 나오는 장면에서 감독님이 정말 과감했다고 생각한다. 중환자 병동의 환자들은 사실 안대도 하고, 산소호흡기도 끼고 있다 보니 얼굴을 가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극본에서는 환자 한 명이 지나갈 때마다 사후세계에 있는 모습을 플래시백으로 넣었다. 환자가 얼굴이 드러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김희원 감독이 과감하게 표현을 하는 걸로 판단해서 한 번에 갔던 거였다. 그 연출을 보고 내가 너무 영화적 허용을 몰랐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장면을 보고 나면 누구도 그게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잖나. 그 부분을 롱테이크로 한 번에 보여주는데 정말 짜릿했다. 현장을 경험한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가 드러나서 굉장히 놀랐다."



'무빙', '조명가게' 등 강풀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람 이야기'다. 겉으로 보기엔 '무빙'이 초능력자들의 이야기처럼, '조명가게'는 사후세계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항상 가족, 연인, 친구 등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모두 담겨 있다.

"제가 쓰는 이야기 속의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결국 이야기라는 건 누구나 다 쓸 수 있고, 그래서 그 안에 가장 중요한 핵심이 무엇인지 늘 생각한다. 어떤 사건이건, 어떤 장르건 그걸 하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를 독자나 시청자가 받아들여야 더 재미있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가 쓰는 이야기지만 그 안의 주인공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 같다. 내가 이 캐릭터라면 어떻게 행동할지도 항상 생각한다."

이와 같은 강풀식 휴머니즘이 전 세계에 통했고, '무빙'은 시즌2 제작까지 확정한 상태다. 특히 '조명가게' 8화 말미 나오는 쿠키 영상에서 '무빙'과의 연결고리가 나오면서 큰 화제가 된 바. 이제 강 작가는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무빙2' 집필에 몰두할 예정이다.

"'무빙2'는 제작 확정을 발표했고, 어느 정도 구상은 하고 있다. 아직까지 일정이 구체적이진 않고, 제작에 관련된 일은 사실 제가 잘 모른다.(웃음) 언제 나올지는 제작사, 플랫폼과 협의해 봐야 할 것 같고, 일단 최대한 멀지 않게 써내려고 노력 중이다. 근 두 달 동안은 '조명가게'에 집중하느라 구상도 멈췄으니, 이제 당분간은 또 열심히 '무빙2'를 쓸 것 같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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