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2’ 박규영 “핑크가드役, 부모님에게도 숨겼죠” [인터뷰]
입력 2025. 01.06. 08:00:00

'오징어 게임2' 박규영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반전이다. 참가자인 줄 알았더니 핑크가드라니. 그동안 자신이 맡은 역할을 꽁꽁 숨겨왔던 배우 박규영은 “비로소 말을 할 수 있어 속 시원해요!”라며 웃음 지었다.

박규영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감독 황동혁) 공개 후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해당 인터뷰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해 국가애도기간과 겹쳐 엠바고(보도유예)를 걸어 진행됐다.

‘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박규영은 극중 군인 출신 탈북민 노을 역을 맡았다. 노을은 놀이공원에서 인형 탈을 쓰고 일하면서 북에 두고 온 딸을 찾으려는 인물. ‘○△□’ 명함을 받은 그는 게임 참가자들이 입는 초록색 트레이닝복이 아닌, 게임의 진행 요원인 핑크가드의 분홍색 유니폼을 입고 등장, 반전 정체에 시청자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공개가 되자마자 지인분들이 아무도 연락을 안 하시더라고요. ‘왜 아무도 연락을 안 하시지?’ 하는데 시간이 지나니 다들 연락이 오셨어요. ‘재밌게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앞서 ‘오징어 게임’ 1편에선 핑크가드 이야기, 서사가 설명되지 않았는데 서사 중 하나를 설명할 수 있는 역할이라 굉장히 유의미했어요. 핑크 슈트를 초록색 트레이닝복만큼 입어보고 싶었거든요. 실제로 입어보니 재밌었어요. 참가자나 경찰 역이라 생각하셨을 텐데 핑크가드였다는 걸 비로소 말을 할 수 있게 돼 속 시원해요. 많은 추측이 나왔거든요. 하나 둘 티저가 나오면서 친구들이 ‘너 경찰이지?’라고 하기도 했어요. 부모님에게도 엠바고를 유지했거든요. 하하. 비로소 말씀 드릴 수 있어 진심으로 속이 시원해요.”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 된 박규영. 처음부터 핑크가드 역에 오디션을 본 것이냐는 질문에 “전혀 몰랐다”라고 답했다.

“오디션 테이블을 받고 그때까지 핑크가드인 줄 몰랐어요. 시나리오 일부가 발췌되어 있었거든요. 역할에 대해서 알 수 없었어요. 캐스팅 된 후 정체에 대한 대본을 받았는데 ‘핑크가드라고? 이름이 노을이라고?’라며 놀랐어요. 기분도 좋았고요. 핑크가드에 어떤 입장을 보여드릴 수 있는 역할이라 생각해서 좋았던 것 같아요.”

노을의 등장으로 시청자들은 그동안 참가자들의 시선으로 조명됐던 게임을 핑크가드, 진행 요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박규영은 처음으로 다뤄진 핑크가드와 노을 역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을까.

“물리적으로는 체중감량을 많이 해서 최대한 건조하고, 버석한 모습으로 보여드리고자 했어요. 거친 피부표현 분장에도 힘을 받았죠. 액션이나 자세 같은 건 액션스쿨이나 현장에서 지도를 받았어요. 내적으로는 감독님께서 생각하신 노을 감정이 무표정하거나, 목소리를 낮게 하는 건 아닌 거 같더라고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노을이 가진 에너지는 바닥에 간 인물이었어요. 그런 정서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평소에 낮은 텐션을 유지하려고 했어요.”

핑크가드가 된 노을은 다른 핑크가드들이 일부러 죽이지 않고, 겨우 숨을 붙여놓은 참가자들을 확인 사살한다. 자신처럼 삶에 희망이 없는 사람들을 고통 없이 편히 보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게임에 참여한 인물이다.

“탈북도 중요한 서사 중 하나인데 그만큼 견뎌낸 많은 사건들이 고통을 이겨낸 게 아닌, 견뎌내고, 스친 거라 생각했어요. 사건들을 견뎌낸, 관통한 사람이 가지게 되는 눈빛은 어떨까, 호흡, 에너지는 어느 지경에 가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죠. 사실 그런 부분도 평소에 많이 유지하려고 했어요. 감독님께서도 ‘노을이는 말이 없어’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평소 얘기하는 걸 좋아하고, 캐릭터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지만 감독님이 말씀해주신 정도로 차분한 에너지를 가지려고 노력했죠.”



노을은 북에 아이를 두고 왔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또 아이를 찾아야 한다는 작은 희망으로 살아간다. 이 인물의 감정과 심경을 표현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일까.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감정을 이해하기란 조금 어려웠어요. 제가 딸이 없고, 심지어 미혼이잖아요. 딸이라는 대상으로, 모성애로 국한되기보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몸의 한 부분을 상실하는 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 죄책감, 찾을 수 없는 대상을 찾아야하는 건 어떤 스탠스일까 생각했죠.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살 자격도 없다고 생각할 테고, 물리적으로 방 한 칸이라도 얻을 돈이 없을까 보다, 집을 얻어 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차에 살고 있는 거라 생각했고요. 감독님이 디테일을 주시기도 했지만 제가 해석한 부분도 있어요.”

시즌1에서는 새벽(정호연)이라는 새터민 캐릭터가 등장한 바. 다만 새벽은 게임의 참가자였으나 노을은 게임 참가자들에게 총을 겨누는 핑크가드다.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에 시청자들은 다양한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제가 가진 전사나 캐릭터성이 저는 되게 분명하다고 느껴졌어요. 최대한 이질감 없이, 많지 않은 신에서 설명되게끔 노력했죠. 시즌3가 남아서 미처 설명되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감독님께서 새벽이의 이름은 어둠 속에서 삶의 희망을 찾아가는 인물이라면 노을은 삶의 작은 불씨, 희망마저 아예 없어져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지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이해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재밌는 질문도 더해졌다. 노을은 왜 참가자가 아닌, 핑크가드로 ‘오징어 게임’ 세상에 참가한 것일까.

“주기적으로 오징어 게임이 주최된다고 생각했어요. 핑크가드를 아무나 모집하는 건 아니라 생각했죠. 수행 능력이 필요하잖아요. 암암리에 주기적으로 제안이 들어왔을 것이고, 보상이 되는 어떠한 임금도 주어졌을 거라 생각해요. 비밀유지에 대한 액수, 보상이 엄청나지 않았을까 상상하기도 했죠.”



2021년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1은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시즌2 제작 소식 이후 공개되기까지 글로벌 관심을 받은 ‘오징어 게임2’는 공개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부터 93개국 1위를 차지한 뒤 1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정체된 스토리, 사라진 독창성 등 기대 이하라는 혹평이 뒤따르기도 했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건 오히려 감사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많은 시청자들이 존재하는 의미라 생각하죠. 이미 다 촬영했고, 그 세계관을 보여드림에 따라 다양한 피드백을 주시는 게 몫인 것 같아요. 좋은 의견이라면 일부는 즐겨야하는 몫이고요. 그래서 다양한 몫으로 여기고 있어요.”

글로벌 관심을 받고 있기에 높아진 인기도 실감할 터. 그러나 박규영은 “들뜨지 말자”라로 다짐했다.

“저는 매 순간 프로젝트를 생각한 것 같아요. 그 외 부수적인 생각은 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아직 릴리즈가 되고 나서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그렇지만 93개국 1위는 진짜 글로벌하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하하. 그러나 들뜨지 말자. 본질적으로 뭘 해야 할지 생각하자를 가지고 있어요. ‘오징어 게임’은 더 단단하게 마음을 먹었고요. 그래야 역할에 충실할 수 있으니까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박규영에게 내면의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 대중들로 하여금 관심과 사랑을 받고, 인기를 누리게 되면 들뜨기 마련일 텐데 박규영은 더 단단히 중심을 잡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저는 아직 붕 뜨는 것 같은 경험을 해보지 못했어요. 지금 부족하다는 건 아니지만 아직 그런 경험까지 하지 못했죠. 그렇게 될 것 같은 순간에도 본질은 중심으로 돌아오는 훈련 아닌 훈련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연습도 하다 보니 제 본체가 중심을 잡는데 온 에너지를 쏟는 사람이 된 거죠. 그래서 땅에 발붙이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조금 더 자기에 대한 칭찬보다는 반성에 대한 시간을 더 할애하는 게 훈련의 일부에요. 일과 박규영의 삶의 밸런스를 맞게 하려면 이렇게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린 거죠.”

박규영은 2016년 데뷔해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달리와 감자탕’ ‘오늘도 사랑스럽개’,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셀러브리티’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매 작품, 캐릭터마다 변주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그는 ‘오징어 게임’ 시즌3와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 공개를 앞두고 있다.

“최근 ‘저 배우 찍는 거 재밌었어’라는 코멘트를 해주는 스태프들이 있더라고요. ‘이 배우랑 촬영하는 게 재밌어서 또 같이 일하면 재밌을 것 같아’는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아요. 그게 제가 웃겨서, 재밌어서 보다 다른 개념일 거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있어요. 언제나 시청자들이 (연기에) 놀라주시는 건 감사한 부분이고요. ‘오징어 게임3’는 곧 나올 예정이에요. 마지막에 철수가 나오잖아요. 철수와 영희가 되게 재밌는 게임을 해요. 그들이 같이 포스터에 있는데 철수가 나오는 그 게임을 굉장히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시즌3는 상당 부분 많은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셨던, 의문을 품은 인물의 캐릭터성, 이야기가 명쾌히 잘 설명이 될 것 같아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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