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강행 Vs 조용필 취소, 인식론과 목적론
입력 2025. 01.07. 13:46:12

임영웅

[유진모 칼럼]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전남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참사로 179명이 사망한 비극이 발생하자 대한민국은 연말의 들뜬 분위기를 자제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연말 축제가 많은 연예계는 앞장서서 자중하는 분위기였다. 모든 관계자들이 '가황'으로 손꼽기 주저하지 않는 조용필은 콘서트를 취소했다. 그런데 임영웅은 강행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사고 이후 정부는 지난 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을 정했고, 방송 3사를 비롯해 각종 단체는 연말 축제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조용필은 지난 4일 예정되었던 20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기했다. 하지만 임영웅은 2~4일 예정되었던 콘서트를 강행군했다. "오랜 시간 기다려 주신 팬들, 그리고 공연 준비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와 관계자들과의 소중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심 끝에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또한 "최근 안타까운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과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 아울러 슬픔 속에 계신 모든 분과 함께 아픔을 진심으로 통감한다. 애도의 마음을 깊이 새기며 이번 공연이 진정성 있는 위로와 희망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우리 모두가 하나 되어 이 어려운 시간을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며 공연 강행군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여하려 애썼다.

조용필은 지난해 11월 새 정규 앨범 '20'을 발표하고 23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등을 잇는 전국 투어에 돌입했다. 지난 4일은 대전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취소 혹은 연기되었다. 조용필은 오는 3월 21일 75살이 되는 백전노장으로서 대한민국 가요사에서 가장 위대한 싱어 송 라이터로 평가받는 뮤지션이자 최정상급 슈퍼스타이다.

그는 콘서트를 빨라야 1년마다 갖는 사이클을 보여 준다. 보통 2년 주기이다. 자주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는 것도 아니고 과거와 현재의 방식을 혼합해 어쨌든 정규 앨범 형식으로 1~2년 혹은 2~3년 주기로 발표한다. 공백이 더 길 때도 비일비재하다. 임영웅은 지난해까지 한 해에 최소한 수십 번의 콘서트를 전국에서 열었다. 음원도 수시로 발표한다.

비틀스가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 그룹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앨범 서너 장에 록의 모든 하위 장르를 담는 전범을 보여 줌으로써 그 이후 록의 모든 하위 장르가 발생하고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데 있다. 조용필은 블루스, 록, 재즈, 발라드, 트로트, 국악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싱어이자 기타리스트이다. 대한민국의 비틀스!



임영웅의 팬의 숫자가 조용필의 그것보다 많을 수도 있다. 충성도가 더 클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이나 경력을 떠나 조용필이 이룩한 업적과 끼친 영향력은 차원이 다르다. 물론 환경도 달랐다. 현재 트로트만 하더라도 임영웅 외에도 이찬원, 영탁, 정동원, 장민호 등이 뜨거운 팬덤을 자랑한다. 은퇴한 나훈아와 현역 남진 등의 열혈 팬들도 아직 살아 있다.

조용필이 '오빠'였을 당시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당시에도 스타 가수들은 많았지만 조용필에 필적하는 전방위 싱어 송 라이터 겸 기타리스트는 없었다. 조용필은 사랑하는 아내가 2003년 숨을 거두며 남긴 유산 24억 원 전액을 기부했다. 그의 공식 기부 액수는 88억 원이지만 다수는 약 100억 원으로 추산한다. 포브스는 그를 기부왕으로 인정했다.

임영웅과 조용필의 반대 사례에서 인식론과 목적론을 곰곰이 생각해 보자. 제주항공 사고에 쇄도한 성금만 21억여 원이다. 무안공항에 몰린 자원봉사자만 5500여 명이다. 수많은 연예인이 줄지어 아픔을 공감하며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가운데 유족들을 위로했다. 수많은 단체 혹은 연예인들이 꽤 많은 액수의 이권이 걸린 행사를 줄줄이 취소했다.

과연 사전에 약속된 행사이므로 예정대로 진행해야 할까? 아니면 전 세계가 위로를 타전할 만큼 불행한 사태 앞에서 고개 숙이고 자제해야 할까? 인식론적으로는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어느 것이 옳은지는 각자의 이념, 사상, 인식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게 사람의 생각, 마음, 개념이다. 그러나 목적론적으로는 비교적 답을 찾기 쉬워진다.

연말 대상 시상식이나 콘서트의 의미는 무엇인가? 시상식은 한 해 동안 연예계 전문 분야에서 열심히, 잘한 사람의 노고를 상으로 보상하자는 게 외형적인 목적이다. 특히 지상파 방송 3사의 그것은 이른바 자화자찬 등을 통한 또 다른 수익 창출과 집안 단속의 의미까지 내포한다. 콘서트는 당연히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답례를 빌미로 한 수익 창출이다.

만약 팬 서비스 단 하나의 의미라면 무료여야 마땅하다. 즉 목적론의 선두는 돈이다. 축제에 가무가 없을 수 없다. 179명의 무고한 생명이 어이없는 희생을 당했는데 같은 민족이 '나 몰라라.'라는 식으로 춤과 노래를 통해 흥을 한껏 즐긴다? 만약 임영웅이 돈이 없어서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지 못할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목적론적으로 돈이 튀어나온다면 팬들과의 약속 이행이라든가, 성원에 대한 보답이라든가 등의 변명은 진실과 이성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임영웅은 "슬픔 속에 계신 모든 분과 함께 아픔을 진심으로 통감한다. 애도의 마음을 깊이 새기며 이번 공연이 진정성 있는 위로와 희망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라고 전했다. 과연 유족들과 임영웅의 팬 아닌 사람들이 위로와 희망을 얻었을까?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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