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 게임2’ 이서환, 전성기는 지금부터 [인터뷰]
- 입력 2025. 01.07. 17:01:27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서있는 위치가 달라지면 풍경이 달라진다고 하잖아요. ‘오징어 게임’은 저에게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어요.”
'오징어 게임2' 이서환 인터뷰
배우 이서환이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감독 황동혁)을 통해서다. ‘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이서환은 극중 기훈의 친구 정배 역을 맡았다. 정배는 시즌1에 등장했던 인물로, 주인공 기훈의 경마장 메이트로 출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즌2에서는 게임 참가자로 참여했다.
이서환은 ‘오징어 게임2’에 출연하면서 책임감과 부담감이 뒤따랐다고. 이를 내려놓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그동안 해왔던 역할들은 작은 역할이었어요.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역은 아니었죠. 주인공의 심리, 감정을 이끌어내는 인물이었거든요. (주조연을) 안 해 본 건 아닌데 이번에 기회가 오고, 작품의 무게감을 봤을 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그걸 느끼는 순간 어깨가 무거워질 것 같더라고요. 하던 대로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어요.”
‘오징어 게임2’ 티저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재등장한 정배는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며 ‘최고의 감초’로 떠오르기도 했다.
“처음 나온 광고에선 영희의 눈에 ‘2’가 쓰여 있었어요. 그때까지 제가 할 줄 몰랐어요. 친구들도 ‘너 하는 거 아니야?’라고 해서 ‘내가 왜 나가,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마’라고 했는데 집에 가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 하하. ‘할 수 있지 않을까? 할 수 있어. 아니야, 나를 왜 불러’ 계속 (생각이) 왔다 갔다 했죠. 천사와 악마가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요.”
이서환은 오랜 연기 내공으로 다져진 메소드 연기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순식간에 매료시켰다. 이서환이 표현해낸 정배는 스쳐 자니가는 찰나의 순간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시키며 많은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제가 생각한 정배의 첫 번째 모델은 ‘루프탑 코리안’이었어요. LA 폭동이 있을 때 한인타운에서 마트 짐을 옮기는 평범한 아저씨가 총을 들고 올라가서 저격하고. 그분들이 떠올랐죠. 이분들 중 하나만 잘 연기해도 반은 먹고 들어가겠다 싶더라고요. ‘꼬꼬무’를 보면서 연구도 했고요. 기사도 찾아보고, 사진, 모습도 봤어요.”
시즌1에서 보여준 정배와 시즌2에서의 정배에 어떤 차이점을 두고 연기하려 했을까.
“차이점을 두기보다 시즌1 때 캐릭터 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첫 번째였어요. 시즌2는 기훈이 완전 달라지니까 저까지 달라지면 재미없을 것 같더라고요. 저는 시즌1에서 기훈의 철없음을 유지하는 게 목표였어요. 그리고 정배가 해병대 출신이잖아요. 저는 방위 출신이라 총을 쏴본 적이 없어요. 행정병이라. 그 자세가 나오게끔 연습하는 게 두 번째였어요. 총을 잡았을 때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혼자 아파트 뒤에 가서 휴대폰을 세워놓고 연습하기도 했죠.”
정배는 시즌2 마지막화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퇴장, 시즌3에 출연을 하지 못하게 됐다. 아쉬움이 남지 않냐고 묻자 이서환은 “저는 단언컨대 죽고 싶지 않았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총알이) 빗맞길 바랐어요. 어떻게든 시즌3에 장기라도 빼주는 역으로 나오고 싶더라고요. 마름모에 참가자들 얼굴이 뜨는데 죽으면 불이 꺼지잖아요. (시즌3에) 안 나오겠구나 싶었어요. 기회가 됐으니 발톱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말이죠. 하하.”
‘오징어 게임2’는 지난달 26일 공개 후 글로벌 1위 기록과 동시에 공개 4일 만에 680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을 기록했다. 더불어 공개 주 최고 시청 수 기록을 세우며 첫 주 기록만으로도 넷플릭스 역대 최고 인기 시리즈(비영어) 7위에 등극했다.
“(인기가) 체감되는 건 그전에 작품에 들어가려면 미팅을 해야 했어요. 오디션을 보거나. 미리 대사를 외워 가서 해보는 게 필요했죠. 그런데 이젠 하지 않아도 연락이 오더라고요. 허허 참~ 하지만 발톱은 숨기고 있어요. 촬영할 때 보여주려고 하죠.”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거라 예상했냐는 질문에 이서환은 “네”라고 자신 있게 대답, 다시 한 번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주목 받을 거라고 예상은 했어요. 캐스팅을 보면 어디 가서 단독 주연을 해도 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제 비중이 그 사이에서 꽤 크고. 튈 수밖에,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연기만 잘한다면 주목정도 받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사랑해주고, 좋아해주실 거라고 예상하진 못했어요.”
2004년 뮤지컬 ‘노틀담의 꼽추’로 데뷔한 이서환은 드라마 ‘인간실격’ ‘악마판사’ 등과 더불어 영화 ‘핸섬가이즈’ ‘소년들’ ‘콘크리트 유토피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만나면서 배우로서 뜨거운 순간을 맞이했다고 한다.
“지금이 제일 뜨거운 시절이에요. 뜨거움을 느끼고 싶지 않았거든요. 너무 뜨겁다고 느껴버리면 그동안 해왔던 걸 못하고, 다른 걸 할 것 같더라고요. 어깨 뽕 들어간 연기를 할 것 같았어요. 주변에서 분위기가 뜨거워졌다고 얘기하는 건 감사한데 스스로 뜨겁다고 느껴버리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러나 ‘오징어 게임’을 통해 인지도를 사용해 하고 싶은 일들은 많아요. 그전엔 막연히 꿈꿔온 게 많았거든요. 저에게 딱 기훈 같은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와 유튜브 채널, 노래를 커버하는 채널을 운영 중인데 올해 수입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차곡차곡 모아서 작가로서 쓴 작품을 내년에 올리는 게 목표에요. 계속 묵혀두고 있었는데 내년에 올릴 수 있겠는데? 싶더라고요.”
배우로서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이서환. 뮤지컬부터 드라마, 영화, 노래까지 다방면에서 ‘만능 올라운더’에 도전하는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제가 가진 무기는 연기의 친화력이에요. 제가하는 연기가 보시는 분들에게 부담 없이, 툭 묻어 갈 수 있죠. 사실 이 무기가 전에는 단역을 할 땐 정말 지나가는 사람이었어요. 아무도 기억을 못하시더라고요. 뮤지컬 할 때도 ‘그 친구 어때?’라고 하면 ‘어 맞어!’라고 하더라도 아무도 저를 기억 못하셨어요. 잘하더라도 연기 같지 않아서. ‘매체 배우어야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계속 쭉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