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2’ 양동근 “큰 파도에 몸을 맡기고 싶은 2025년” [인터뷰]
입력 2025. 01.08. 17:18:59

'오징어 게임2' 양동근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기쁜 마음으로 인터뷰하러 왔어요. 보통 라운드 인터뷰라 하면 힘들겠다고 생각하고 오는데 ‘오징어 게임’ 현상도 그렇고, 제 마음가짐도 그렇고. 약간 파티 느낌이 들어요. 미국에 홍보하러 갔다 왔잖아요. 미국에는 아직도 파티 문화가 있는데 그런 마음이 드네요. 하하.”

내년 데뷔 40주년을 앞두고 경사를 맞았다. 배우 양동근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감독 황동혁)의 인기를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는 것.

‘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회사에서 어느 날 전화가 왔어요. 이런 저런 여러 이야기를 하다 말미에 ‘오징어 게임 얘기가 오고가고 있어. 된 건 아니고’라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시작됐어요. 잊을 때쯤 다시 연락이 왔죠. ‘출연 확정 기사가 나가기 전에 알려지면 안돼’라고. 또 잊을 때쯤 첫 미팅 일정이 잡혔어요. 대본도 다 안주시더라고요. 대본 유출 등 여러 상황 때문에. 촬영 중에도 세트에 가면 중간에 나갈 수 없었어요. 아침에 출근하면 하루 종일 그 안에서 배정 받은 방에 교도소처럼 신이 있든 없든 있다가 나가야 했죠. 혼자만의 생각을 할 정도로 피폐한 상황에 놓여있었어요. 샴페인을 미리 터트리려는 사람이 있다면 ‘까봐야 알아’라고 마음을 잡기도 했어요. 지금이야 빵 터져서 ‘우와’하는 거지만 촬영 기간이 힘들고, 고된 작업에서 넘어야할 큰 산이 있었죠. 마음을 다 잡는 그런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이제는 시원하게 공개됐으니까. 샴페인을 빵빵 터트리고, 마음껏 기뻐하고, 즐기고 있죠. 미국도 갔다 오니 조금 실감이 나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갑자기 10만이 되고 그러니까 ‘내가 오징어 게임에 나왔구나’ 싶죠.”



양동근은 극중 엄마 금자(강애심)과 함께 게임에 참가한 아들 용식 역을 맡았다. 캐스팅 확정 전, 출연을 고사할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일단 제가 해내야하는 캐릭터 자체부터 연기자로서 만나고 싶지 않은 연기를 해내야하는 캐릭터였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트라우마 같은 게 있거든요. 지금은 예전처럼 책 대본이 쌓이지 않지만 예전에는 제일 먼저 확인한 게 우는 장면이 있나 없나였어요. 좋다고 온 책도 우는 장면이 있으면 고사했죠. 그만큼 우는 장면을 연기해내는 과정이 너무너무 힘들고, 개인적으로 괴로운 부분이었어요. 맞이하고 싶지 않았는데 거기다 감정을 내는 게 엄마와 관계에서라니. 그 감정을 해내야할 때 감정을 끌어와야 하는데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았어요.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가정사가 있잖아요. 그런 거라면 마주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아이들 3명이 저를 쳐다보고 있고, 일을 해야 하고, 또 ‘오징어 게임’이고. 그 장면을 찍는 바로 전날까지 계속 괴롭더라고요. 이 장면을 해내야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여러 부담감과 압박감에도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빠는 일을 해야 하니까요. 또 ‘오징어 게임’이라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그래도 해야 했던 건 ‘오징어 게임’이고, 일을 해야 했으니까요. 감독님에게 용식이 왜 저여야 했냐고 물어보진 않았어요. 엄마와 아들 듀오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그런데 왜 그랬는지 사담처럼 여쭤볼 기회는 없었죠.”



완성된 작품을 보고 어땠냐는 질문에 양동근은 황동혁 감독과 주로 호흡을 맞춘 강애심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저는 저를 믿지 않아요. 제가 한 걸 본거에 대한 느낌은 중요하지 않죠. 이걸 보고 느낄 사람은 구독자들인데 구독자들이 어떻게 볼지 계산하고 할 순 없으니까요. 주어진 것에 감정을 어떻게 해야지까지가 저의 일이에요. 이후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로 넘어가는 거죠. 그래서 궁금해요. 특히나 해외가 보니 어떤 반응일까 궁금했어요. 엄마와 아들, ‘듀오’라고 표현해주시더라고요. 강애심 선배님에게 굉장히 감사해요. 제가 생각해서 만들어낸 게 아니고, 우리가 만들어낸 캐릭터죠. 엄마와 케미를 만들어내는 과정, 촬영 현장이 아닌 곳에서 저에게 보내주신 애정, 감독님이 현장에서 우리의 케미를 보고, 한 스푼 부어진 디렉션, 그런 것들이 겹겹이 쌓였어요. 감독님, 강애심 선배님 덕분에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는 듀오가 됐죠.”

용식은 도박 빚을 지고 게임에 참여했다가 엄마를 만나고, 게임 중에도 번민하고 갈등하는 인물이다. 역할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을까.

“테스트 컷을 찍으면서 제가 준비해갔던 용식과 감독님이 생각하신 용식과 다른 것 같더라고요. 감독님이 생각한 용식은 날카롭고, 매트한 질감이었어요. 감독님이 하라는 헤어, 안경, 엄마를 대하는 모습은 대학로 연기 40년, 강애심 선배님에게 붙자고 생각했어요. 선배님이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 더 주의 깊게 보고, 그거에 따른 리액션을 하자. 제가 나름 준비해서 가지만 선배님은 저렇게 오시는 구나, 그거에 얹은 채 만들어 갔어요. 준비, 대사 숙지는 감독님의 디렉션을 잘 받으려했고요. 현장에서 만들어져 가서 더 흥미로운 캐릭터가 된 것 같아요.”



1987년, 8살에 연예계에 데뷔한 양동근. 그동안 수많은 영화, 드라마에 출연한 그에게 ‘오징어 게임’ 시리즈 출연은 어떻게 다가올까. 그는 “큰 몸살을 앓을 정도로 도전이었다”라고 말했다.

“제가 작품에 너무 몰입하고, 집에 오래 나가있어서 와이프가 굉장히 힘들어했어요. 와이프는 처음 촬영 시작할 때 ‘열심히 해’하는 분위기라 마음을 잡고, 열심히 하려고 세트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아놓기도 했죠. 사람 죽이는 것 보고 놀라고, 무서워하는 연기잖아요. 연기라고는 하지만 그 감정을 행동으로 할 때 뇌도 같이 써야 해요. 저는 정신적으로 그런 연기, 상황을 놔두는 건 해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의에요. 그래서 배우들이 정신치료도 많이 받고, 관리가 안 되면 안 좋은 선택까지 이르게 하는 면에서 그런 환경에 길게 노출되어 있으면 저도 모르게 표현하고 있더라고요. 그 기운을 와이프가 느낀 것 같아요. 오래 장시간 집을 비워놓으니 아이 셋을 보는 것도 너무 힘들었던 모양이에요. 가정을 잘 꾸려야 나가는 것과 함께 ‘오징어 게임’을 해야 하는 것, 큰 도전이었죠. 와이프가 직격탄을 맞아 힘들었지만 잘 견뎌줬기 때문에 오늘의 좋은 날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양동근은 2026년, 데뷔 40주년을 맞이한다. ‘오징어 게임2’로 좋은 흐름에 올라탄 그는 올해를 마음껏 즐겨보고 싶다고 활짝 웃음 지었다.

“운으로 따지면 정말 좋은 기운이 있으니 평소 마음가짐처럼 운에 걸고, 흘러가는 대로, 큰 파도를 타고 즐기고 싶어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큰 파도이기 때문에 큰 파도에 몸을 맡기고, 25년은 마음껏 즐겨보고 싶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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