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끝에 사랑이 남은 이유, 뮤지컬 '시라노'[무대 SHOUT]
입력 2025. 01.09. 07:45:00

시라노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시대 최고의 시인이자 검객, 그리고 사랑꾼. 사람들은 그를 '시라노'라고 부른다.

뮤지컬 '시라노'는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에드몽 로스탕은 17세기 실존 인물인 에르퀼 사비니엥 시라노 드벨주라크의 삶에 낭만적인 상상력을 더해 못생긴 코의 영웅을 탄생시켰다.

2019년 재연 이후 5년 만에 새로운 프로덕션과 함께 돌아왔다. 이번 시즌 '시라노'는 '연극을 시작해' '말을 할 수 있다면' '달에서 떨어진 나' 등의 넘버가 변경됐다. 특히 시라노가 록산과 크리스티앙의 결혼을 위해 드기슈 백작의 발목을 잡는 장면의 넘버 '달에서 떨어진 나'는 '삐리빠라'에서 '왕왕왕'으로 변경되면서 사랑하는 여인의 결혼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시라노의 슬픔이 더 짙게 표현됐다.

넘버 '연극을 시작해'로 막을 열고 "역시 우스운 연극 한 편 같소"라는 대사로 끝나는 '시라노'를 보고 나면 뮤지컬 '시라노'가 아닌 시라노라는 남자가 선보인 극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이 든다. 오직 사랑하는 록산을 지키기 위한 그의 모든 것을 건 연극 한 편을 말이다. 다방면에서 뛰어났던 시라노가 이루지 못한 유일한 한 가지, 사랑. 미완성이지만 완전한 그의 사랑이 오래도록 마음에 머문다.


사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라노'는 한 남자의 삶을 통해 낭만에 대해 이야기 한다. 직접적으로 질문을 던지지 않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낭만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진정성과 정의, 신념과 같이 오래 고이 간직해야 하는 가치들이 퇴색된 오늘날, 그것들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난 정신이 나간 놈이야. 난 괴상망측하고 골치 아프고 요상하고 지독하고 갑갑하고 삐딱한 놈이지만 내 칼날은 아주 곧게 서 있지 않나" 넘버 '거인을 데려와' 직전 나오는 시라노의 대사가 이 시대의 칼끝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나의 칼끝이 아래를 향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새롭게 시라노 역을 맡은 고은성은 한 매체를 통해 "기회가 된다면 꼭 하고 싶을 정도로 '시라노'를 재밌게 봤다"고 밝혔던 바. 작품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듬뿍 담아 표현해낸만큼 고은성표 '시라노'는 익살스러움과 재치있는 발재간, 그 속에 단단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특히 그가 하나의 핀조명 아래에서 부르는 '홀로'와 크리스티앙을 잃고 부르는 '곧 가스콘 용병대 Reprise'는 인간으로서 시라노의 고통을 그려내 숭고한 감정까지 들게 한다. 관객들은 어느 순간 '고라노'에 빠져 마음에 낭만을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2019년에 이어 록산 역에 합류한 나하나는 맑고 깨끗한 목소리, 사랑스러운 미소로 시라노와 크리스티앙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록산을 그려냈다. 크리스티앙 역에는 차윤해가 캐스팅됐다. 준수한 외모를 가졌지만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바보가 되고 마는 크리스티앙의 매력을 백분 살려 극의 재미와 비극을 극대화했다.

앙상블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이번 시즌 앙상블이 탄탄하다. 특히 서재홍, 이현영, 전기수, 류수아, 김대식, 이정민, 김세진, 전현철, 김현민, 서광현으로 이루어진 가스콘 용병대는 화려하고 용맹한 검무로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됐지만 무대 활용에 있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장면 전환을 암전 상태가 아닌 막을 내리고 진행해 영상 사용이 잦다는 점, 회전 무대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점이 중간중간 집중력을 흐트러트린다.

한편, 뮤지컬 '시라노'는 오는 2월 23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RG컴퍼니,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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