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 게임2’ 이병헌 “프론트맨·황인호·오영일, 0.1초 단위로 연기” [인터뷰]
- 입력 2025. 01.09. 15:22:12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배우 이병헌이 아니면 누가 이 역할을 해낼 수 있었을까. ‘연기의 신’이라 불리는 이병헌이 경지에 오른 듯하다. 프론트맨, 황인호, 오영일까지. 세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하며 각기 다른 얼굴을 보여준 이병헌이다.
'오징어 게임2' 이병헌 인터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감독 황동혁)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이병헌은 극중 경찰 준호(위하준)의 형이자 베일을 벗은 프론트맨 인호로 분해 다시 성기훈과 마주한다.
이병헌은 시즌1에서 프론트맨으로 출연했다. 그러나 시즌2에서는 001번 오영일로 게임에 참가한다. 시즌1은 특별출연이었다면 시즌2에선 이정재와 투톱 주연이 됐다.
“마음가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카메오 출연을 해봤잖아요. ‘밀정’에서도 해보고, 몇몇 카메오 출연이 있어요. 저는 카메오 출연할 때 오히려 질문이 많아요. 왜냐면 인물에 서사가 없기 때문이죠. 잠깐 나오기 때문에 그 전에 어떤 삶을 살고, 신념을 가지고 사는지 아무것도 설명되는 게 없어서 감독님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하게 되죠. 그 인물의 형태를 봐야 그 안에 젖어들 수 있는데 막연하게 연기해보라고 하면 기댈 곳이 없기에 연기하기가 힘들어요. 그런 측면에서 따지면 시즌2 보다 1이 더 질문이 많았어요. 이번에도 질문을 많이 하긴 했지만요. 하하. 감독님께서 시즌1이나 2, 선배님이 질문을 많이 해서 그의 서사가 완성된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감독의 입장에서 자기가 썼지만 정말 많은 캐릭터를 관전해야하는 입장이잖아요. 많은 인물이 와서 똑같은 질문을 할 거고, 본인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같이 생각해야하는 순간이 많았을 거예요. 황 감독님은 달변가세요. 순발력으로 답하는 게 익숙해져서 달변가가 되었나 싶어요.”
2021년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1은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인기에 힘입어 시즌2 제작이 확정됐으며 시즌3와 동시 촬영됐다. 시즌3는 후반작업을 거쳐 2025년 공개될 예정이다.
“그때는 시즌1이라고 부르지도 않았어요. 황 감독님과는 ‘남한산성’ 인연이 있죠. 가끔 만나 밥 먹던 사이였어요. 작품 외적인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요. 어느 날 갑자기 ‘시즌2를 해야 할 것 같아’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럼 저도 나오겠네요?’라고 물었어요. 하하. 살아남은 사람이 몇몇 안 되니까. ‘우리들의 블루스’를 찍으려고 제주도에 있을 때 감독님이 놀러 오셨어요. 쉬는 날에 맞춰 오셔서 시즌2에 대해 이야기 했죠. 관계된 사람들을 상상하기에 이전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인호가 왜 게임에 참여했고, 헤쳐 나가는 과정 등. 과거 이야기가 나오겠거니 한 거죠. 초고가 나와서 읽어보고 깜짝 놀랐어요. 6개월 만에 썼다는 13권의 에피소드가 ‘어떻게 이렇게 짜임새 있게 재밌게 써져있을까?’ 너무 놀랐죠. 연출도 잘하지만 이야기를 쓰는데 천재적인 재능이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오영일은 오일남(오영수)의 죽음 후 게임을 총괄하며 상황실에서 모든 참가자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다 다시 게임에 돌아온 기훈을 예의주시하는 인물이다. 모든 걸 알고 있지만 참가자들을 속여야하는 역할로 연기에 어떤 디테일을 주려고 했을까.
“프론트맨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감정으로 기훈을 지켜보고 있었을 거예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본인은 예상 가능한 감정들일 거라고 판단하고 쳐다봤던 거죠. 팽이를 돌릴 때도 시간을 봐가면서 해요. 원래 왼손잡이인데 틀릴 땐 오른손으로 돌리잖아요. 시간이 극에 달했을 때 비로소 왼손으로 성공시키고. 그런 디테일을 줬죠.”
프론트맨, 황인호, 오영일 세 명의 캐릭터를 연기한 이병헌은 각기 다른 인물 표현이 숙제였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사람들이 아직 못 본 부분은 황인호의 속이에요. ‘오징어 게임’ 경험 이전, 형사 황인호이자 프론트맨의 서사,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는 오영일 캐릭터 세 가지가 다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다만 연기할 때 어떤 장면에선 퍼센테이지를 20‧20‧60, 또는 30‧30‧40, 10‧50‧40 변주하는 과정이었죠. 감독님과 초반에 한참 많은 회의를 매 장면했어요. ‘여기서 이 모습을 보이는 게 맞지 않을까요?’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 기대했던 장면은 ‘둥글게 둥글게’ 게임을 하면서 사람들을 죽이는 거였어요. 황준호, 프론트맨, 오영일이 0.1초 단위로 왔다 갔다 해야 했죠. 순식간에 교차되는 느낌이 가장 힘들었던 신이죠.”
이병헌은 ‘오징어 게임’을 통해 다시 한 번 ‘연기의 신’임을 입증했다. 해외에서도 그의 연기를 향해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앞서 할리우드 대작 ‘지.아이.조’ ‘레드: 더 레전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등에 출연하며 미국 시장에 진출했던 이병헌은 한국 작품인 ‘오징어 게임’으로 인기를 누리는 것에 대해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블록버스터를 시작했을 당시, ‘미국에서 뿌리를 내리겠구나, 할리우드 작품으로 승부를 보겠구나’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호기심으로 간 거죠. 배우면 할리우드에 접근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그러나 ‘여기서 승부를 볼 거야’라는 마음은 아니었어요. 영어 대사가 어렵고, 고향을 떠나 개척해 나가야하는 입장에서 부담스럽겠지만 경험해보자 싶었죠. 한편으로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는 거 아닌가, 이거 어떡하지?’란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웬걸.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고요. 그게 계속 반복이 됐어요. 물론 가끔 출입국장에서 ‘한 번 본 것 같은데?’라고 하지만요. 그 많은 과정 속에 한 번도 그런 게 없었는데 이번 ‘오징어 게임’ 프로모션 차 LA에 갔을 때 너무 감개무량했어요. ‘지.아이.조’로 처음 왔을 때 이렇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영어 연기가 아닌, 한국 작품으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성원을 받고, 사랑을 받아 되게 아이러니하면서도 감개무량했죠. 더불어 K팝, K콘텐츠의 위상은 나가보면 더 알아요. 나가보면 ‘이정도야?’ 싶거든요. 그래서 BTS, 블랙핑크를 보면 ‘선배님’이라고 했죠. 하하.”
‘오징어 게임2’는 공개 11일 만에 1억 2,62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 2주차에도 글로벌 TOP 10 1위 자리를 지켰다. 93개국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오징어 게임’은 시즌1, 2가 나란히 넷플릭스 역대 최고 인기 시리즈(비영어)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전 세계에 큰 관심을 받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여러 논란에도 휩싸였다. 박성훈의 ‘오징어 게임’ 패러디 AV 표지 게재, 박규영의 시즌3 스포일러, 탑(최승현)의 캐스팅부터 발연기 논란 등.
“안타까워요. 성훈 배우가 연기가 현주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워낙 그 역할을 잘 해냈으니까요. SNS 일은 개인적인 문제인 거라 생각해요. 어찌됐든 안타깝죠. 탑 캐스팅과 복귀를 도운 적은 없어요. 입장을 밝히고, 안 밝히고 그건 개인의 자유죠. 항상 내 생각이 있다고 해서 목소리를 높여야겠다고 생각하는 입장은 아니에요. 캐스팅 부분은 30년 넘게 일하면서 배우가 캐스팅에 이야기하는 건 월권이라고 생각해요. 감독님이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파트너로 나오는데 역량이 어떻냐가 아닌, 이면에는 사적으로 어떤 관계인지 파악하는 거라 생각해요. 그런 정도지 캐스팅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 역할엔 이 사람이 맞는 것 같다고 하는 건 월권이죠.”
탑의 발연기에 대해서도 생각을 전했다.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를 다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이해되지 않는 에너지와 기운을 가지고 있잖아요. 이 캐릭터는 되게 특이한 캐릭터인데 눈에 띄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물이 여럿 나오는 시나리오, 책을 읽으면 연기자들도 ‘이 배우는 누가 캐스팅될지 모르겠지만 눈에 보이네’ 하는 게 있잖아요. 그 캐릭터 중 하나가 타노스였죠.”
호평과 혹평, 논란 속 ‘오징어 게임’을 본 시청자들은 다음 시즌에 대한 다양한 추측과 해석을 쏟아내며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전 세계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이병헌에게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작품의 의미도 있지만 어떤 현상인 것 같아요. 현상 안에 저도 있는 거죠.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신기한 경험은 처음이에요. 작품 자체가 주는 화제성과 재미, 그 안에 다루는 주제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있지만 전반적인 K콘텐츠가 이만큼 올라왔기에 그 힘이 생긴 게 아닐까 싶어요. 저에게도 중요한 시점으로 지나가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