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청불' 박지현 "연기, 언제까지 재미있을까요?"[인터뷰]
입력 2025. 01.10. 08:00:00

박지현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배우 박지현에게 연기란 '게임'이다. 잠 안 자고, 밥 안 먹어도 재밌는 것. 영화를 보면서도, 인터뷰하면서도 완벽하게 연기를 즐기는 박지현에게 완전히 'KO' 당할 수밖에 없었다. 즐기는 박지현을 이길 사람, 누가 있을까.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감독 이종석)은 동화 작가가 꿈이지만 현실은 음란물 단속 공무원인 단비(박지현)가 어쩔 수 없이 19금 웹소설을 쓰다 뜻밖의 성스러운 글재주에 눈을 뜨는 재능 발견 코미디 영화다.

지난해 말 영화 '히든페이스'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박지현이 또 다른 청불영화로 관객들을 찾아온다는 소식에 시선이 모였다. 박지현은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장르가 코미디다. 제가 전작에서 보여드렸던 것과 다른 장르기 때문에 겹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연달아 공개될 줄은 몰랐지만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박지현의 첫 코미디 영화다. 그간 인터뷰를 통해 코미디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던 박지현은 이번 작품을 통해 그 한을 풀었다.

"모현민으로 알려졌을 때 저한테 코미디 대본이 올 거라고 생각을 못 했어요. 어떻게 이 대본을 절 주실 생각을 하셨지? 궁금했죠. 감독님께서는 제가 지금까지 작품 속 캐릭터 말고 콘텐츠, 유튜브 속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봤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지금까지 역할에서 보여주지 못한 다른 모습이 있을 것 같다. 끄집어내고 싶다'고 하셨죠. 정확히 제가 생각했던 바를 알고 계신 것 같아서 감사했어요. 항상 인터뷰에서 코미디하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막상 멍석 깔아주니까 못하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들었지, 다른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어요."

또 이번 작품은 박지현의 첫 원톱 주연 영화기도 하다. 극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영화 예매 사이트에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있어서 부담스럽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영화 찍을 때는 '원톱이다' 생각하지 않고 다른 역할에 임할 때처럼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했어요. 개봉하고 보니까 책임감이 실감 나는 것 같아요. 원톱의 의미가 어떤 건지 처음 경험해 봐서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최선을 다했어요.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 홍보도 그럴 거예요. 사실 흥행은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시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재밌게 봐주시는 분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지현은 극 중 동화 작가를 꿈꾸다 19금 웹소설을 집필하게 된 음란물 단속 공무원 단비 역을 맡았다. 단비는 19금 영화의 주인공이지만 순수함이 특징인 캐릭터다. 동화 속 주인공 같은 단비가 성인 로맨스물을 만나면서 빠져드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내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기 때문.

"단비가 코믹한 친구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순수하고 동화에 가까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리액션이 강한 친구라는 생각은 했죠. 리액션이 크고 잦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실제 같은 리액션을 보일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놀라는 장면이 많으니까 질리지 않게 다른 표정, 다른 소리로 놀라려고 연구를 많이 했죠.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마가 뜨지 않게 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분을 극대화하고, 다른 부분을 쳐내면서 캐릭터를 구축한다는 박지현은 단비와 자신의 공통점으로는 털털함, 차이점으로는 과한 순수함을 꼽았다.

"저한테 과한 순수함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 나이대 찾아보기 쉽지 않은 순수하고 동화 속 공주님 같은 친구잖아요. 그런 친구가 청소년 유해물 관리팀에 들어와서 어떻게 대할 것인지 감독님과 얘기했죠. 영화 특성상 웃음을 자아내야 하잖아요. 그런데 또 단비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털털한 친구기도 해요. 그런 모습은 저에서부터 시작됐어요. 털털함은 극대화했고 순수함은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장착해서 저만의 단비를 만들어 나갔어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소재만 19금일 뿐 단비의 성장 동화에 가깝다. 박지현 역시 "단순히 코미디를 떠나서 단비라는 친구가 본인이 모르던 꿈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 드라마라고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단비 또래 친구들이 흔히 겪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운이 좋게 어릴 때 제가 좋아하는 걸 빨리 깨달았고 빨리 실천할 용기가 있었죠. 그래서 행복하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굉장한 축복이라는걸 영화 찍으면서 알게 됐어요. 연기하면서 본인이 재밌고 즐거워하는 걸 아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구나, 느꼈죠. 그런 걸 깨닫는 순간의 희열을 단비를 통해 대리만족했어요. 영화를 보시는 분들도 좋아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요? 단순히 웃음과 유쾌함 뿐만 아니라 본인들의 꿈에 대한 부분을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 꼭 한 번 보시길 추천해요."


박지현은 어떻게 자신이 연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까 궁금해졌다. 처음 박지현이 연기를 접한 건 집에서였다고. 어렸을 때 언니, 동생과 함께 역할극을 하다가 '이게 연기구나'라고 느꼈다는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경험이 재밌었다고 얘기했다.

"연기가 그냥 너무 재밌어요. 재밌는 놀이를 하는 데 돈도 주면, 금상첨화잖아요? 근데 상도 주는 게 신기했어요. 그래서 이런 게 천직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언제까지 재밌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는데 아직은 모르겠어요. 근데 정답이 없어서 더 재밌는 것 같아요. 했던 역할도 다시 하라고 하면 완전히 다르게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제가 못한 배역을 다른 배우들이 하시는 걸 보면서 몰래 따라 해보기도 해요. 제가 한 역할을 다른 배우가 하면 어떨지 상상하기도 하고요. 제가 mbti N이라 공상과 망상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도 연기가 가진 최고의 매력인 것 같아요."

다음에 하고 싶은 장르를 묻자, 한참을 고민한 박지현은 로맨틱 코미디를 선택했다. 하지만 호러, 고어 장르도 좋아한다면서 모든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저는 원대한 꿈이 있는 배우라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작품을 통해서 오래 연기하고 싶은 배우예요. 뻔한 답일 수 있지만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말을 항상 했거든요. 쉬우면서도 어렵다는 생각을 해요. 배우는 늘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대중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스태프분들에게도 다시 일하고 싶고 작업하고 싶은 사람이 돼서 계속 제가 사랑하는 연기를 끊이지 않고 계속하고 싶어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주)미디어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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