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 게임2’ 과오 수습이 먼저” 박성훈 ‘심기일전’ 통할까 [인터뷰]
- 입력 2025. 01.10. 15:30:15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실수에 울고, 인기에 웃었다. 배우 박성훈의 이야기다.
'오징어 게임2' 박성훈 인터뷰
박성훈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감독 황동혁) 콘셉트로 한 AV 표지 사진을 올렸다. 해당 이미지에는 수많은 여성의 전라가 적나라하게 담겨있어 충격을 안겼다. 박성훈은 곧바로 삭제했으나 빠르게 캡처된 게시글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소속사의 해명에도 네티즌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SNS에 게시글을 업로드하기까지 여러 번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수로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인터뷰 자리에 어두운 표정으로 나타난 박성훈은 취재진들에게 “몇 마디 말씀 드리고 시작하고 싶다”라며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저의 크나큰 실수로 여러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린 것 같아서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어요. 오늘 인터뷰 자리가 저에게는 굉장히 무거운 마음으로 설 수밖에 없었어요. 그 이유는 제가 잘못을 해서 수많은 제작진들의 노고에 죄를 끼쳐 속상하고, 죄송해요. 이 자리에서 나온 말들이 그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싶어 긴장되고, 질타를 해주신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보는 시선만큼은 따뜻하게 봐주셨으면 해요. 그날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공개 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담당자랑 반응을 실시간으로 주고받고 있었어요. 문제가 된 사진을 발견했고, 스케줄이 있어 부랴부랴 나서는 길에 그 사진을 DM으로 보낸다는 게 저도 납득이 가지 않지만 스토리로 올라가버렸어요. 저는 굉장히 충격적이었고, 문제의식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지?’ 불쾌하게 보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에요. 어쨌든 제가 저지른 실수인 만큼 여러분들의 질타를 받아들이려 합니다. 항간에는 부계정이 있어 거기에 올리려다가 잘못 올린 게 아니냐고 하시던데 저는 제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계정 외에는 부계정이 없어요. 해당 사진은 바로 지웠고, 영상을 볼 생각도 없고, 보지도 않았어요. 여러 구차한 변명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이정도 말씀을 드리고 시작하는 게 맞지 않나 싶어요.”
황동혁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박성훈의 AV 표지 게재 실수에 대해 “시즌1 때도 제가 알기론 해외에서 그런 게 나왔다. 예전에도 유명한 작품만 나오면 그러지 않나”라며 “불쾌하다. 작품 자체에 대한 의미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이야기니까”라고 답한 바. 그러면서 “성훈 씨와 그 문제에 대해 얘기를 못 해봤다. 누가 성훈 씨에게 보낸 것 같은데 어떻게 그걸 올리게 됐는지 들어보지 못했다. 저도 사실은 알고 싶다.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라고 전했다. 이후 황동혁 감독과 나눈 이야기가 있냐고 묻자 박성훈은 조심스럽게 답변을 이어갔다.
“그 이후에는 감독님과 톡할 기회가 없었어요. 해외 일정도 있었고요. 회사를 통해 듣기엔 영상물에 대해 불쾌했다고 말씀해주신 걸로 알고 있어요.”
박성훈은 해명 과정에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한동안 정적이 흐른 뒤 어두운 분위기를 깬 건 ‘오징어 게임2’가 전 세계에 사랑 받고 있기에 그 소감을 묻는 질문이었다.
“작품이 큰 관심과 사랑을 받는 건 배우로서 기쁘고, 감사한 일이에요. 그 와중에 제가 어리석은 실수를 하는 바람에. 이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야하는데 잘못 보내고, 주머니 속 전화가 나도 모르게 걸리는 경우가 있지 않나.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어 실수는 실수이고, 잘못이기에 감당하고, 감내해야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휴대폰을 만지기도 싫은 상태에요. 감사하지만 (인기) 실감은 못하고 있어요.”
‘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박성훈은 극중 특전사 출신 트랜스젠더 조현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캐스팅부터 맡은 역할까지 큰 관심을 받았던 박성훈.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과정은 어떻게 될까.
“KBS ‘희수’라는 단막극에 출연했어요. 그 작품을 보시고 현주를 떠올려 주셨다더라고요. 어떻게 현주 모습을 발견해주신지 놀라웠어요. 제가 누나 밑에서 자라 여성스러운 면이 있어요. 무당이 꿰뚫어 보신 것처럼 어떻게 현주 모습을 발견하셨는지 놀랐죠.”
황동혁 감독은 현주를 故 변희수 하사를 비롯해 미국의 트랜스젠더 군인 사례를 두고 연상한 캐릭터라 밝혔다. 성소수자를 연기해야 했던 박성훈은 “현주가 희화화 되는 걸 절대 원하지 않으셨다”라며 주의하고자 했던 점을 이야기했다.
“과도한 음성의 변화나 과장된 제스처는 절대 하고 싶지 않았어요. 감독님도 동의해주셨죠. 제 목소리가 워낙 저음이라 많이 꾸미면 감정의 진실성이 떨어질 것 같더라고요. 적당한 톤을 감독님과 만들어 잡아갔어요. 호르몬 치료를 받아도 목소리는 변하지 않는다더라고요. 그런 자문을 받아 과하게 하지 않았어요. 현주가 목숨을 걸고, 게임하는 상황에서 사람이 죽어나가고 긴박한 상황이 생겼을 때 목소리가 꾸며질 수 없다고 생각이 들었죠. 그래야 진짜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인위적으로 목소리를 과장하지 않고, 제스처를 계속 모니터하면서 감독님에게 확인을 받았죠. 매 장면 감독님과 긴밀하게 상의하면서 다른 작품들보다 더 세밀하게 조심스럽게 만들어 갔어요.”
현주는 성확정 수술을 받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게임에 참여한 설정이다. 정의로운 인물상과 리더십 있는 모습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로 언급되고 있다.
“현주의 본명은 조현준이에요. 감독님에게 물어봤죠. 특전사 관련한 부분에서는 LGBTQ(성적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했어요. 현주라는 인물도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 다르다고 느꼈을 텐데 성인이 되면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었죠. 그래서 특전사에 간 게 아닐까. 그게 20대 초반, 현주 마음 안에서 소용돌이 쳤을 것 같아요. 부모님도 특전사를 강하게 권장하신 게 아닌가 싶었어요. 고 변희수 하사 사건을 지켜봤듯 현주도 굉장히 많은 벽에 부딪히고, 무시도 당하고, 여러 편견 속에서 부딪혔을 거라고 감히 예상해봤어요. 실제 트랜스젠더분들을 만나 자문을 구하기도 했고요. 종합적으로 현주라는 인물을 만들게 됐어요.”
박성훈은 ‘오징어 게임’ 시리즈 출연이 꿈을 이룬 것이라 말했다.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R(Realization)=V(Vivid)D(Dream) 공식이 통했다는 것.
“예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 놀러갔었는데 너무 기억이 좋았어요. ‘지옥 만세’라는 작품을 하면서 감독님에게 ‘부국제 가자’라고 했는데 그 다음해에 가게 됐죠. 직후 ‘R=VD’를 맹신 아닌, 맹신을 하게 됐어요. ‘지옥 만세’ 팀과 막연하더라도 꿈을 한 가지씩 이야기해보자고 했는데 어린 친구들이라 누구는 알바 그만하기, 또 누구는 지하방 탈출하기를 얘기하는데 저는 ‘오징어 게임’ 출연하기라고 말했어요. ‘오징어 게임’과 아무 연고도 없는데 출연하게 되어 너무 놀랐죠. 이후 작은 목표를 세우는 게 습관화 된 것 같아요.”
그 첫 번째 목표가 이루어진 것은 바로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기였다고. 현재 목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성훈은 다시금 자신의 실수를 언급하며 반성했다.
“지금 실수를 잘 만회해서 친구들에게 누를 그만 끼치기에요. 앞으로 심기일전해서 무거운 마음가짐과 초심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가장 큰 목표죠.”
함께 출연하고 호흡을 맞췄던 이정재, 이병헌 등 선배 배우들을 보고도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90년대부터 톱스타 자리를 계속 유지해온 선배님들이잖아요. 선배님들을 보고 있으면 괜히 롱런하는 게 아니구나, 유재석 형님도 말씀하시길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는 게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더 발전하는 거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분들이 굉장히 노력하세요. 인성, 인품이 너무 훌륭하죠. 스태프들을 아우르고, 현장 분위기를 집중시켜 이끌어 가주시고. 세상에는 그냥 저 자리에 올라가는 건 없다는 걸 느꼈어요. 그분들의 태도와 작품에 임하는 자세를 저도 배워 써먹고, 후배들에게 보여줘서 선순환,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주의 활약상이 두드러진 장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현주는 5인 6각 경기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팀을 생존으로 이끈다.
“국희 선배님(무당 용궁 선녀 역)을 때리는 게 쉽지 않았어요. (따귀) 1대인 줄 알고 갔는데 2대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첫 번째 뺨은 진짜로 때려줘야 한다, 카메라 앵글은 속일 수 없다고. 저보다 한참 선배인데 손을 댄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았어요. 웬만하면 첫 번째에 끝내려고 했는데 기술적인 NG가 있어서 3테이크를 가게 됐어요. 눈을 마주칠 때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던 기억이 있어요. 차라리 맞는 연기가 마음이 편하지, 누굴 때린다는 건 쉽지 않거든요.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현주팀’이라고 해서 멤버끼리 식사하는 자리도 가졌어요. 제가 이렇게 선하고, 지혜로운 분들을 또 볼 수 있을까, 나는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좋으신 분들이었죠. 선배님들이 소녀감성을 지니고 있어요. 후배로서 이런 표현이 그렇지만 귀여운 면을 가지고 있으시더라고요. 저희 팀 분위기는 정말 좋았어요.”
게임뿐만 아니라 후반 대규모 총격전에서도 현주는 리더십을 발휘한다. 참가자들의 반란이 시작되면서 현주는 극적인 총격전에서 통솔력을 발휘,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총격전을 찍으면서 모두가 놀란 건 모든 배우들이 능수능란하게 총을 다루고 있었다는 거예요. 우리 모두가 한때 군인이라, 우리나라니까 가능한 거겠지 하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있죠. 저는 권총을 싸본 적은 없었어요. 다행히 병헌 선배님이 여러 작품에서 총을 쏴보셔서 조언을 해주셨죠. 병헌 선배님이 안 계셨으면 조금 어색했겠다 싶으면서 마음을 쓸어내렸어요.”
박성훈은 본인의 이름보다 캐릭터의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배우다. KBS2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의 장고래 역으로 주목받은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전재준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재준에 이어 조현주로도 주목받고 있는 그는 “재밌다고 느낀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전재준 이름에 대해 감사해요. 그전에 고래도 있었지만 저라는 배우를 설명하려면 여러 수식어가 필요했거든요. 어떤 작품에 나왔다고 설명해야하는데 세 글자만으로도 제 역할을 설명하고, 수식어가 생긴 건 감사한 일이에요. 현주도 재준이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어서 반대되는 역을 선택했다고 하는 분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작품 후기를 찾아보던 초반, ‘재준 언니’라는 표현도 있더라고요. 나중에는 ‘현주 누나’라고 불러주시는 분도 생겼어요. 두 인물 다 저에게 선물 같은 이름이죠.”
수많은 작품을 거치며 캐릭터를 삼킨 열연을 펼친 박성훈. 단역부터 시작해 주연으로 우뚝 오르기까지 천천히 한 계단 씩 밟아온 그는 ‘대기만성형’ 배우인 셈이다. 본인의 실수로 활동에 잠시 발목이 잡혔지만 심기일전 하는 마음으로 다시 일어서고자 한다.
“‘더 글로리’ 때도 개인적인 일이 있었어요. 재준이로 주목받을 때 즐기지 못했죠. 또 공교롭게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시는데 의도치 않은 실수를 해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여러 계획도 있고, 포부도 있지만 당장 제 눈앞에 펼쳐진 과오를 잘 수습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